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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직접 지은, 3000만원짜리 컨테이너 전원주택

여행가/허기성 2015. 1. 14. 07:19

일반인이 직접 지은, 3000만원짜리 컨테이너 전원주택

일반인 한익종씨의 실험
6개월간 3000만원에 뚝딱… 건축가가 쓴 책에도 소개돼 "꼭 필요한 것만 빼고 다 생략, 조금씩 가꾸고 채워가는 재미"


	소나무의 일종인 미송을 켜서 만든 계단.
소나무의 일종인 미송을 켜서 만든 계단.

많은 도시인이 한 번쯤 전원주택을 꿈꾼다. 하지만 대부분 '엄두가 안 난다'는 결론에 이른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평범한 일반인이 건축가나 시공자를 찾아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익종(53)씨는 전원주택을 직접 지어서 이런 어려움을 해결했다. 한씨는 건축가나 시공 전문가가 아니다. 보험회사에서 20여년을 일하고 지난 2009년 은퇴한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다. 그런 그가 2010년 1월부터 약 6개월간 직접 집을 지었다. '땅 밟고 살 수 있는 집을 직접 짓고 싶다'는 평소의 꿈을 실행에 옮겼다.

그의 집은 작고 소박하다. 하지만 건축가가 쓴 신간에 소개되는 등 전문가들은 그 가치를 알아봤다. 건축가 임형남씨는 "스스로 집을 짓는 일은 자신의 생각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자기실현의 방식"이라며 "이런 점에서 의미 있는 집"이라고 했다. 강원 화천군의 이 집에서 최근 한씨를 만났다.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크기가 조금씩 다른 컨테이너 4개를 한 층에 2개씩 쌓아 2층 집을 만들었다. 그는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 있어 단열이 되고 공사기간도 단축되는 재료"라며 "답답하고 틀에 박힌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창문과 출입구를 규격화된 크기, 모양과 다르게 했다"고 했다.

강원 화천군‘컨테이너 전원주택’에서 이 집을 지은 한익종씨 부부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 4개로 만든 2층집으로, 내부와 마당 등은 주인 한씨가 직접 꾸몄다. /채민기 기자
집의 틀을 잡은 뒤에는 틈틈이 배운 목공으로 내부를 꾸몄다. 그는 "미송(美松)으로 1·2층을 연결하는 계단을 만들고, 부엌의 찬장과 싱크대·테이블도 직접 짰다"고 했다. 출입문 앞에 설치한 나무 처마와 데크,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를 잘라붙여 컨테이너의 철판을 가린 장식도 모두 한씨의 작품이다. 그는 "기초 공사와 수도·전기 설비를 제외한 내부 장식이나 마당 꾸미기, 집 뒤의 흙막이 공사 등은 모두 직접 했다"고 했다.

"집을 지으면서 가족들과 추억을 쌓고 싶었어요. 공사 때부터 자주 드나들다 보니 동네 주민들과 금방 친해진 건 덤이고요. 제가 서울에 있을 때도 이웃들이 '집에 이상 없다'고 전화해 주시곤 해요."

타일이 깔린 거실 바닥은 차가웠다. 한씨는 "침실의 전기장판과 거실의 장작 난로로만 난방을 한다"며 "보일러를 넣지 않았다"고 했다. "항상 사는 집이 아니라 주말 주택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설비만 했다"는 설명이다. "춥긴 하지만 견딜 만큼 춥습니다. 너무 따뜻하게 하고 살아도 건강에 안 좋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한 결과 "컨테이너값을 포함해 집 짓는 데 들어간 비용이 3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컨테이너 4개의 넓이를 합치면 96㎡(약 29평). '평당 공사비'를 따지면 약 103만원이 든 셈이다.

이 집은 화천군에서 준공검사필증을 받았다. 하지만 한씨는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마당에 작은 카페처럼 차 마시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나무와 돌로 조형물도 만들어서 마당도 꾸미고요. 이렇게 조금씩 꾸미고 가꾸는 게 집 짓는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