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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에서 공유경제를 묻다

여행가/허기성 2015. 8. 8. 06:07

 

1인 스타트업 증가·공실률 상승 맞물려 월75만~120만원 비싼 임대료에도 수요↑
파이낸스센터 등 서울에만 25개 들어서
"단순 워크스테이션·집기 제공 수준 넘어 업무 협력 등 유도해야 진정한 공유경제"

#경기도 일산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을 하는 A씨는 최근 서울 광화문 지역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을 물색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와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경기도 외곽보다는 서울 도심에 근거지를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본사를 광화문 지역으로 옮길 생각은 없다. 그럴 만한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간을 찾아도 비용을 감당하기 버겁기 때문이다. 

대신 A씨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 빌딩에 있는 '서비스드 오피스' 센터에서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는 비즈니스 라운지 공간을 사용할 계획이다. A씨는 자신과 비슷한 형태로 서비스드 오피스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정보 공유 및 업무 교류도 기대하고 있다. A씨의 경우는 최근 오피스 시장의 공유경제로 주목받는 서비스드 오피스를 잘 활용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서비스드 오피스, 서울파이낸스센터·교보빌딩 등 서울에만 25개=서비스드 오피스란 오피스 빌딩의 일부 층을 작게 나눠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라운지, 실제 주소처럼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주소 서비스, 한 달에 며칠만 사용하는 파트타임 오피스, 여러 업체들과 공유하는 공용 오피스, 가상 오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서비스드 오피스는 2000년대 초반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한국에도 2000년대 중반부터 서비스드 오피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서비스드 오피스 센터를 보유한 '리저스코리아'도 지난 2004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최근 서울을 벗어나 대구에 13번째 서비스드 오피스 센터를 열기도 했다. 현재 리저스코리아 외에도 'ENVUS' 'CEO Suite' 'Vertex' 'TEC' 등의 업체가 국내에서 서비스드 오피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서울 도심의 주요 오피스 빌딩에는 서비스드 오피스 공간이 마련돼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 서비스드 오피스를 제공하는 센터는 총 25개다. 이 중 강남권(GBD)에 14개가 몰려 있으며 도심(CBD)에 6개, 기타 권역에 5개가 있다. 도심 지역의 경우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서울파이낸스센터·교보빌딩·종로타워·센터원 등에 서비스드 오피스 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 같은 서비스드 오피스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지하철을 타다 보면 리저스코리아와 같은 서비스드 오피스 제공 업체들이 '귀하의 건물에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센터를 유치하세요'라는 광고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용료 싸지 않지만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서비스드 오피스에서 제공하는 오피스 공간(워크스테이션)은 통상 3.3~6.6㎡ 정도의 좁은 공간이지만 임대료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도심 내 주요 빌딩의 워크스테이션 하나당 임대료는 최소 월 75만원에서 최대 120만원 수준이다.

서울에서 명목 월 임대료가 가장 비싼 그랑서울의 3.3㎡당 임대료가 14만2,100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결코 싸지 않다. 다만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넓은 공간을 빌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효율적이다. 

오성범 태평양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오피스 임대의 핵심 중 하나는 공간 크기"라며 "임대 수요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분할 임대가 불가능해 공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서비스드 오피스와 같은 소규모 오피스 공간이 늘어나면 이 같은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인 스타트업 증가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변화와 도심 내 오피스 공실률 증가도 서비스드 오피스 성장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서비스드 오피스가 들어오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에는 소규모·단기 임차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오피스 공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IT, 전자상거래, 1인 사업자 등이 증가하면서 서비스도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3년 7만7,009개였던 1인 창조기업은 지난해에는 20% 가까이 증가한 9만2,001개로 늘어났다. 

도심 내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진 것도 서비스도 오피스 센터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굳이 공간을 비워두고 있는 것보다는 서비스드 오피스 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비스드 오피스는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기업에는 분명히 효율적이고 정부에서도 이를 계속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오피스 시장의 주류가 되기보다는 일종의 틈새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정한 '공유경제'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는=이처럼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진정한 '공유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드 오피스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워크스테이션과 함께 단순 집기들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공간을 공유하는 업체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서비스드 오피스 업체인 '위 워크(We work)'의 경우 매월 입주민을 대상으로 '티 타임'과 파티를 여는 등 정기적인 행사를 통해 만남의 장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 워크의 설립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기업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간에 정보를 얻고 어떤 것에 속하기를 원한다"고 명확하게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한국에서 서비스도 오피스가 진정한 공유경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심 교수는 "서비스드 오피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느냐는 점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며 "단순하게 오피스 공간을 빌려주고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협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서비스드 오피스 센터를 입주민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위 워크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핫 데스크(Hot desk)'를 활용해 월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면 여러 지점에 흩어져 있는 서비스드 오피스 센터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이라며 "한국 업체들도 입주민의 편의를 위해 이런 서비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