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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조기퇴직 40대 자영업자의 눈물

여행가/허기성 2015. 3. 27. 07:14

■ 조기퇴직 40대 자영업자의 눈물
반경1㎞ 치킨집 13개…月매출 300만원 월세도 못내

한경硏 "평균소득 직장인의 절반 불과"
소득 줄어 지출도 급감…내수 악순환

 

 

신촌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형래 씨(가명·45)는 장사가 안 되는 나머지 머리가 반백발이었다. 그는 "우리 가게 1㎞ 반경 안에 치킨집만 13곳"이라며 "한 달 평균 매출 300만원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 감당도 어려우니 문 닫을 날만 남았다"고 말했다. 흰머리가 보기 흉하지만 염색약 한 통 사는 것도 아까워 참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눈칫밥을 먹더라도 회사에 붙어 있었어야 했다"며 "퇴사를 한 걸 정말 후회한다"고 말했다. 요새 드라마 '미생'을 보고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는 대사에 울었다고 한다.

용산전자상가 내 전자랜드 3층. 이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고 온라인 몰도 같이 운영한다는 문세종 씨(가명·42)는 "요새 노트북이 너무 튼튼해서 그런가? 좀 고장이 나야 팔릴 텐데"라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작년 이맘때보다 매출은 반 토막이고 새 학기 특수 같은 건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한다. 온라인 몰은 매출이 더 줄어 작년의 10분의 1까지 떨어졌다. 종이 한 장을 만지작거리던 문씨는 "우리 직원이 딱 하나 있는데 4대 보험료 내라고 온 것"이라며 "가끔 이 종이가 올 때마다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곳에 있는 다른 가게들도 사정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내수 활성화가 더뎌지는 원인이 40대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0대 조기퇴직자들이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고, 소비도 줄어드는 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소비친화적 노동시장을 위한 고용구조 분석' 보고서를 통해 내수 진작을 위해 30·40대를 타깃으로 한 자영업 생태계 구축과 고용률 증대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이 2001~2013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토대로 연령대별 소득 및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평균소득은 임금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의 소득 격차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큰 폭으로 벌어졌다. 2001년 40대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은 2877만원으로 임금근로자(4170만원)의 68%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52% 수준(임금근로자 5170만원, 자영업자 2725만원)으로 절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40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간 소비지출 격차도 급격하게 벌어졌다. 2013년 40대 자영업자의 평균 소비지출은 임금근로자의 63%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우광호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40대엔 조기퇴직 자영업자는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고 소비로 연계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경영컨설팅과 자금을 지원해 자영업 생태계의 내실화를 꾀하고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20·30대 일자리를 노후 준비가 부족한 장년층 아버지 세대가 대체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연령대별 고용자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1년부터 2013년까지 20대 임금근로자 수는 연평균 2.12%, 30대는 0.10% 감소했지만 40대는 2.32%, 50대는 5.57%, 60대는 3.99% 늘어났다.

우 선임연구원은 "노후 준비 부족으로 중장년층·노년층 세대가 노동시장에 꾸준히 진입하면서 20·30대 일자리가 중·고령층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노동규제와 정년연장으로 정규직 채용 부담이 가중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임금근로자는 20대와 30대에서 감소세를 보인 반면 50대는 증가 추세인 점이 두드러졌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임금근로자도 20대와 30대가 줄고 50대와 60대 근로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자영업자 수는 30대와 40대가 감소세를 보이고 50대는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