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숲길 공원화로 지역간 유대 회복‥아파트 가격도 들썩]
지역과 지역을 단절시켰던 옛 철길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울창한 빌딩숲에서 큰 숨을 들이쉴 여유가 생기고 생각에 잠겨 무작정 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다. 1906년 개통돼 서울과 신의주를 이어오던 경의선이 2005년 지하화한 이후 지상에 남은 폐철로를 공원화한 이야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대로 방치됐던 경의선 지상 폐철길 주변은 막무가내로 자란 야생풀과 폐쇄적인 분위기 탓에 우범지역으로 골머리를 썩던 곳이다. 소음과 분진이 심한 탓에 인근 주거지도 경쟁력이 없었다. 주거나 상업지역보다 창고나 요정 등이 자리잡았다.
서울시는 2009년 11월 지하화한 후 지상철길을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계획했다. 총 3단계로 계획된 경의선 숲길사업은 가좌역(홍제천)부터 용산문화체육센터까지 공원구간(4.4㎞)과 경의선 및 공항철도 역사구간(1.9㎞) 등 총 6.3㎞ 구간으로 이뤄진다.
↑ 서울 홍대 인근의 경의선 숲길 공원 공사가 예정된 부지.
↑ 효창공원역에서 공덕역 방면으로 가는 경의선 숲길 공원 전경.
2011년 3월 공사에 들어간 경의선 숲길공원 1단계 공사구간은 대흥동(공덕역-서강역) 일대 760m 규모다. 이 구간은 약 1년 만인 2012년 2월 철로를 따라 선형 숲길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공원에는 철로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2013년 6월 2단계 구간 사업을 시작했다. 효창동-도화동 구간인 새창고개(0.6㎞)와 홍대입구역-가좌역(홍제천)을 잇는 연남동(1.31㎞) 구간 등 총길이 3.48㎞, 8만4268㎡ 규모였다. 해당 구간은 올해 마무리됐고 내년 5월엔 3단계 구간인 효창·신수·서교구간까지 숲길로 완성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걸어본 경의선 숲길공원은 아직 지하화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곳도 있고 일부 구간은 공원화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했다. 지하철6호선 효창공원역 부근에는 공덕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면 '효창파크푸르지오' 뒤편으로 경의선 숲길공원이 시작되는데 효창공원역 쪽으로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공덕역 방향 쪽으로는 짧은 구간이지만 쾌적한 공원이 시작된다.
완성된 공원을 감탄하면서 걷다가도 공사 중인 곳이 나오면 멀리 돌아가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된 공원은 언제 걸어도 좋을 법한 도심 속 숲길이었다. 5·6호선 공덕역 경의선 사거리 대로변에서 우체국 골목으로 들어가면 역시 경의선 숲길공원이 나오는데 이곳에선 주민들이 '늘장'이란 프리마켓을 열기도 한다.
↑ 서울지하철 5.6호선 공덕역 1번 출구 인근의 경의선 숲길 공원 전경. 주말에는 프리마켓인 늘장이 열린다.
지역을 단절시켰던 철길이 사라지면서 연남동과 공덕역 등 일부 구간엔 상권도 형성됐다. 공덕역 인근 D카페 주인은 "공원 이전에 이 일대는 우범지대로 꼽혔다고 하던데 지금은 공원이 생기고 어린이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활기찬 모습"이라며 "공원이 알려질수록 매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방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최근 폐철로 주변이 공원화하면서 새로운 상권이 발달하는 것같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앞으로 늘어날 것같아 이 일대 공방을 알아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 공덕역에서 서강대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 공원 전경
↑ 공덕역에서 서강대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 공원 옆 카페
특히 홍대역 3번출구부터 시작되는 연남동 구간은 공원 양옆으로 상권이 크게 발달해 또다른 홍대와 연남동을 잇는 상권이 발달했다.
인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공원화 이전에는 높은 펜스가 둘러쳐져 있어 보기 흉하고 어두웠던 이 일대가 이제는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이 늘면서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저녁에는 맥주 하나씩 손에 들고 공원에 앉아 흥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었고 외국인들도 이런 문화를 좋아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일대 상가에는 권리금도 붙었다. 공원 옆 연남동에 있는 술집용 상가는 49.59㎡(공급면적)인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00만원인데 권리금은 5500만원 수준이다. 2층 규모(282㎡)의 마당 있는 상가는 권리금 4000만원에 보증금 1억원에 월 650만원 수준에 나와 있다.
↑ 홍대입구역 3번출구 인근의 경의선숲길 공원.
공원 인근 아파트 가격도 선방하고 있다. 공원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인 '효창파크푸르지오'의 경우 59.41㎡의 매매가가 지난해 6월 4억5000~5억2500만원 정도였지만 올해 같은 달엔 4억7500만~5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경의선 서강대역 인근 마포구 신수동 신촌삼익 84.85㎡는 지난해 6월 매매가가 4억1000만~4억5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4억3000만~4억7000만원 정도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눈에 띄게 변한 건 아니지만 예전에 철길이 있을 때보다 인식이 많이 바뀐 게 사실"이라며 "단지가 쾌적해졌다"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공원은 공덕역 1번출구, 홍대역 3번출구, 대흥역 3번출구 등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효창공원역부터 홍대역 연남동 구간까지는 성인여성 걸음으로 2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풍부한 녹음을 제공하는 공원구간 사이로 시민들의 쉬운 접근과 각종 편익을 위한 지하철역과 복합시설이 위치해 풍성한 자연과 활기찬 도시문화를 동시에 느끼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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