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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3단 변신, 감독 아닌 본인의 선택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여행가/허기성 2015. 1. 23. 05:34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맏형' 차두리(FC서울)가 팀이 불꽃같은 활약으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차두리는 22일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5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이 1-0으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는 연장후반 14분 오른쪽 측면을 타고 올라가는 폭풍 같은 드리블로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을 따돌렸다.

70m의 거리를 내달려 페널티 지역까지 올라온 차두리는 중앙에 있던 손흥민(레버쿠젠)을 발견했고, 정확한 패스를 보내 손흥민이 완벽한 기회를 잡도록 도왔다.

이를 받은 손흥민이 과감한 왼발슛으로 골그물을 흔들면서 경기는 한국의 2-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승리에 쐐기를 박는 이 득점은 손흥민의 해결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차두리의 '폭풍 드리블'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웠다.

탄탄한 체격과 저돌적인 돌파를 앞세운 과감한 플레이 덕에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차두리는 이 한 장면으로 다시금 그 이유를 완벽히 설명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국가대표팀 은퇴를 고민하던 차두리는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이번 아시안컵에서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결심하고 대회에 나섰다.

그는 지난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34세 178일의 나이로 출전해 한국 선수로는 아시안컵 본선 경기 최고령 출전 기록을 새로 썼고, 그 기록은 대회가 그가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 져서 탈락했다면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었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차두리는 마지막 순간에 불꽃을 태우는 듯한 드리블로 승리를 견인하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이후 이날 경기 중계에서 캐스터 역할을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는 "저런 선수가 왜 월드컵 때 해설을 하고 있었을까요"라고 언급하자 박문성 해설위원도 "아, 그러게요"라며 맞장구를 치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배성재 아나운서의 발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당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홍명보 감독이 차두리를 발탁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차두리는 K리그에서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고, 대신 월드컵 기간 당시 SBS에서 객원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기성용의 3단 변신, 감독 아닌 본인의 선택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공격형 미드필더, 왼쪽 측면 공격수까지 소화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다시 측면 공격수까지. '슈틸리케호'의 주장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3단 변신에 성공했다.

기성용은 22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 선발 출전해 연장까지 120분 혈투를 치르며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주호(마인츠)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이번 대회서 4경기 연속 호흡을 맞춘 기성용이지만 이 경기에서 그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헌신했다.

↑ 기성용은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3개의 포지션을 고루 소화하며 연장에서만 2골을 넣은 손흥민과 함께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80분 넘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기성용의 변신은 경기 막판에 시작됐다. 후반 37분 이정협(상주)이 나오고 한국영(카타르SC)가 투입되자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남태희(레퀴야)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이동했고, 기성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기성용의 변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결국 전·후반 90분 경기가 득점 없이 끝나자 기성용은 다시 한 번 위치를 조정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최전방으로 올라가고 남태희가 다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복귀하면서 이근호(엘 자이시)가 오른쪽 측면에,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 배치됐다.

측면 공격수로 나서기에는 다소 느린 감이 있는 기성용이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느린 속도를 안전한 볼 키핑과 제공권 경쟁의 우위로 완벽하게 대신했다. 대표팀의 공격은 기성용이 버틴 왼쪽 측면에 집중됐다. 결국 기성용은 연장 후반 막판 근육 경련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기도 했지만 빛나는 투혼을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경기 중 3차례나 바뀐 기성용의 포지션에 대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나의 결정이 아니라 기성용 스스로 결정한 변화"라며 "선수들의 의견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되도록 존중하려고 한다. 나는 남태희가 중앙에 서고 본인이 측면에 서는 것이 팀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기성용의 의견을 수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연장에서만 손흥민의 2골이 터진 대표팀은 기분 좋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지만 승리를 있게 한 최고의 조연은 단연 기성용이다. 그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쓰러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