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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빌라 대신 '협소주택' 어때요?

여행가/허기성 2015. 8. 9. 08:32

-3040중심 나만의 개성 추구로 틈새시장 부각
-다만 생각보다 비용 들어 전문상담 받아야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협소주택’이 주택시장 저변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2년 전부터 강북의 주택밀집지 사이에서 하나 둘 들어서면서 아파트와 빌라, 원룸이 집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인식을 흔들고 있다.

협소주택은 일본에서 들어온 건축 개념이지만, 아직 선명하게 정의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33~66㎡(10~20평) 정도의 작은 땅에 3~4층 높이로 올라선 단독주택을 두고 협소주택이라 일컫는다.

삼각꼴이거나 찌그러져 있어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자투리 땅 또는 빌라 같은 다세대 건물을 세우기 위한 협의가 잘 안돼서 홀로 남겨진 땅에 주로 지어지는 점이 독특하다.

'임조의 오두막’이란 이름이 붙은 협소주택. 중랑구 묵동의 낡은 단독주택을 헐고 지었다. [사진=AAPA건축사사무소]
'임조의 오두막’이란 이름이 붙은 협소주택. 중랑구 묵동의 낡은 단독주택을 헐고 지었다. [사진=AAPA건축사사무소]

전체 주택유형 가운데 49%가 아파트(국토부 2014년 주거실태조사)로 채워진 나라에서 협소주택은 지극히 미세한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생활을 거부하고, 나만의 개성을 녹여낸 주거공간을 추구하는 도시의 3040세대를 중심으로 간간이 건축이 이뤄지는 정도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현재 획일화된 아파트에 느끼는 권태감과 개별화된 거주 욕망이 한꺼번에 작동하면서 (협소주택 같은 개념이)우리나라에서도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아직까지 한국적인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되진 못했고 일본의 내용을 번역해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혹독한 전세난에 지친 주택 수요자들 가운데 협소주택 등 대안적 유형을 찾는 이들도 있다. 웬만한 아파트 전세금을 가지고 건축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하지만 협소주택을 짓는 건 결코 만만치 않다. 근사한 겉모습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디어에는 주로 협소주택의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된다. 전체적인 특성을 꼼꼼히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협소주택은 ‘싸지 않다’. 서울에서 단독주택지를 매입하려면 최소한 3.3㎡에 100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 땅을 사는데만 1억5000만~2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여기에 건축비 1억5000만~2억원 정도(연면적 99㎡ 기준)를 감안하면, 통상 3억~4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지난달 서울 강남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4억815만원ㆍKB국민은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2억120만원)의 2배에 달한다.

돈을 떠나서 적당한 땅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용산구 용산2가동에 있는 해방공인 이복동 대표는 “건폐율을 따지면 최소 20평 정도는 돼야 집을 지을텐데 그 정도 매물도 없고 있어도 평당가가 2000만원을 넘기가 일쑤”라고 했다.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외곽도 마찬가지다. 성북구 삼선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작은 단독주택 필지가 나와도 주택업자들이 주변 필지와 함께 매입해 다세대나 다가구를 짓는 일이 더 흔하다”며 “개인이 돌아다니면서 자투리땅을 손에 쥐긴 어렵다”고 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지어진 협소주택 ‘해원이네’ 내부. 바닥에 레벨차를 두어서 주방과 거실을 나누는 효과를 거뒀다. [사진=AAPA건축사사무소]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지어진 협소주택 ‘해원이네’ 내부. 바닥에 레벨차를 두어서 주방과 거실을 나누는 효과를 거뒀다. [사진=AAPA건축사사무소]

AAPA 건축사사무소 문상배 공동대표는 “협소주택은 작은 공간에 필요한 주거기능을 모두 녹여내야 하기에 공사에 들어가는 요소들이 많다. 때문에 50평짜리 아파트의 건축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을 수도 있다”며 “상담을 받아보고 ‘작은데도 비싸다’며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 들어선 협소주택을 살펴보면, 건축주들이 해당 부지를 원래 소유했거나 증여를 받아 따로 토지매입비를 쓰지 않은 사례가 있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연면적 98㎡ 규모의 협소주택은 설계비와 부대비용을 포함해 건축비가 모두 1억9000만원 들었다. 하지만 74㎡(22평 가량)의 대지는 상속받은 땅이었다.

지난 2013년 서울 중랑구 묵동에 들어선 협소주택은 19평이 채 안되는 작은 대지(60.90㎡)를 깔고 있는데, 건축주의 부모님이 소유하던 부지다. 설계비와 부대비용 3000만원, 순수 건축비 1억5000만원를 더해 1억8000만원 들였다.

협소주택 시공에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적은 점도 걸림돌이다. 시공사가 협소주택의 도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공사 과정에서 자칫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제도적인 부분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현재 협소주택을 지을 때에는 지을 때에는 단독주택에 적용되는 규제들이 적용된다. 문 공동대표는 “최소한의 제도적인 요소들은 필요하지만 주차장법에 따라 일반 단독이든 협소주택이든 반드시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점 등은 제약”이라며 “유연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협소주택은 분명 매력이 있지만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크게 떨어지고 유지ㆍ보수가 어렵다는 점은 활성화를 막는 부분들”이라며 “다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성있는 공간을 만드려는 수요가 있는 만큼 틈새시장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