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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새누리당 '다룡(多龍) 시대' 도래한다

여행가/허기성 2015. 3. 25. 07:57

 새누리당 '다룡(多龍) 시대' 도래한다

여권에선 김무성·이완구·홍준표·정몽준·김문수 등 15명 군웅할거
유력 대선후보 굳어지지 않았던 1997년 신한국당 '9룡' 시절 재연
원희룡·남경필은 차기·차차기 놓고 저울질할 듯… 반기문도 변수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대표 등 트리오로 압축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력 차기 대권 주자군과 달리 새누리당의 유력 주자군은 뚜렷하게 두세 명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이른바 '잠룡' 으로 거론되는 정치인 10여명이 그리 크지 않은 지지율 격차 속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쟁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 등 5명의 차기 주자군이 조사 시점에 따라 근소한 차이로 순위를 서로 뒤바꾸고 있다. 조사 기관에 따라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오르내린다. 

물론 대선이 2년 9개월가량 남았고, 후보 경선도 대략 2년 반 가량 남아 있어서 현 시점에서 차기 대선후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등 여권의 대선 승자들 또는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불과 1, 2명의 유력 주자를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가 있다. 이는 마치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9명의 후보들이 나섰던 때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19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에선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을 뒤이을 뚜렷한 차기 주자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회창, 이인제, 이한동, 이수성, 김덕룡, 이홍구, 최병렬, 최형우, 박찬종 등 이른바 '9룡'이 자웅을 겨룬 바 있다. 이 가운데 이회창 전 총재가 선두 그룹을 달리다가 최종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경선 레이스가 펼쳐지기 전만 해도 박찬종 전 의원이 지지율 1위에 오른 적도 있었고, 실제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 의원(당시 경기지사)과 이한동·이수성 전 총리 등이 연합전선을 펴면서 이 전 총재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흥미진진한 경쟁 구도가 이어졌었다. 

18년이 흐름 지금 새누리당이 마치 그 당시의 신한국당 상황을 재연하고 있는 듯 하다. 우선 '여당 지도자 프리미엄'이 있는 김무성 대표가 차기 주자군 지지율에서 선두에 서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 이어 전체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에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는 취임을 전후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단번에 여권 2위로 오르며 충청권의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차기 대권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각되고 있다. 홍 지사는 '선별적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로 '보수의 아이콘'이란 별칭을 얻어가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김무성-박원순 세 명이 여야 주자 상위권 3인방을 형성해갈 때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중위권 3인방 자리를 지켜온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과 정몽준 전 대표도 여권의 유력 주자로 여전히 꼽히고 있다. 최근 뚜렷한 움직임이 덜한 편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제든지 중앙무대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할 수 있다. 

정가에선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 가운데 김무성, 이완구, 정몽준, 김문수, 홍준표 등 5명이 별다른 중요 변수가 없다면 차기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가 번호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5명의 경선 후보자가 확보되는 셈이다. 이들 외에 또 누가 참여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원희룡 지사와 남경필 지사도 경우에 따라 '세대 교체' 깃발을 들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 두 사람은 아직까지 "지사직 수행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지사 임기를 마친 뒤 차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도 있다. 또 대구 출신인 유승민 원내대표도 보다 큰 꿈을 염두에 두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기존의 차기 주자군과 경쟁하는 레이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원조 친박계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꼽힌다. 고향인 TK(대구·경북)지역을 텃밭으로 삼아 친박계 인사들의 구심점이 돼서 '용들의 싸움'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또 충청권에서는 1997년 대선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키는 등 대선에 두 차례 출마했던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여전히 대선 3수를 염두에 두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하진 않았지만 '무상 급식' 재논란을 계기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정계 복귀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3선 의원으로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도 도전장을 낼 수 있다. 또 정가 일각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밖에 지난 가을 이후 연초까지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여권의 러브콜에 응할지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거론된 이들만 무려 15명에 이를 정도이니 우리나라 정당 사상 가장 많은 주자군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은 유력 주자가 굳어졌지만 여권에 뚜렷한 주자가 없다 보니 너도나도 레이스에 뛰어들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형국"이라며 "여권 주자들의 경쟁은 아직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유력 주자들이 압축되면 진짜 경선에 나서는 주자는 다소 줄어들 수 있다"면서 "97년 때의 9룡보다 많을지 여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신(新) 다룡(多龍)시대'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한국·주간한국이 지난해 12월 말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권 인사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는 김무성(13.8%)-김문수(13.7%)-정몽준(7.8%)-오세훈(6.2%)-원희룡·홍준표(각각 5.8%)-남경필(4.8%)-이인제(2.2%) 등의 순으로 분석됐다. 그 이후 조사에서도 후보 간 순위 변동은 있었으나 역시 특정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는 못했다. 리얼미터가 올해 3월 셋째 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권 주자 지지도에서는 김무성(15.2%)-이완구(8.8%)-홍준표(8.4%)-정몽준(7.3%)-김문수(7.1%)-원희룡(3.9%)-남경필·유승민(각각 3.8%)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 2년쯤 뒤에는 이들 중 누가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또다른 주자가 갑자기 부상할지는 알 수 없다. 생물과 같은 변화무쌍한 정치의 속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