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버스 시스코 시스템즈 회장, "박근혜 대통령 만물인터넷 관심 많아… 한국 기업과 협력 확대"
"모든 것을 연결하고 어디서든 혁신을 만들어 내며 모두를 이롭게 한다(Connect everything, innovation everywhere, benefiting everyone)는 것이 창립 30주년을 맞는 시스코의 미래 차별화 전략입니다. 한국 등 도시나 국가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삼성·LG 등 한국 기업과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 분야에서의 협력 범위를 더 넓혀나갈 겁니다." 존 챔버스(66·사진) 시스코 시스템즈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스코 본사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시스코는 지난 30년 동안 네트워크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그 중심엔 챔버스 회장이 있었다. 그는 1995년부터 20년 가량 시스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많은 회사가 '명멸(明滅)'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스코처럼 30년을 버틴 회사는 손가락에 꼽힌다.
챔버스 회장은 '미래 인터넷'인 만물인터넷을 글로벌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다양한 산업과 여러 국가와의 협력 관계 구축을 선언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멕시코·인도·영국·독일 등에서 도시나 국가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데 관심이 매우 많다"며 "그 중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만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높고, 삼성이나 LG 같은 제조사 역시 만물인터넷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어 협력 범위를 더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챔버스 회장은 '30살 시스코'의 지난 성과를 되짚는 것으로 운을 뗐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창립 이래 시스코가 해온 일은 마술 같다. 어떻게 한 것이냐'고 묻는다"며 그에 대해 두 가지 답을 제시했다. 하나는 '시장의 변곡점'을 예측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떤 일에 있어서든 고객의 요구를 운영상 1원칙으로 둔다는 것이다. 챔버스 회장은 "변화를 읽어내는 시스코의 능력은 혁신에 기초하고 있고, 혁신은 기술의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었을 때 가능하다"며 "그 열쇠는 고객이 쥐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변화가 앞으로 일어날 것인지는 고객을 보면 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챔버스 회장은 그 예로 시스코가 해 온 예측들을 소개했다. 그는 "라우터 제작에 주력하던 것에서 벗어나 1998년 인터넷에 음성 기술을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앞으로 음성통화 기술이 더욱 퍼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며 "16년이 지난 지금에는 인터넷 전화(VoIP)로 발전해 여전히 중요한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세계 컴퓨터 하드·소프트웨어 전시회인 '컴덱스(COMDEX)'에서 처음 소개한 '스마트 홈' 기술도 꼽았다. 그는 "당시 시스코는 '커넥티드 자동차'가 어떤 모습일지, 미래의 집이 어떻게 생길지를 최초로 예측했다"며 "14년 뒤에 구글이 실내 온도조절 장치 업체 '네스트'를 32억 달러를 주고 샀을 때 사람들은 (스마트 홈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시장 변곡점'은 '만물인터넷'이라고 확신했다. 챔버스 회장은 "만물인터넷은 단순히 ICT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보험·유통·금융·스포츠 등 거의 모든 산업은 이제 '디지털 기술'과 통합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단계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10년 안에 포춘 500대 기업 중 40% 미만이 사라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물인터넷의 연결은 단순히 잇는 것이 아니다. 의미를 더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능'을 불어넣기 위해 시스코만의 빅데이터 실시간 분석 등이 사용된다. 그는 "데이터 분석이 이력과 행적, 수치 등 과거에 치우쳐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와 음성, 비디오 등이 모두 결합된 '분석 3.0'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시장 변화 선도와 '통합' 능력을 합친 실시간 분석은 시스코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실적 부진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8%인 6,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챔버스 회장은 "IT 분야에서 인수합병의 90%는 실패한다. 도전이 그만큼 어렵다"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시스코를 30년 동안 지탱해 온 힘"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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