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2018년 부동산 위기론 왜죠?
최근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들이 빚을 내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 경기가 일부 지역에서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지만 내수경기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고 집 없는 서민들은 치솟은 전월세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현 부동산 시장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인지를 집중 조명한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이 2018년 이후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2018년 이후에 초점이 모아지는 이유는 현재 예상되는 여러 위험 요인들이 그 때쯤 한꺼번에 분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 사상최대 …"2, 3년후 입주 때 물량폭탄 우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 공급물량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된 전국의 아파트는 34만 4천 가구로, 직전 3년 평균보다 17%나 늘었다.
이는 2003년 35만 6천 가구를 기록한 이래 11년만의 최고치이다.
올해 들어서는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올들어 8월까지 29만 7천가구가 분양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 가까이 늘었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는 꺾이지 않아 10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9만 6천가구의 아파트가 분양 예정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같은 달보다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이다.
부동산은 분양에서부터 입주까지 2, 3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2, 3년 후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아파트 가격 폭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물량공급이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다. 공급 과잉이다. 지금 분양할 때 프리미엄이 많이 붙는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2, 3년 후에 입주할 때 물량폭탄이 돼 가격이 폭락하게 되고 그 피해는 심각할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수요나 금융 쪽의 문제라기보다 공급 쪽의 문제다. 분양시장에서 아파트가 최전성기 이상으로 분양되고 있고 거래량도 많이 늘고 있다. 분양 공급 효과는 2, 3년 후에 나타나는데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미국 금리인상과 원리금 분할 상환 확대 실시도 악재
여기에 미국 발 금리인상의 방아쇠가 올 연말 안에 당겨지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한 번 금리를 인상하면 수년에 걸쳐서 계속 올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대부분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장기금리는 3.75%이다. 앞으로 3, 4년 이후에는 이 수준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최윤식 미래연구원장은 보고 있다.
최윤식 원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따라가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그 폭을 더 크게 해서 끝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3, 4년 후에는 금리가 치솟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 아래서 무리하게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가계의 금리부담은 지금보다 두서너 배 늘어날 수 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는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런 사태가 속출하면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미국 금리가 3.75%까지 올라가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5%,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기에 1.5에서 2% 더 붙는다. 빚 내서 집 산 사람들이 그 금리를 부담할 수 있겠나. 빚 내서 분양받은 사람들은 잔금 치르고 입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채 부담 때문에 감당 못해 집을 매물로 내놓는 사태가 속출할 것이고 그러면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 내년 초부터 강화되는 원리금 분할 상환압력이다. 빚을 지고 있는 가계의 부담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고, 신규 시장 진입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판국이다.
◇ "인구구조변화로 2019년부터 실질적 주택가격 하락"
앞으로의 인구구조 변화추세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했던 투자분석가 해리 덴트는 화제를 불러모은 '2018 인구절벽이 온다'라는 책에서 2018년 이후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진입하면서 인구절벽으로 떨어져 대대적인 불황국면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부동산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구조의 변화로 실질주택가격이 하락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주택시장의 추세적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고령화 효과가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반영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주택가격은 2019년부터 추세적으로 하락으로 전환(연평균 약 -1%~-2%대의 상승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모아보면 2018년 이후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이 전혀 근거가 없진 않다고 할 수 있다.
◇ 대책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책은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원리금 분할상환도 천문학적인 가계부채가 경제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극약처방이어서 다시 거둬들이기는 힘들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도 시대의 흐름인 만큼 물길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가능한 것은 아파트 분양물량을 줄이는 것인데, 민간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것을 민간영역에 그대로 맡겨두면 전체 부동산시장이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업계와 협의해 분양물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분양물량을 어떻게 조절한다 해도 닥쳐오는 나머지 위험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이들 위험은 우리 주도로 조절할 수 없는 만큼 그 위험이 오는 것으로 상정해 놓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든가 대출심사를 더 엄격히 해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최윤식 원장은 강조한다.
