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죄인입니다
지난 주말, 언제나처럼 저의 하루는 밀린 빨래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는데 문득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임신 중이었을 때만 해도 와이셔츠 깃이랑 소매는 손으로 애벌빨래를 해서 세탁기에 돌리고 마르고 나면 칼같이 선 맞춰서 다려줬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다림질은 꿈도 꿀 수 없게 됐습니다. 그냥 최대한 탈탈 털어서 안 구겨지게 말려 입힐뿐.
물론 남편은 괜찮다고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미안할 일도 아니고요. 맞벌이인데 빨래해서 깨끗한 옷 대령하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웬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아마 ‘워킹맘’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일 겁니다.
저는 15개월 아들을 둔 워킹맘입니다. 만삭까지 출근을 했고 육아휴직 때 ‘전업맘’을 경험하다 복직과 함께 다시 워킹맘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워킹맘’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는데 요즘은 엄마들을 워킹맘과 전업맘으로 나눠 부릅니다. 그만큼 일하는 엄마, 맞벌이 가정이 늘어났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워킹맘에게는 ‘워킹(working)’과 ‘맘(mom)’ 두가지 역할 모두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워킹대디’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 것처럼, 맞벌이 부부인데도 워킹대디에게는 워킹만 기대하지만 워킹맘에게는 워킹과 맘 모두를 기대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직장인이면서 엄마면서 아내면서 주부가 돼야 하는 거죠.
몸이 열개쯤 되고 시간이 48시간쯤 되면 좋겠지만 워킹맘도 몸은 하나고 시간은 똑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쫓기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에게는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고 남편에게는 9첩 반상을 차려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직장에서는 더 복잡합니다. 육아휴직 때부터 동료들에게 폐 끼친다는 생각에 괜히 미안하고 복직해서 열심히 할 일을 해도 여전히 눈치를 보게 됩니다. 회식 때 일찍 귀가하거나 월차를 내더라도 혹시나 여자이기 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신경이 쓰입니다. 아마 워킹대디들은 하지 않는 고민일 겁니다.
워킹맘은 모두에게 죄인이 되는 기분입니다. 온통 미안한 일 투성이고 늘 죄책감을 안고 삽니다.
하지만 워킹맘은 죄인이 아닙니다. 나라에서도, 주변에서도, 스스로도 워킹맘에게 좀더 관대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눔]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병’ 앓는 초록별… 지구촌 곳곳 이상기온 ‘몸살’ (0) | 2015.05.26 |
---|---|
고구마 칼로리, 3개 먹으면 한끼…다이어트 효과는? (0) | 2015.05.21 |
한국인의 '커피 사랑' 다양화…이번엔 비엔나커피 (0) | 2015.05.18 |
그린벨트 해제 지자체 이양 (0) | 2015.05.13 |
돈 있어도 못사는 소주... '순하리' 찾아 삼만리 (0) | 2015.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