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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멀리 보고 길게 보자

여행가/허기성 2014. 11. 27. 06:16

 

부동산, 멀리 보고 길게 보자

 

 

지금 30-40대에게 뽕밭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농촌출신이 아니고는 거의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명주실을 뽑아내는 누에라는 곤충이 먹고 사는 나뭇잎이 뽕이요, 그 뽕을 키우는 밭이 뽕밭이다. 명주실은 자연실크고, 요즘 나온 실크는 인조 실크다.

옛날 장가를 가거나 시집을 갈 때 주로 명주로 옷을 해 입었다. 그게 어찌나 부녀자들의 손이 많이 가는 길쌈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필자도 명주바지 저고리를 한두 번 입어본 기억이 나는데 따습고 좋긴 좋더라. 누에는 부녀자들이 키우지만, 뽕밭은 남정네들이 관리한다.

남자들이 뽕 농사를 잘 해야 부녀자들이 누에를 잘 키울 수 있었고, 누에고치가 잘 돼 명주실을 많이 뽑아내야 그걸 밑천으로 시집 장가를 빨리 갈 수 있었다. 부녀자들은 하루 종일 뽕밭과 집을 오가면서 누에를 키워왔기에 좋아하는 총각도 뽕밭에서 만나야 했다.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뽕밭에서 배불러 오는 처녀들이 가끔 나왔었는데 그럴 땐 소문이 퍼질까봐 바로 결혼시켰다. 요즘에야 혼인 전 임신이 보통이지만, 옛날에는 화냥기가 있다고 해서 동네사람들의 눈총을 받았기 때문에 정상임신인 것처럼 급행으로 결혼식을 올렸다는 뜻이다. 

어찌됐건 결혼을 하게 되면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다. 결혼을 하게 되면 집이 있어야 살 것이고, 논과 밭이 있어야 농사를 지을 것이 아닌가. 형편이 괜찮은 집은 오막살이집도 사주고, 물길 좋은 논밭도 한 필지 떼 주었다. 가난한 신혼부부는 그리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곁방살이를 했다.

남의 집에서 곁방살이를 해도 월세나 전세는 없었다. 그냥 공짜로 사는 것이고, 그 정도로 인심은 넉넉했다. 결국 집이나 전답을 사기 위해 신혼부부는 날품팔이를 하거나 머슴살이를 하면서 자기 재산을 불려야 했고, 이게 한국의 부동산 투자의 시초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머슴살이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신혼부부에게 집을 주자고 하니 말이다. 지금까지 내 집 마련하려고 죽도록 고생한 사람들은 세월을 잘못 타고 난 것이다. 좀 늦게 태어났으면 결혼만 해도 집을 그냥 주는 건데,

결혼 안하면 세금을 매기고, 결혼하면 집을 준다. 그렇다면 결혼해서 집만 받고 애를 안 낳으면 어찌해야 할까? 집을 뺏어? 벌금을 물려? 임신을 할 수 없는 불임자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물론, 공염불이 되겠지만, 주택을 준다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임에도 떠들고 난리들이다.

부동산은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이고, 재물을 일구는 근원이다. 잘살기 위해서는 손톱 밑에서 피가 나도록 각자 벌어야 한다. 그래서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논 몇 마지기를 사기 위해 10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못 입고, 못 먹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낸 사람들이다.

그 피 같은 세금으로 무작정 신혼부부에게 집을 마련해 준다는 건 어느 모로 보나 공평하지 않다. 줄어드는 인구 방비책으로 그런 대책까지 의논함에는 백번 이해를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집 준다고 해서 인구가 늘어나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배우자가 먼저 죽어서 혼자 남고, 헤어져서 혼자 남고, 이런 저런 사유로 혼자 사는 사람이 450만 명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가 홀로 살고 있다. 자녀가 있다 해도 자녀 곁으로 가는 사람 있던가. 인터넷 감동 글 1위가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라는 글이다.

며느리가 1번, 자녀가 2번, 남편이 3번, 강아지가 4번, 식모가 5번,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6번이다. 농촌이나 지방에서 모셔올 때는 0번 인 것 같았지만 2개월도 못되어 6번으로 내려갔고, 고독해서 살지 못한 시아버지가 다시 시골로 가면서 아들에게 남긴 편지의 제목이다.

집이나 전답이 없는 사람은 가족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혼자 살게 돼있다. 오늘이라도 좋은 집도 사놓고, 경치 좋은 곳에 논과 밭, 산도 사봐라. 연못을 파 놓으면 고기가 모이듯이 슬슬 사람이 모여들 것이다. 자녀들이 먼저 오겠지만, 과부에게는 홀아비가 올 것이고, 홀아비에게는 예쁜 과수댁이 올 것이다.

부동산 값이 오르는 건 내가 파놓은 연못에 고기가 모여드는 이치와 같고, 값이 내리는 건 먹이가 빈약하거나 물어 줄어 고기가 잠시 떠난 것일 뿐,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 더 크고 예쁜 고기들이 모일 것으로 믿고 살자. 부동산은 부동산을 믿는 자가 성공하는 법이다.

요즘 10대는 철이 없고, 20대는 공부하고 군대 갔다 오느라 답이 없고, 부모도움 없는 30대는 집이 없다. 40대는 돈이 없어 집이 없고, 일부 50대는 일손을 놓아 집이 없다. 60대에 집을 못 사면 다시 사기 어렵고, 70대는 건강 돌보느라 집을 사기 어렵고, 80대는 배우자가 없어 집을 사봤자 필요 없으며, 90대는 시간이 없고, 100대가 되면 다 필요 없게 된다.

 

부부가 일생을 함께 살 때에는 좋을 때도 많지만, 싫을 때도 많다. 살아보니 오히려 미울 때가 더 많더라. 그래도 참고 살아가지 않던가. 부동산도 그와 같은 것이다. 부동산을 머리에 이고 살지 말자. 한쪽 옆구리를 채워주는 부부처럼, 손만 잡아도 더운 김이 사르르 스미는 애인의 손처럼 믿고 의지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