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타고 원룸·오피스텔 투자 확산
대학생·직장인 밀집 거주 지역…안정적 입지가 최대 장점1인 가구가 사회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싱글 코리아. 이에 따라 원룸·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을 찾는 수요자들이 증가하며 투자자 역시 몰리고 있다. 소형 주택은 대형 빌딩보다 투자비가 적고 상대적으로 공실률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제 1인 가구를 겨냥한 60㎡ 미만의 소형 주택 공급 비율(주택 인허가 기준)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26.2%였던 소형 주택 비율은 2013년 말 기준으로 39.2%까지 뛰었다.
그중에서도 일명 ‘싱글 벨트(소형 주택 밀집 지역)’라고 불리는 지하철 2호선의 강남역·서울대입구역·홍대입구역 등지가 원룸·오피스텔의 안정적 투자처로 꼽힌다. 1인 가구가 많은 ‘대학가’와 직장인들이 많은 ‘업무지구’가 2호선 싱글 벨트를 따라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최소 연 5~6% 수익률(취득세·관리비·중개 수수료 등 제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냐 업무지구냐에 따라 투자하는 주택 형태도 크게 ‘원룸’과 ‘오피스텔’로 구분된다. 서울 최대 업무지구인 테헤란로 인근의 강남역·역삼역·선릉역(강남구 역삼동)과 2·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은 오피스텔 투자가 활발하다. 투자 유형은 대개 오피스텔 한 채를 1억 원대에서 4억 원대 가격 선에서 매매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주로 찾는 홍대입구역·합정역(마포구 서교동·연남동), 왕십리역·한양대역·성수역(성동구 행당동·성수동), 낙성대역·서울대입구역·사당역(관악구 봉천동)은 원룸 사업에 군침을 흘리는 이들이 많다. 주로 기존 원룸 건물이나 단독주택을 통으로 매입하는데, 가격은 2억~3억 원에서 20억 원대 미만까지 다양하다.
원룸 붐 일며 단독주택 매매 활발
주택 임대 관리 전문 회사인 라이프테크의 박승국 대표는 “전통적 싱글 벨트 지역인 강남역 일대·홍대입구역 일대·서울대입구역 일대는 이미 오피스텔·원룸이 포화 상태로 무리한 투자는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익과 수요, 역세권(입지) 등이 보장돼 있어 그래도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은 ‘옥석 가리기’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공급이 많은 만큼 풍부한 수요, 뛰어난 입지, 안전한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싱글 벨트 중심으로 원룸 투자 붐이 일어나며 최근에는 단독주택 매매 붐도 일고 있다. 땅을 매입해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허름한 단독주택을 싸게 사서 원룸으로 리모델링하는 쪽이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홍대입구역·합정역(마포구 합정동·서교동·연남동) 골목으로 접어들면 여기저기 단독주택을 원룸으로 짓는 공사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지 면적 120㎡짜리 단독주택은 12억~14억 원, 건물 상태나 입지에 따라 16억 원까지 호가하는 곳도 있다. 그러면 수익률이 5%쯤 나온다. 몇 년 새 5억 원 정도 매매가가 올랐는데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개발 업체 GV파트너스의 김성훈 이사는 “신축보다 5~7년 된 기존에 있던 원룸이나 단독주택을 통째로 매입해 증축·대수선·리모델링 등을 통해 새롭게 고치면 기존 임대 수익에서 최대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인근인 왕십리역·한양대역·성수역(성동구 행당동·성수동) 일대에서는 단독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느 강남권 주택 시세와 맞먹게 됐다. 행당1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 매물이 나오자마자 거래됐는데 3.3㎡당 2500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강남역·선릉역·역삼역을 아우르는 강남권역 단독주택은 3.3㎡당 시세가 최소 3000만 원 안팎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 거래가 활발해 매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열기는 원룸촌인 낙성대역·서울대입구 인근 사당역·방배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신승희(가명) 씨는 올 초 방배역 인근에 원룸 임대업을 시작했다. 수년 전 사뒀던 본인 소유의 부지에 임대를 줬던 노후 주택을 부수고 총 6가구의 다세대주택으로 새로 지었다. 그는 “방배역은 강남·강북 진입이 용이해 직장인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적중했다”며 “기존 임대 수익에 비해 두 배 정도 올랐다”고 했다. 