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차남증여 토지 투기목적이면 증여세 다냈겠나"
"차남 병역관련 공개검증 금주중 실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27일 차남에 증여한 토지가 처음 구입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등 투기목적이 있지 않았냐는 의혹과 관련해 "투기 목적이면 5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다 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2001년 토지 매입 당시 공시지가가 2억원인데 당시 실거래가는 7억5천600만원"이라며 투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 기자들에게 대답하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차려진 집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부동산 관련 서류 살펴보는 이완구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차려진 집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매입 당시 7억5천600만원이던 땅이 14년 만에 20억원 안팎으로 올랐고, 5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내고 있다"며 "이것이 투기인지는 여러분들이 판단해달라"고 말했다.또한 토지를 매입한 목적이 고령이던 부모가 미국에서 귀국해 전원생활을 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후 건강이 악화돼 집을 짓지 못하고 자신의 부인에게 증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중 관련 서류 전부를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다.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사이테이션(인용)은 소홀히 했을 수 있지만 레퍼런스(참조)는 기본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며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여러분의 지적(표절의혹)이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전문학자가 아니니까 다소 무리한 부분이나 소홀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오류나 착오는 좀 살펴보고 나중에 다시 말하겠다. 아직 살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아울러 이 후보자는 차남의 병역과 관련한 공개검증을 이번 주 중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차남 본인이 동의를 했기 때문에 금주에 적당한 시간을 정해서 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설]이완구 총리후보, '의원 특권' 내려놓고 청문회 서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9, 10일로 잡혔다. 모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의 야성(野性)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인데도 이번엔 청문특위 인선난을 겪었다고 한다. 이 후보자 특유의 친화력도 있지만 2000년 청문회 도입 이래 의원 출신 총리나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이 있더라도 단 한 명도 낙마시킨 전례가 없어서다. 이 정부 들어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다수의 고위 공직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탈락해 '인사 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에는 현직 의원이어서 국회 검증이 수월하리라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40년간 관료 경찰 도지사 국회의원 등 공직의 길을 걸어 별다른 흠집이 없을 것이란 이 후보자도 예상과 달리 본인의 논문 표절, 차남에 대한 땅 증여 등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공개 검증까지 자청했지만 이 후보자에 이어 차남까지 군 복무를 다하지 않은 것도 개운치는 않다. 여야가 '같은 의원'이라는 이유로 청문회를 건성으로 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 후보자는 의원직이라는 '특권'을 내려놓고 청문회에 서야 한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의원의 겸직금지 등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포함해 공익 목적의 직업 외에는 겸직을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여야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작년 7월 총리와 장관의 겸직 허용 조항을 넣어 국회법을 개정하고 말았다.
일부 의원은 총리나 장관 겸직이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돕는 공익 목적이라고 옹호하지만 삼권분립이 분명한 대통령제에선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는 입법과 국정감사, 예산심의 등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장관이 되면 거꾸로 행정부를 위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제인 미국의 존 케리 상원의원도 국무장관에 임명되자 의원직을 사퇴했다. 우리 헌법에 내각제 요소가 있어 괜찮다는 견해도 있지만 내각책임제인 영국조차 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때는 의원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의원 겸직 각료들은 봉급은 둘 중 많은 쪽을 택해 받지만, 의원 보좌진과 사무실 등 특권은 고스란히 누린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행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각료의 역할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 4월 총선에 맞춰 각료직을 사퇴할 가능성도 크다.
만일 이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 총리가 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함께 총리단 3명이 모두 현역 의원이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로 구성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과거 정부에서도 의원이 총리나 장관을 겸임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넘어갔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에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들어 있다. 이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도우려면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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