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부촌 서판교 가보니…영화같은 전원주택생활
29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청계산 자락(금토산) 밑의 단독주택가에 들어서자, 노출 콘크리트나 고급 목재, 통유리를 이용한 현대적 디자인의 고급 주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설계하고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단독 주택들이었다.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전면을 통유리로 지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집이 있는 한편, 목재로 외부를 둘러놓아 주변의 시선을 차단한 주택도 있다. 직접 잔디 깎는 기계로 정원을 가꾸는 주민도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원에 테이블을 마련해놓고 간식을 먹는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번쯤은 꿈꿔보았을 ‘전원주택생활’을 운중동 주민은 이미 누리고 있었다.
운중동 일대는 행정구역상 성남시 분당구에 속하지만 판교신도시 중에서도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서쪽에 있어 ‘서판교’라고 불린다. 서판교는 최근 1~2년전부터 부유한 연예인들과 대기업 고위 임원, 재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신흥부촌’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이 월드컵 전에 땅을 매입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고양시 일산신도시가 처음 개발될 때 정발산 자락에 고급 주택가가 형성된 것과 유사하다. 다만 판교가 일산에 비해 땅값이 비싸고 연예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운중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일산은 이미 집이 다 지어져 유흥가도 형성되고 복잡해졌지만 서판교는 이제 막 개발된 곳이라 조용하고 ‘강남권’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주변에 지어진 타운하우스나 빌라도 소규모 가구로 형성돼 있어 북적거리지 않고 쾌적하다”고 말했다.
이곳 단독주택필지의 절반 정도는 이미 집에 지어진 상태고, 절반 정도는 아직 착공하지 않은 상태였다. 단독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 빈 토지들이 보였다. 주택필지 78평대의 초기 분양가는 5~6억원대였지만 요즘은 약 11억원에 거래된다. 홍명보 전 감독도 78.35평을 11억원에 샀다. 여기에 집을 지으면 집값은 20~25억원 정도에 형성된다. 배우 신하균도 운중동에 단독주택을 지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중동 삼성플러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단독주택용 토지 시세는 평당 1300만~1500만원으로 이미 가격이 오를대로 올랐다”며 “다른 지역은 평당 500만~600만원정도인 것에 비해 1.5배 정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 주변으로는 가구수가 적은 타운하우스와 고급 빌라가 몰려있다. 월든힐스1·2·3단지는 각 단지가 9개동으로 이뤄져있지만 가구수는 단지별로 약 100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유명 외국 건축가 3명이 1·2·3단지를 각각 설계해 단지마다 디자인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산 지형을 살려 건물을 설계하고 산에서 내천을 내려다볼 수 있게 테라스를 배치해 조망권을 확보했다. 48평~65평으로 이뤄져있으며 시세는 10~29억원 정도다.
배우 권상우가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한 고급 빌라 르시뜨 빌모트는 운중동 끝자락에 숨어있다. 빌모트는 총 5개동, 36가구로 이뤄진 고급 빌라로 지난 2003년에 준공됐다. 평형대가 크고 경비가 철저한데다 운중동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어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SK건설이 지은 판교 운중아펠바움과 산운아펠바움도 28~34가구로 구성된 단독주택이다. 이곳은 분양가가 최고 8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부영사랑으로8단지(371가구), 대방노블랜드9단지(266가구), 휴먼시아7단지(207가구) 등 인근 아파트 단지들도 가구수가 많지 않다.
서판교는 금토산을 뒤로 하고 앞에는 운중천이 흐르고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하고 있다. 운중초, 운중고, 운중고가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학군도 확보했다. 강남, 광화문, 잠실에서 서판교까지 들어오는 광역버스도 있고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도 있다.
- ▲ 서판교 운중동 단독주택 일대 모습
서울·용인간 도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곳에 있다. 실제로 기자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서판교 운중동까지는 이동하는데는 차로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운중동에서 강남역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는 40분이면 족했다.
강남권과 가깝다보니 대기업 임원들도 이곳에 많이 거주한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이상훈 사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제일모직 윤주화 공동대표도 최근 서판교 주민이 됐다.
서판교에서 만난 또 다른 공인 중개사 관계자는 “10억원에 땅을 사서 집을 지으면 집값이 22~25억원 정도되는데 가격이 더 이상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투기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부분 집을 직접 지어서 여기에 살 요량으로 매물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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