신 씨는 최근 개발 호재가 있고 인구 유입이 많은 영등포구(당산동·문래동)나 용산구(이태원동)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주로 노후 토지나 주택을 알아보고 있는데 3.3㎡당 2000만 원 이하이면서 쓸만한 곳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투자 전 주택 노후화 여부나 관리 비용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단독주택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비해 난방·수도·보안 시스템이 취약해 매입 후에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다고 무턱대고 오래된 단독주택을 사들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박승국 대표는 “역삼동을 예로 들면 3.3㎡당 시세가 최소 3000만 원 안팎이다.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목적이라면 적어도 대지 지분이 330㎡(약 100평) 되는 주택이 필요할 텐데 이때 매입비용만 최소 30억 원 정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여기에 리모델링 비용이나 건물 신축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형 부동산 사업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금·기대 수익 따져봐야
싱글 벨트에서 일어나는 오피스텔 투자는 어떨까. 사실 서울은 현재 오피스텔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강남역·역삼역·선릉역 등 역세권 인근 소형 오피스텔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특히 이 지역의 오피스텔은 충분한 수요에 꾸준한 거래로 환금성도 좋아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강남역 일대는 특히 기존의 오피스텔에 이어 대형 건설사들의 소형 주택 브랜드가 많이 들어서 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시티’, GS건설의 ‘자이엘라’, 포스코건설의 ‘라르고’ 등이다.
강북 지역에서는 당산역 일대가 두드러진다. 삼성쉐르빌, 효성해링턴 타워, 태영 데시앙루브 등 몇 년 새 오피스텔이 눈에 띄게 늘며 이 일대를 프리미엄 역세권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당산역이 2·9호선 환승역인 때문이다. 전철을 이용할 때 여의도는 물론 시청·을지로역, 신논현역 등 주요 업무지구로 접근성이 뛰어나 직장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9호선은 코엑스몰과 잠실종합운동장으로의 연장이 계획돼 있다. 구로·가산디지털산업단지·영등포지식산업단지·용산·마포 등도 가까워 풍부한 배후 수요를 누린다. 그 덕분에 강남권 분양가와 맞먹을 만큼 올랐다.
김원희(가명) 씨는 최근 당산역 인근에 짓고 있는 효성해링턴 타워 한 채(26.4㎡)를 1억5000만 원에 매매했다. 당산역 오피스텔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환승역인 당산역 역세권에 있는 만큼 직장인들과 신촌·홍대 대학가의 학생들까지 수요가 많아 투자 상품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 수요가 풍부한 역세권의 신축 오피스텔일지라도 기존 경쟁 상품과 경쟁력은 있는지, 투자 대비 적정 임대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입지인지 충분히 검토 후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역세권인데다 신축이라면 가격 부담이 커져 투자자들이나 임대 수요자들이 섣불리 접근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큰돈을 들여 역세권 오피스텔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임대 수요자들에게 외면당해 투자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는 경우가 많다”며 “월세 시세는 이미 시장에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웬만큼 특별하지 않고는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임대료를 5만~10만 원 이상 높여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역에서 가까우면서도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알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오피스텔 투자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신축이 아닌 기존 오피스텔은 공실을 파악하기가 쉽고 기존 세입자가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적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임대가 잘되는 오피스텔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드물어 투자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흠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금리도 낮아지면서 투자에 관심을 갖는 소액 투자자들이 많다”며 “입지를 잘 선별해 투자처를 고른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오피스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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