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노후’ 준비하셨습니까] 젊을 땐 몰랐는데… 서서히 다가오는 무력감·외로움
넉넉한 소득에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화려한 싱글’에게도 고민은 있다. 현재에 투자하다 보면 허술해지기 쉬운 노후. 말년에 기대볼 피붙이가 없기에 준비하지 못한 시간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혼자서 어떻게 늙어가야 하나. 시간이 갈수록 이 고민은 점점 덩치를 키운다.
초등학교 교사 유재령(가명·51·여)씨는 독신이다. ‘화려한 싱글’이란 말이 처음 나왔을 때 그는 서른이었다. 화려함을 좇은 건 아니지만 독신자들이 늘 말하듯 어쩌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아직은 독신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친구들이 가사와 육아에 허덕일 때 ‘나’에게 투자할 수 있어서다.
30대에 교육대학원에서 체육교육학 석사학위를 땄고 수영·요가·영어공부 등으로 분주하게 보냈다. 40대 들어선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떠났다. 요즘은 퇴직한 친구들과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낙으로 산다. 주말마다 지방 여행을 다니거나 음악회에 가고 등산도 함께 한다. 유씨는 “친구들은 자식 키우는 보람으로 사는데 나는 사는 날까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도 얼마 전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훌쩍 지나버린 독신의 시간만큼 노후도 훌쩍 다가와 있었다. 요즘 부쩍 ‘돈만 모은다고 될까’ 하는 고민을 자주 한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거나 경제적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집을 담보로 대출 받으면 되겠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얘기가 많이 나와 올해 명예퇴직 신청을 했지만 탈락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언니 부부가 살고 있어 당장은 크게 적적하지도 않다. 유씨는 “남들 다 드는 보험에 들고 저축해 여행 경비를 모으고 있을 뿐”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나를 돌봐줄 사람이 누굴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종종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노년의 무력감, 수시로 찾아오는 외로움, 노환이 닥쳤을 때의 절망감을 가족에게 기대어 해결한다. 장년에 접어든 ‘화려한 싱글’ 1세대는 대부분 남부럽지 않은 현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노후 준비는 ‘건강할 때’까지다. 그 이후에 대해선 ‘어떻게 되겠지’ 막연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강모(49)씨도 혼기를 넘겼다. 수도권에 작은 땅과 매월 임대료를 받는 상가도 있다. 서울에 작은 아파트도 한 채 사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연금은 회사에서 들어줬다. 여윳돈으로 음향기기를 수집하고 여행을 다닌다. 그런데 노후는? 강씨는 “솔직히 막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또래 싱글 대부분은 은퇴 전후까지만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부모님과 형제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믿는 구석은 있다. 누나가 낳은 조카들이다. 그는 생일, 방학, 학기 초 등 명분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누나 집에 찾아가는 ‘조카 바보’다. 강씨는 “지금 내 나이에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다. 내가 아프면 조카들이 챙겨줄 것으로 믿는다”며 웃었다.
역시 금융업에 종사하는 독신 여성 김모(52)씨는 은퇴를 10년 남겨두고 있다. 30대 중반부터 매달 50만원씩 부어온 20년 불입 연금보험 덕에 퇴직하면 월 300만원씩 수입이 생긴다. 주변의 또래 기혼자들은 매월 소득공제용으로 30만원 정도 연금을 들지만 그는 월 80만원 이상을 각종 연금 상품에 투자한다. 김씨는 “건강이 악화되면 연금을 활용해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방대 교수 김모(46)씨 역시 독신 생활을 실버타운에서 마감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생활 환경이나 수준이 비슷한 집단에 섞여 지내면 덜 외로울 것 같아서다. 김 교수는 “서울과 경기도 성남 일대 고급 실버타운은 노년 건강부터 사후까지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며 “내가 죽음을 준비할 무렵엔 독일 등 선진국처럼 여유 있는 독거노인들이 보호받으며 삶을 공유하는 실버타운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중은행 PB고객부 관계자는 “연금에 투자하고 좋은 지역에 소형 아파트가 있으며 고급 승용차를 타면서 특별한 노후 대비 없이 여윳돈을 대부분 소비하는 게 부유한 골드 싱글의 공통점”이라면서 “특히 결혼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경우에는 장기적인 노후 대비 등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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