◇ "고정금리 대출을 위한 프라이싱 시스템 구축 필요"
또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하는 것도 정부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더 많이 이뤄지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미비된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할 경우, 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이 부담을 안는 떠안는 만큼 주택담보물을 채권으로 유동화해 시장에 내놓아야 되는데 현재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태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발행을 위한 프라이싱(가격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고정금리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정금리에 대한 프라이싱기법을 마련해서 상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2.5% 이상 경제 성장하면 부동산 가격 폭락 없어"
금융권 밖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유지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리가 웬만큼 올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만 유지된다면 가계가 빚을 못 갚고 무너지는 일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가계들이 무너지고 금융기관이 줄지어 도산한 것은 바로 실직자들이 양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고용문화가 달라 상대적으로 일자리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확산된 것은 고신용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물고 있던 저신용자들이 실직해 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고용형태가 비교적 견고해 웬만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쳐도 실업률이 급상승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황국면이 계속된다면 일자리 안정성은 보장될 수 없다.
결국 부동산 경기 안정을 위해서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중요하다.
서종대 원장은 "기본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락은 없다. 우리 경제가 2.5% 이상 성장하면 부동산 가격 폭락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본다. 일본이 부동산 장기침체를 겪은 것도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빚이 있는 가계 입장에서는 앞으로 금리가 치솟고 원금까지 분할상환해도 감내할 수 있는가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가계를 운영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동산투자로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을 자제하고 빚을 더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가계대출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 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빌려야 한다. 자신의 상황이나 여건을 돌아보지 않고 욕심을 내서 빚을 낸다면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 "노후에 집 팔아서 생활비 대는 수준이면 인생 망쳤다고 생각"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 가운데서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지 않고 가는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이창무 교수는 "인구 노령화와 축소를 겪은 나라는 일본 만이 아니다. 유럽의 많은 선진국도 우리보다 앞서 겪었는데 이들 나라를 조사해보면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나라도 있고 올라가는 나라도 있다. 인구 노령화와 축소현상이 꼭 주택가격을 폭락시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거품이 붕괴된 나라의 극단적인 케이스다.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운명이냐 하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본은 주택가격이 떨어지는데도 주택을 계속 지어댔는데 반해 독일은 인구가 줄어드니까 주택공급을 4분의 1로 줄여 상대적으로 안정된 주택가격을 형성했다"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후라고 해서 은퇴 이후의 생활을 위해 무조건 살던 집을 처분하리라고 상정하는 것도 노후의 실제 사정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백세 시대로 수명이 길어진 만큼 정년 이후에도 얼마든지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는 노인층이 있고 앞으로 그런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종대 원장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노동시간 잔류기간이 길어졌다. 65세까지 이연되고 있다. 앞으로 더 길어질 것이다. 이들이 노후에 자신이 살던 집을 팔아 생활비로 쓰리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 집 팔아서 생활비를 대는 수준이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들도 집을 팔면 작은 집이라도 산다"고 말했다.
※ 베이비부머(baby boomer) : 2차세계대전 후 출생률이 높을 때 태어난 사람을 뜻하며, 나라에 따라 연령대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시행된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현재 연령으로는 50대 초반에서 60세, 인구로는 약 720만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 만큼 사회적으로도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려는 노인층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늘려주고 일을 하는 노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해 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18년 이후 부동산 위기상황 도래는 현 시점에서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우리의 사전 준비와 대처에 따라 위기가 실제가 될 수도 있고 큰 피해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제 때 실시해야 한다.이를 늦추면 나중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모 경제연구소의 부동산 전문가는 "가계부채는 좀 더 일찍 조정했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7년부터 5, 6년동안 가계부채가 대폭 줄고 주택가격도 떨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 조정기를 가졌다. 이 정도면 충분히 조정됐다고 보니까 이제는 맘놓고 집을 산다. 우리나라도 원리금 분할 상환제도를 2010년도부터 도입했으면 부동산시장 회복은 지금보다 느렸겠지만 가계부채가 크게 줄어 부동산시장이 훨씬 건실한 구조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환부도 도려내면서 연착륙시킬 수 있었는데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연두를 막기 위해서는 열도 나고 좀 아프기는 하지만 예방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 부동산 시장도 위기상황의 도래를 막기 위해 당장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현 시점에서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고 실시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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