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승현 머니투데이 디자이너. |
대학가 주변 원룸 임대사업이 안정적 수입원으로 각광받으면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방을 늘리는 일명 '방 쪼개기' 등 불법건축이 기승을 부린다. 문제는 이같은 불법 피해가 고스란히 세들어 사는 대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다 보니 최근 들어선 건축주들도 거리낌이 없다. 지자체가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적발돼도 고발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 단순처벌에 그쳐서다.
지난 26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의 한 원룸 건물. 차가 쉽게 오르지 못할 정도의 경사에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부 방 창문이 도로 옆으로 나 있어 창문을 열면 행인들의 발이 그대로 보일 정도다.
출입문을 찾아 들어가니 복도 양 옆으로 원룸 여러 개가 배치돼 있었다. 1층 7가구, 2층 6가구, 3층 8가구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지하층에도 방이 3개나 있었고 옥탑방도 하나 있어 총 25가구가 세들어 살고 있었다.
독특한 것은 방마다 높이가 달라 같은 층에도 계단이 놓여 있었고 1층에서 2층,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려면 밖에 설치된 폭 30cm 정도의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화재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3층에서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방문이 달려 있던 것. 계단이라는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해 집을 증축한 것이다. 옥탑방까지 가려면 좁은 계단을 3개나 올라야 한다.
이같은 기형적 구조의 원인은 불법건축이다.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1층부터 3층까지 각각 111㎡ 크기의 주택 3가구만 등록돼 있다. 지층은 70㎡로 통상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실제론 지층에도 방이 3개나 있었고 불법적으로 방을 '쪼갠' 것이다. 건물에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화시설은 전무했다.
![]() |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의 옥탑방 모습. / 사진=송학주 기자 |
불법건축은 소방안전과 직결된다. 한 건축업자는 "방 쪼개기를 하면 공간 확보를 위해 이동통로나 환기시설, 소방시설 등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불법건축된 원룸 들은 소방관리도 미비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꼬집었다.
인근의 다른 건축물들도 이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건물에 옥탑방이 설치돼 있었고 원룸들이 빼곡하게 'ㄷ'자로 배치돼 있었다. 복도와 계단은 각 방에서 내놓은 쓰레기나 집기들이 늘어져 있어 통행이 어려웠고 소화기는 아예 없었다.
이처럼 대학가 주변 불법건축이 성행하는 이유는 대학생 등 임차수요가 많아서다. 기숙사가 부족하다보니 어떻게든 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의 처지를 악용해 해마다 수억원의 임대소득을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올리는 것이다.
해당 건물 역시 집주인에게 직접 문의해 보니 한 가구당 보증금 200만원에 30만원에서 50만원씩 월세를 받고 있었다. 평균으로 계산해도 월 1000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는 셈이다.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다보니 현재 한 가구만 비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관행'처럼 여겨진다는 점.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 일대 원룸주 가운데 열에 아홉은 다 그렇게 먹고 살아왔다"며 "구청에서 단속한다고 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대학가 주변 불법건축물 현황 파악과 점검을 각 구청에 지시했지만 여전히 크게 개선되고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가 주변 9개 구청에서 점검에 나섰지만 집주인들의 민원이 쇄도해 조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