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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 순방 이후 건강 악화로 안정을 취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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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을 털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에는 변함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4일 공식 업무에 복귀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4.29 재보선 하루 전날 홍보수석이 대독한 병상 메시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지난달 4월 27일 귀국 후 치료를 받아 온지 1주일 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 "과거부터 지속돼 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떤 의혹이든 부정부패는 반드시 도려내겠다는 각오로 전력을 다해야 한다"라며 전방위 사정 드라이브에 나설 뜻을 재확인했다.
4.29 재보선 승리가 면죄부? '성완종 사면' 공세 계속
그러나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연루된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는 이번에도 없었다. 새누리당의 4.29 재보선 압승을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한 듯한 태도였다.
대신 이번 사건이 과거의 정치가 쌓아온 적폐 때문이라는 지적을 반복하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 사면이 비리를 불렀다는 인식을 다시 드러냈다. 과거 정치권과 유착으로 회사를 살려냈다는 의혹을 받았던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사례까지 동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유병언 일가 사건과 이번 사건도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사익 추구를 오히려 정당성 있게 만들어 주면서 방조해 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결코 그런 일을 방조하거나 권력의 힘을 빌려서 다시 회생하는 과정을 만들어 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성 전 회장 특별사면을 겨냥해 "사면은 결코 비리 사슬의 새로운 고리가 되어서는 안되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한계를 벗어난 무리한 사면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면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번에도 본인의 대선자금 및 과거 해외출장 자금 등과 연관돼 있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 '물타기'를 통해 선을 긋고, 자신을 정치개혁의 주체로 설정하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편 여야 합의 퇴짜... 일방적 국정운영 예고
박 대통령은 이날 여야가 합의를 이룬 공무원연금 개편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평생 월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인상 등 공적연금 개편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퇴짜'를 놨다.
박 대통령은 작심한 듯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며 "해당 부처와도 사전에 논의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여야 합의에 대해 "명백한 월권"이라는 기존의 청와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4.29 재보선에 담긴 민심을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있다"라고 해석하면서 자신의 이 같은 생각에 반하는 정치 행위는 '사익 추구'라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과 정치가 그런(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4.29 재보선 압승을 청와대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여야 합의보다 '내 생각만이 옳다'는 독선마저 엿보인다. 야당을 무시하는 일방적 국정운영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야당의 거센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을 포함한 공적연금 개편안 마련을 위해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아래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순항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여당과 청와대가 역할 분담을 통해 '여야 합의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개편 합의에 대해 반발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 개편 논의 과정에서 야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특히 2028년까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도록 한 것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다. 때문에 야당이 요구한 '50% 인상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역공... "MB·박근혜 정부 때문에 약속 깨져"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성완종 사면 의혹을 거듭 제기한 것과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사면 논란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도 있었고 박 대통령도 적절하지 못한 사면에 대해 청원한 바 있다"라며 "우리 당은 오래전부터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이 법안의 통과를 반대한 것은 오히려 새누리당이었다"라고 역공을 취했다.
문 대표는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대신 기초연금을 갈수록 높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더 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춘다는 게 당시 참여정부의 구상이었다"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 기초연금을 동결하고 박근혜 정부 들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하면서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측근들이 벌인 전대미문의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서 아무런 사과의 뜻도 밝히지 않았다"라며 "자신은 조금의 결점이나 잘못도 없고 모든 잘못은 과거 정치 때문이라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