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³о재.태.크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더는 호재가 아닌 이유

여행가/허기성 2015. 1. 7. 08:04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더는 호재가 아닌 이유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난해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3% 가까이 하락했다. 원화 약세는 수출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수출은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미국 경기회복으로 한국 수출이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한 외국 자금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주가는 2% 살짝 넘게 하락했다.

미국 경기회복은 한국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고작 1.2%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은 2013년 중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수출에만 도움이 안 된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가는 1999년 이래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원화도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생산자물가는 하락하고 있다.

 

‘엔저’에 덤터기를 씌우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을 것이다.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하락하는 동안, 엔화에 대해서는 약 12%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한국 주가는 9월까지는 오르고 있었다.

코스피(KOSPI) 지수 등락과 원•달러 환율 등락은 꼭 닮아 있다. 한국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원화 약세가 더는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호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할 정도다.

여러 가지 면에서 위 주장은 사실이다. 기실 원화 약세는 미국 경제 전망이 밝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반영하는 징후에 불과한 면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저금리 시대의 막을 내릴까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하기에는 훨씬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원화 약세가 경제성장률과 물가, 주가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이제 한국이 예전처럼 서구 수출 수요를 반영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첫째,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업체들은 더는 한국에서 수출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수출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수출업체들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다. 둘째, 한국은 서구로 수출하는 것보다 대중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는 것. 2003년 한국의 대중 수출은 대미 수출을 앞질렀다. 현재 한국의 대중 수출 규모는 대미 수출 규모의 2배가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처럼 한국도 급속도로 일본과 같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중국의 경제활동 인구는 2010년에,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는 2013년에 정점을 찍었다.

인구 고령화는 당연히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낮춘다. 비교적 젊은 미국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중국으로 수출 시장이 옮겨갔다는 것은 한국의 수출도 늙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원화 약세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대부분 해외로 이전했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고 해서 가격경쟁력이 크게 오를 리 없다. 환차익 때문에 실적만 살짝 늘어날 뿐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한국 수출 경쟁력을 방어하기 위해 원화 가치를 계속 절하하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3,530억 달러(약 390조8,770억 원)에 달하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 이후 감소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를 절하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미약한 경제성장세와 저금리 환경 속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환보유고는 낮아졌다.

안 그래도 침체되고 있는 국내 소비에 원화 약세와 저금리가 또 한 번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왜 그럴까? 기준 금리 인하는 원래 물가 상승과 소비 진작을 의도한 정책이다. 또한 부채를 상환하는 실질 비용을 낮춰서 소비자들의 지출을 늘리려는 의도도 있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가계소득의 16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그러나 노후를 준비하는 한국 중장년층은 금리가 낮아져 절약한 부채 상환 비용을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열심히 노후를 준비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렇게 절약된 금액 대부분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까봐 우려한다.

 

2,700억 달러(약 300조 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신설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 발표로 기업이 배당금을 증액하더라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낮아진 투자 수익률은 주택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 2년 전세 계약을 하고 전세금을 선불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높아진 실업률과 임금 하락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미국 수요에 대한 노출이 두드러진 수출주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것 같지만, 한국 시장은 이제 중국과 한국의 수요 약세를 반영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배당은 확대될지도 모르나, 저축에 대한 욕구가 강한 관계로 주식 가치는 높게 떠받칠 수 있다. 그러나 수출 증가세 둔화와 국내 소비 감소로 기업 실적은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 전망까지 더하면, 올해 한국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뜬 구름을 잡아서 묶어두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