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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관리 비법]‘캥거루족’의 득세… 자녀 전셋집 마련보다 경제자립심 교육을..

여행가/허기성 2014. 11. 7. 08:28

 

[돈 관리 비법]‘캥거루족’의 득세… 자녀 전셋집 마련보다 경제자립심 교육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가구의 초·중·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23만9000원이다. 평균지출액이 그러하니 소득이 중산층 이상이거나 지역이 대도심 지역이라면 학생 1인당 40만~5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볼 수도 있다. 자녀가 둘이면 100만원 가까운 돈이 사교육에 투자되는 셈이다. 이자소득세를 빼고 100만원을 이자로 받으려면 현행 정기예금 금리로 5억원 넘는 돈이 있어야 한다. 이 돈을 자녀 교육비가 아니라 자신의 노후를 위해 매달 3% 금리로 저축한다면 10년 후 1억4000만원, 20년 후 3억3000만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노후엔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이런 엄청난 기회비용이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자녀들에게 엄청난 교육비를 쏟아붓고 있다. 좀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자녀가 누릴 수 있도록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공부만 하라고 자식을 채근한다.

 


그런데 자녀교육에 온 정성을 쏟는 헌신적인 부모들이 다수인 사회에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고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가 점점 늘어나며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300만명을 돌파했다. 2000년 초 159만명에서 거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취업난과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30대 중반 이하의 고학력 청년 백수가 부모의 집에 얹혀 사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통계치를 보면 인구 고령화 현상을 20년 먼저 경험한 일본과 매우 흡사하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로 인해 백수 신세가 된 일본 청년들은 결혼도 미룬 채 부모 의존적인 동거를 시작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중년이 되어서도 늙은 부모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35~44세의 6명 중 1명이 자신의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자라고 하니 그때 의존적으로 더부살이를 한 세대가 고스란히 고령의 부모에게 기생하고 사는 셈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캥거루족 미혼 자녀를 패러사이트 싱글이라고 칭한다. 캥거루 자녀는 서양에서도 문제다. 영국에서는 대학 졸업 후 부모 집에 얹혀 살며 부모의 노후연금을 곶감 빼먹듯 하는 자식들을 일컬어 키퍼스(Kippers·Kids in Paren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연금을 갉아먹는 아이들)라고 부르며, 부모가 노후에 쓰려 했던 연금을 자녀들이 가져가는 것을 비꼬고 있다.

급속히 고령화되는 우리나라에도 키퍼스와 패러사이트 싱글이 점점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젠 결코 혼자서 돈관리 잘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 혼자 노후자금 준비 잘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가령,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자녀가 100세까지 걸어가기에 갈 길이 먼 50·60대 부모에게 결혼자금을 부탁한다고 가정하자. 수도권에서 웬만한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2억원 정도 필요한데 돈을 얼마 모으지 못한 자녀는 대책이 없다.

만일 부모가 대출을 받아 2억원을 자녀 전세금으로 지원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돈으로 환산하면 이렇다. 부모는 20년 동안 1억원당 매월 65만원을 갚아야 하기에 매월 연금이 13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자녀의 전셋집을 마련한 뿌듯함 뒤에 오는 쓰라린 연금 고갈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노후자금을 아낌없이 헐어 2억원짜리 번듯한 아파트 전세를 마련해주고, 아파트 경비를 서는 훌륭한 아버지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은퇴 후 200만~300만원씩 연금이 나오게 설계했다고 자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뒤늦게 투입된 자녀 지원비로 인해 매월 130만원의 노후연금이 줄어들었기에 자신의 노후를 위해 또 일하러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마음이 아프지만 대한민국 혼주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며, 그 줄은 당분간 줄어들 기미가 없다. 50·60대인 그들은 이미 10가구 중 4가구가 노후자금이 부족해 법정 최저생계비(2인 가구 기준 월 94만원) 이하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은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의존적인 자녀들이 많아진 것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생업현장을 무시하고 그냥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로 키우고자 사교육에 ‘올인’하며, 경제적 자립성을 갖추기 위해 자녀가 감당해야 할 몫을 가로챈 부모의 책임이 크다. 특히 우리 사회는 육체노동을 경시하는 풍조와 ‘돈만 있으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의 영향을 받아 자녀들에게 ‘일하는 기쁨·재미·만족’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경제적 자립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일에서 얻는 기쁨과 땀 흘리는 의미를 가르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상시 이러한 자녀교육 없이 자녀를 위해 사교육비를 많이 쏟아붓는다면, 자녀들은 ‘부모는 나를 위해 언제든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마음을 먹게 될 것이다. 사교육비를 이 정도로 투자해도 좋은 것인지, 진정한 자녀 경제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