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국내 산업계.남유럽으로 경제위기 전염 우려
조선·휴대전화·석유화학 비상
29일 새벽 서울 양재동의 KOTRA 사옥으로 다급한 보고가 날아들었다. 그리스 아테네 현지에서 보낸 ‘정보 보고’였다. 그리스 기업과 무역을 하는 국내 기업에 ‘비상 대응’을 주문했다. KOTRA 아테네 무역관은 “현지 기업의 대금 미납과 도산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신중한 거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선업계의 우려가 크다. 해운강국 그리스에 배를 많이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그리스 수출의 80%가량이 선박일 정도다. 그리스 위기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국내 중공업 회사들은 현지 거래선 현황을 묻는 작업에 돌입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그리스 선사들이 대부분 세금·안전 규정이 유리한 남미 파나마 등에 배를 등록하는 ‘편의치적’을 활용해 현지 위기에 당장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위기가 길어지면 수출 감소세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국내 산업계는 또 하나의 ‘시한폭탄’을 얹게 됐다. 한국과 그리스의 교역량은 지난해 14억6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가량이다. KOTRA 아테네 무역관은 “현지 기업들이 금융권 신용경색으로 돈 가뭄 사태를 맞고 있다”며 “그리스 수입 업체들이 해외 물건을 사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전화·가전제품·축전지·석유화학원료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국내 수출이 올 들어 유로화·엔화 약세로 치명상을 입은 터라 ‘그리스발(發) 충격파’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같이 재정위기를 겪는 ‘남부 유럽’으로 위기가 전염될 것이란 ‘파국적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연합(EU) 전체에 대한 국내 수출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까지 EU 수출은 유로화 약세 등의 여파로 190억9600만 달러에 그쳐 전년보다 16.7% 감소하는 등 위축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겹치기 악재 탓에 수출 기업들의 체온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수출산업 경기전망(EBSI)’ 조사에서 국내 755개 수출 기업들의 3분기 전망은 98에 그쳤다. 수출 경기를 밝게 보는 의견이 많으면 이 수치가 200에 가깝고 어둡게 볼수록 0에 가까워진다. 국제무역연구원 강내영 연구원은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6%)과 환율 변동성 확대(14%)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리스 위기가 장기화하면 메르스·가뭄·수출 부진으로 위축된 ‘경제심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9일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4.3으로 집계돼 세월호 사고 당시는 물론 2012년 말 유럽 재정위기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환율 영향을 덜 받도록 제조업·수출에 치우친 산업구조를 서비스업·내수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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