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이런저런일

"꽂히면 산다" 40대남성 대한민국 新소비층으로

여행가/허기성 2015. 3. 17. 06:18

 

 "꽂히면 산다" 40대남성 대한민국 新소비층으로

車·공연·취미용품 등 나를 위한 씀씀이 과감해져
1990년대 X세대, 구매력 무장하고 `화려한 부활`

대기업 부장 이 모씨(45)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음달 일산에서 열리는 서울모터쇼 티켓을 예약했다.

조만간 차를 바꿀까 고민 중이었는데 그러자니 일단 모터쇼에 가서 차종별로 좀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5년 전에 미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 일본 차를 탔는데 그때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당시에는 주변 상사나 동료들이 외국물 먹고 와서 외제차냐고 할까봐 눈치가 보여 못 샀지만 이제는 주변에 수입차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주말이며 연휴까지 다 반납하고 회사에 몸바쳐 일해왔던 지난 세월을 생각해보면 수입차 한 대 정도는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형외과 의사 정 모씨(41)는 이번 주말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연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해외직구로 구매한 왼손타자용 야구 글러브를 이번 주말 야구동호회 경기에서 개시할 예정이다. 친구들은 주말마다 골프도 치고 아이들과 캠핑도 간다지만 정씨의 가장 큰 취미생활은 야구다. 학창시절부터 학교 앞 야구연습장에서 200원 동전을 넣고 10번씩 배팅 연습을 하던 추억은 요즘 아이들은 모른다. 내친김에 몇 해 전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정씨는 요즘 야구 장비를 하나하나 직구로 사 모으는 게 꽤 쏠쏠한 재미다.

대한민국 40대 남성들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 사교육비, 집값 대출금 상환, 노후 준비 등 각종 재무 부담에 눌려 지갑을 못 여는 아저씨들이 아니다. 해외 출장길에 눈여겨둔 물건을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해 직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1990년대 복고 분위기에 편승해 문화콘텐츠를 왕성하게 소비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제일기획이 최근 전국 주요 6대 도시(서울·인천·부산·대구·광주·대전)의 13~5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전국소비자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계획에 없던 물건도 눈에 띄면 사는 경우가 있다'고 응답한 40대 남성(40~49세)은 전체 응답자의 45.3%로 지난해(32.7%)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4년 전인 2011년만 해도 30%에도 못 미치던 수치가 최근 급증한 것이다.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내가 원하는 제품은 꼭 산다'고 응답한 40대 남성들도 36.3%에 달했다. 전년 동기(30.8%)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50대 남성(29.1%)과 비교하면 40대 남성의 소비성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사고 싶다고 다 사는 건 아니다.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합리적인 소비층 중 하나다. '구매하기 전에 여러 곳을 충분히 비교한 다음 물건을 산다'는 항목에서 그렇다고 답한 40대 남성의 응답률은 66.5%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 여성들의 응답률 64.8%보다도 높은 수치다. 꼼꼼한 쇼핑 면에서도 아저씨가 아줌마보다 더한 셈이다.

 

 40대 남성들이 이처럼 합리적인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들이 풍요로운 90년대를 겪으면서 개성 있는 소비를 지향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원구 제일기획 팀장은 "지금 40대 남성들은 1990년대 당시 X세대로 불리며 구매력이 크고 소비취향도 뚜렷했던 계층"이라며 "이들은 인터넷 쇼핑에도 익숙해 온·오프라인 제약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허 팀장은 특히 "최근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 향수를 자극하는 문화콘텐츠의 출현으로 음원 등 관련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