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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새해 돈 버는 10大트렌드

여행가/허기성 2014. 12. 14. 07:45

 새해 돈 버는 10大트렌드

김난도 교수의 '2015년 소비 트렌드' 전망
햄릿 증후군 - 상품 종류·정보의 홍수… 소비자 대신해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인기
왝더독 - 수퍼 마리오 사은품 타러 새벽부터 맥도널드行… 덤이 제품 구매 요인으로
놈코어 - 평범함 속의 여유 찾아 화려한 명품에 피로감… 高價 명품들 로고 숨기기

 
 
김난도 교수

햄릿 증후군, 왝더독, 놈코어…. 2015년을 주도할 10대 트렌드 헤드라인이다. 매년 말 새해 10대 소비 트렌드를 선정, 발표해 온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내놓은 전망이다.

김 교수는 "2014년 대한민국 소비는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다에 침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양의 해에도 우리 경제는 여전히 위기와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이라며 "대박을 꿈꾸기보다는 평온한 마음으로 작은 꿈을 지켜나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유행 상품을 보면 중후장대한 초대형 상품보다는 스냅백(모자), 빙수, 에어쿠션 화장품같이 작은 상품이 많았다"며 "업계는 더욱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전망한 내년 10대 트렌드를 정리해 본다.

①사느냐, 마느냐 '햄릿 증후군'

물건을 사려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펼쳐져 정작 뭘 사야 할지 막막하다는 사람이 많다. 상품 종류와 정보량이 너무 많아 판단력이 흐려지는 이른바 '데이터 스모그' 현상이다. 올리버 예게스의 '결정 장애 세대'라는 책은 "디지털 사용에 길들여진 '메이비(maybe·글쎄) 세대' 앞에는 너무 많은 선택 기회가 있다"며 "이들은 병적으로 모든 결정을 미룬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저관여 제품(값이 싸고 브랜드별 차이가 별로 없어 소비자가 신속하게 구입 의사를 결정하는 제품)으로 꼽혔던 맥주 시장을 보자. 카스와 하이트로 단출했던 맥주 시장에 300여 종에 이르는 수입 맥주 쓰나미가 몰려왔다.

이처럼 선택이 어려운 시대를 맞아 소비자를 대신해 골라주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 이른바 '큐레이션 서비스'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소장품을 선별해 전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올해 등장한 '오마이비어'라는 스마트폰 앱은 사용자가 마셔본 맥주에 별점을 매기면, 이를 토대로 취향에 적합한 새로운 맥주를 추천한다. 이미 본 영화 평가를 바탕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왓챠'의 맥주 버전이다. 패션 컨설팅 업체 '노커스'는 전문직 남성에게 상황에 맞는 의류를 골라주고 쇼핑에 동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마트초이스'는 스마트폰 이용 패턴을 분석해 최적 요금제를 추천한다.

②오감(五感)을 만족시켜라, 감각의 향연

후각과 촉각처럼 이전에 덜 주목받던 감각이 부상하고 있다. 올해 발행을 시작한 'Scent'라는 잡지는 '진짜 냄새 나는 잡지'라는 슬로건으로 매회 특정한 냄새를 테마로 잡지를 발행한다. 읽을거리뿐 아니라 종이에 진짜 냄새를 담는다. 지금까지 살 냄새, 다음으로 나무 냄새, 비누 냄새 등을 선보였다. 원초적 감각인 촉각도 깨어나 잠수복 소재 네오프렌으로 만든 옷이 패션 피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종전에 비교적 익숙했던 시각·미각·청각은 더욱 정교하고 세밀해지고 있다. 감각의 향연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불경기 속에서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심리도 작용한다. 체험 마케팅 대가 번 슈미트 교수가 "브랜드는 이제 ID(정체성)가 아니라 EX(경험)"라고 했듯 이제 기업은 오감(五感)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돼야 한다.

③유통 채널의 결합, 옴니 채널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쇼핑을 즐긴다. 이에 대응해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카탈로그·콜센터 등 여러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옴니(omni·모든) 채널'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우선 중단 없고 끊김 없는 쇼핑 경험이 중요하다. '클릭앤드콜렉트(click and collect)'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실제 상품은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수령하는 서비스다. 월마트는 고객이 쇼핑 카트에 특정 상품을 담으면 관련 제품을 모바일로 추천해 주는 앱을 내놓았다(예컨대 TV를 담으면 TV 설치대를 추천한다). IBM은 옴니 채널 전략으로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온·오프라인 상품의 가격·품질 동일 △온라인 구매 상품도 매장에서 반품 가능 △매장에 상품 재고가 없으면 집으로 배달 △주문 상품의 배송 과정을 언제든 확인 △매장에서 구매하지 않아도 마음껏 구경, 체험

 

④증거 중독
좀처럼 믿기 어려운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각종 음모론이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 무엇도 믿지 않는다. 이런 '증거 중독' 현상은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각화, 수치화가 그것이다.

