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따라 돈버는 평택 부동산 투자
고덕면 땅값 작년보다 30% 뛰어
-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는 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월세 받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일대에는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큰 문구 아래로는 ‘월 OO만원 임대수익 보장’, ‘고령화 시대 알짜 수익형 임대상품’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끌게 만드는 글귀가 줄지어 적혀 있다.
평택은 지난해 경기도에서 가장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곳 중 하나였다. 국토교통부의 지가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택시는 땅값이 1.19%(누적치 기준) 뛰어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치(1.12%)를 앞섰다. 최근 평택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발(發) 효과 때문이다.
2017년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 들어서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경기도·평택시·경기도시공사와 함께 고덕국제화신도시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공장을 건설키로 합의했다. 고덕산업단지는 392만8000㎡(119만평)로, 삼성전자는 183만8016㎡(55만6000평)에 달하는 1단계(2공구) 부지에 첨단 반도체 라인 1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2단계(1공구) 부지에는 의료, 정밀, 광학기기 관련 설비가 들어선다.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월 착공에 들어가 생산라인 1기를 2017년 상반기 중 완공, 이르면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 1기가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산업단지 면적의 20% 수준이다. 고덕산업단지 내 부지는 모두 삼성전자가 사용하며, 일부는 협력사를 위한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 조성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약 15조6000억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현재 경기도와 평택시는 신규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15만명 고용 창출에 4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한다.
평택시 비전동에 위치한 평택시청에서 1번 국도를 타고 고덕산업단지까지 가는 시간은 차로 15분 남짓에 불과하다. 비전동에서 차로 10여분쯤 가서 평택~제천을 잇는 고속화도로로 갈아타고 여기서 2~3분만 가면 현장에 도착한다. 경부고속도로 안성분기점에서 걸리는 시간도 5분 남짓이다. 반대 서해안고속도로까지 차로 걸리는 시간도 10분이면 충분하다. 교통여건만 놓고 보면 인근 산업단지 중 최고 수준이다.
현장을 찾아간 지난 1월8일 산업단지는 기반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를 통해 들어오는 진입로 변에 위치한 하수처리 시설 공사만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는 아직 터를 다지는 수준에 불과했다. 부지조성공사를 담당하는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2월 초순 경 삼성전자는 현장공사를 책임질 사무실 문을 열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간접망 확충 사업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KTX역이 신설된다. 올해 말 평택시 지제동에 준공을 앞두고 있는 KTX신평택역(지제역)은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KTX노선과 연결된다. 단지 바로 옆으로는 국철 1호선이 지나간다. 때문에 현재 평택시에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곳은 지제역 부근 방축동, 지제동이다.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는 상업지역 토지는 현재 3.3㎡당 1000만~1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 외 일반계획지구는 거래되는 땅값이 3.3㎡당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이들 지역 땅값은 대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뛰었다.
서정리역 부근 한 부동산을 찾았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네~ 목사님, 아니 왜요? 그냥 파시지 않겠다고요? 그럼 그러세요. 혹시 맘이 바뀌시면 다시 전화주시고요.”(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 관계자가 말을 이었다.
“요즘 이런 전화가 많아요. 고덕면에 있는 작은 시골교회 목사님인데, 모르겠어요. 주변이 개발된다고 하니 생각이 바뀌셨나 봐요. 작년 10월 산업단지 개발 계획을 삼성과 체결한 뒤로부터는 사정이 더 심해졌어요. 대신 괜찮은 물건을 찾는 외지인들의 전화는 굉장히 늘었죠.”
