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한장에 총리 사표, 2심 판결 나온 한명숙은?
김무성 "한명숙 9억원 받고..그럼에도 의정활동"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놓고 여야의 강대강 공방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성완종 특별사면 로비 의혹'과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의 당원권 정지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역공에 나선 반면 야당은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은 거부한 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거세게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부정부패로 우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며 "한명숙 의원은 9억원을 받고 2심 판결이났는데도 현재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법원장에게 묻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대법원장은 답변해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3선 의원이자 전직 국무총리에 당대표까지 지낸 한명숙 의원은 2007년 당시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2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한 의원은 상고 제기의 방법으로 법정구속을 피했고, 19대 임기 절반에 가까운 1년7개월 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 등을 향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됐다는 이유만으로 현직에서 사퇴하라고 맹공을 펼친 것을 고려하면, 9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받은 한명숙 의원에 대해서는 출당-의원직 사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무성 대표는 "우리 새누리당은 기소만 되면 당원권을 정지시키고 있다. (기소된) 송광호 의원, 조현룡 의원, 박상은 의원은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에 있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징역 2년형을 선고를 받은 한명숙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를 하고 있는지 밝혀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야당이 자신들의 부정부패에는 눈과 귀를 감고, 상대당의 의혹만 연일 탓하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통과를 지연시키면서까지 한명숙 구하기 나선 것은 아닌지 국민과 언론은 의심하고 있다"면서 "오늘이라도 당장 박상옥 후보자를 당당하게 인준해 관련 재판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사무총장은 나아가 "문재인 대표는 4.29재보선용 '부패정권 심판'을 말하기 전에 성완종-이석기 특별사면부터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성완종 전 회장의 2차례 특별사면은 물론이고, 이번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복권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기 전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2003년 8월 5개월만에 사면돼 가석방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표가 맡고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석기-성완종 특사 로비 의혹엔 함구한 채 현 정권의 부정부패 의혹을 부각시키는데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광주 현장최고회의에서 "우리당은 비장한 각오로 부패와 맞설 것"이라고 여권 전체를 겨냥하면서, "권력 실세들의 부정부패가 대통령의 경선 자금이나 대선 자금과 관련있는 만큼 대통령은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은 나아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친박권력형 비리게이트 진상규명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는 여당을 향해 "도둑이 도리어 ‘도둑 잡아라’ 외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과 불법 대선자금은 자신들이 받았는데 자꾸 야당 탓만 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표는 "리스트 8인이 부정한 돈을 받은 용도는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성완종 회장의 죽음을 앞둔 진술이었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최종 수익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또한 이른바 의리를 지킨 사람들에 대해서는 고인이 입을 다물었다고 하니 새누리당에 뿌려진 검은 돈의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정치적 시험무대인 4.29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두고 그야말로 여당을 향한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재보선에서 패배한다면 문 대표에 책임론 등 당내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이번 재보선 결과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에 판세를 좌지우지하는 최대의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만일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비노 진영의 후보들에게 힘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빠듯한 선거 지원 일정 중에 국회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배경엔, 남은 선거기간 동안 성완종 파문을 이어가며 정권심판론에 고삐를 당겨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표의 이 같은 대응을 놓고 당내에선 우려와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의원은 "성완종 사면 특혜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없이, 대통령 사과 등 정부 비판 발언만 쏟아내는 것은 국민 입장에선 정치공세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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