백화점에선 팔뚝 굵은 젊은 남성들이 그 자리에서 신선한 과일로 착즙 주스를 만들어주고, 내용물이 보이는 '시스루(see through)' 포장지를 쓴 홍삼 제품도 등장했다. LG전자는 초경량 노트북 '그램'을 출시하면서 매장에 저울을 두고 소비자가 직접 무게를 달아볼 수 있도록 했다.

⑤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왝더독

2만7500원짜리 스타벅스 신년 다이어리를 갖기 위해 커피 17잔을 마시고, 카카오톡의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카카오빵'을 구입한다. 몸통 못지않게 꼬리(덤)가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수퍼마리오 피규어 사은품을 모으기 위해 30대 직장인이 맥도널드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고, 다른 지역 매장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식당을 고를 때 발레파킹 서비스 제공 여부가 중요하고, 메인 요리가 아니라 식전에 내놓는 빵 때문에 인기 맛집으로 부상한 레스토랑도 있다.

⑥참을 수 없는 자랑질의 가벼움

소셜미디어 시대는 '과시의 민주화 시대'이다. 일상이 자랑이 되고, 자랑이 일상이 된다. 전세계적으로 셀카 사진이 하루 평균 3억5000만장이나 SNS에 오른다. 국내 셀카봉 판매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킨포크' '어라운드' '페이퍼'가 뜨는 것은 소소한 자랑질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잡지의 공통점은 자연스럽고 아날로그 느낌이 드는 이미지가 주를 이루며, 집밥 맛있게 만드는 법, 야생화로 꽃꽂이하는 법 등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는 점이다. 이제 기업들은 단지 좋은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더 멋지게 자랑질할 이야깃거리, 라이프스타일을 팔아야 한다.

⑦'썸' 타는 대한민국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썸(some)'이란 노래 가사처럼 남녀 관계도, 브랜드 관계도 치고 빠지듯 가볍게 즐기고 부담 없이 누리려는 시대다. 책임은 싫고 이득은 달콤한 이런 갈대 같은 마음을 과연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

'느슨한 관계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밥만 같이 먹는 친구'를 연결해주는 소셜다이닝 업체 '집밥'은 지금까지 2800여 모임을 성사시켰다. 최신 유행 상품을 일정 기간에만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 1분짜리 모바일 게임이나 초단편 영화처럼 부담 없는 문화 콘텐츠를 일컫는 '스낵 컬처'가 각광받고 있다. 패스트패션도 '썸'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⑧럭셔리의 끝은 평범함, 놈코어

화려한 명품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간다. 이제는 평범함 속의 여유가 진정한 럭셔리다. 부를 자랑하기 위해 로고를 뽐내는 블링블링(반짝거린다는 뜻의 속어)한 졸부 패션은 이제 하수(下手)로 취급된다. 제주도로 이사 가 유기농과 무소유적 삶을 실천하는 가수 이효리가 대중의 동경 대상이다. 텃밭을 가꾸고 개를 키우며 요리하는 그녀의 소박한 삶은 전혀 궁상맞거나 지루하게 비치지 않으며,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스러운 일탈처럼 느껴진다. 세계 패션계의 흐름도 이와 비슷하다. 이른바 놈코어(Normcore)다. 평범한(normal)과 단호한(hardcore)을 결합한 용어로, 소박하고 평범한 게 더 멋지다고 여기는 흐름을 뜻한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색 셔츠와 물 빠진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들은 이런 추세에 부응해 '로고와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디자인'을 내놓는 중이다.

⑨멋쟁이 할머니, 어번그래니

희생의 아이콘인 할머니는 잊어라.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나 할머니가 된 '어번그래니(urban granny)'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가정·자녀의 족쇄를 벗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에 나선다. 이들은 고령자를 위한 상품에 거부감을 느끼고,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에 과감하게 도전하며, 평일 낮 백화점 식당가와 커피숍을 점령한다. 모바일 메신저와 SNS를 활용하며, 손자를 위한 명품 유모차와 선물 구입에 적극적이다.

⑩숨은 골목 찾기

숨은 골목 상권의 힘이 커지고 있다. 서울 경리단길, 세로수길, 해방촌, 한남오거리, 서촌이 대표적이다. 철공소와 신발 가게가 모여 있는 서울 성수동의 허름한 대림창고는 최신 명품 패션 브랜드의 프로모션 행사장으로 변모했다.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와 음식점이 많은 서울 연남동은 골목 투어를 하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임대료가 싼 숨은 골목을 찾아나선 청년 창업인들이 뿌린 씨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