서정리역 주변
도시형생활주택 부지 천정부지
과거 ‘송탄’으로 불렸던 평택시 서정동 일대는 요즘 개발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찾으려는 시행사들의 문의가 많다. 특히 서정리역 인근 중심상업지구는 시행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서정리역 앞 중앙로에는 도로를 따라 오래된 상가와 노점상이 줄을 잇고 있다. 들어선 건물 상당수가 낡아 예전만 해도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견건설사인 중일건설이 시공하는 서정스마트빌듀오 1·2차가 모두 분양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정스마트빌듀오는 2인용 기준 도시형생활주택이다. 현재 중일건설은 서정스마트빌듀오 3차를 분양하고 있으며 4차 사업지도 준비 중이다. 서정리역 부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주명숙 서정공인 대표공인중개사는 “서정스마트빌듀오 1·2차 물건은 평택시민보다는 외지인들이 상당수 주택을 분양받았다”면서 “서정스마트빌듀오 분양 성공 이후 인근 지역에 5~6개 상가를 한꺼번에 매입해 소형오피스텔을 지으려는 중소 시행사들이 부쩍 늘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고덕산업단지 원주민 중에는 토지보상비로 받은 돈으로 평택시 장당동 일대에 원룸텔을 지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삼성전자 수요를 겨냥한 아파트 분양도 한창이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평택시에는 미분양 된 아파트가 꽤 많았다. 소사벌지구, 용죽지구 등지에서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면서 공급과잉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올 들어 삼성전자 공장 신축으로 인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분양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평택시 장당동 제일아파트1단지 앞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설동규 제일공인 대표공인중개사는 “소사벌, 용죽지구는 물론, 여기서부터 차로 10여분 가량 떨어져 있는 평택시 청북면, 안중읍 일대 아파트 미분양물량까지 모두 소진됐다”며 “당장 올 상반기 호반건설이 소사벌지구에 분양하는 7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사업이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뒤편으로는 고덕신도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서정동, 모곡동, 장당동, 지제동 일대 1737만2000㎡(526만평)에 들어서는 고덕신도시는 1342만2000㎡(406만평)인 택지지구가 배후도시 역할을 한다. 현재 LH공사와 경기도, 경기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고덕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수도권에 들어서는 사실상 마지막 신도시로 평가 받는다. 서동학 경기도시공사 고덕사업단 팀장은 “2018년 착공에 들어가 총 3단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며 오는 2020년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5만4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신도시로 탈바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관련 시설이 들어서면 확실히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될까. 지난 2004년 기흥 시대를 마감하고 충남 아산면 탕정면에 공장을 신축한 삼성전자 디스플레이를 참고로 하면 평택 시민들이 거는 기대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통계청이 매년 조사, 발표하는 지역주요 지표를 보면 탕정면 공장이 속해 있는 충남 아산시는 완공 이전인 2003년보다 2013년 말 기준 인구증가율이 0.6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충남 평균치(0.49%)를 훌쩍 뛰어넘는다. 삼성전자와 협력 업체들이 모여들면서 아산시의 재정자립도도 2003년 31%에서 지난해 40%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충남지역이 변함없이 평균 30%를 유지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이밖에도 아산시는 2004~05년 LCD공장이 들어서면서 전반적인 사회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이다.
아산 탕정면, LCD 공장 완공 후 천지개벽
부동산 경기도 비슷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아산시 땅값은 연 평균 4.1% 뛰었다. 같은 기간 충남은 3.0%, 전국적으로는 평균 2.8% 상승했다. 특히 아산시는 LCD공장이 완공된 2004년에는 연간 17.6%나 뛰어 전국 평균치(3.9%)보다 4.6배 상승률이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매매 값도 지난 2004년 전반적인 약세장 속에서 변동률이 -0.28%를 기록해 충남 평균(-0.42%)보다는 하락폭이 적었다.
앞으로 평택 부동산 시장에는 장밋빛 전망만 있을까. 현재로선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지역 부동산 경기가 외부인에 의한 투기적 수요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시 전역의 아파트 미분양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 역시 외지인의 투자수요가 크기 때문이며, 이들은 하나같이 삼성 공장 신설만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로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을 순차적으로 증설할 예정인 상황이기 때문에 애초에 예상했던 투자 수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승익 HNH투자컨설팅 대표는 “천안과는 달리 평택은 수원, 기흥에 거주하는 기존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이 충분히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인데다, 삼성 공장이 들어선 산업단지 배후로 5만4000여 가구의 신도시가 조성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시가지가 얻는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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