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한참이나 들어서 알게 된 음식, 방풍나물 무침.
다양한 봄나물이 저마다 향과 맛을 뽐내지만 참 낯선 봄나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바다를 처음 볼 만큼 궁핍한 산골에서 유년을 보냈던 탓이지요.
방풍은 전형적인 바닷가 식물입니다.
갯바위 틈이나 모래밭 등 물 빠짐이 좋은 해안 토양에서 제대로 자랍니다.
그러니 전형적인 중부 이북 산골출신이 방풍나물을 구경했을 리 만무했지요.
몇 해 전 경북 울진의 한 지인으로부터 방풍나물의 추억을 처음 들었습니다.
산후풍과 중풍 등 각종 풍을 막아주는 음식이라 해안가 주민들이 귀히 여긴다는 이야기였죠.
한 번 듣고 잊고 있었는데 방송에서 금오도 방풍나물에 대한 기사가 종종 나더군요.
어느 해 봄인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방풍나물을 주문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레시피를 알아내고 살짝 데쳐 무쳐냈는데, 의외로 맛나더군요.
달콤 쌉쌀하면서도 특유의 향이 아주 매력적인 나물무침이었습니다.
그 후로 봄이 오면 우선 생각나는 나물 가운데 하나가 방풍나물입니다.
그저 한 가지로만 알고 있던 방풍에도 3종류가 있더군요.
원래 방풍은 원방풍, 혹은 진방풍이라 부르는데 중국 원산으로 국내에는 자생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 바닷가에 자생하는 방풍은 해방풍이라고 부르는 갯방풍과 갯기름나물이라고 부르는 식방풍 2종류입니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방풍나물은 금오도나 태안에서 재배된 식방풍입니다.
각종 풍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채취만으로는 모자라 바닷가 농가에서 방풍의 재배가 시작됐다죠?
현재 국내에서는 전남 여수시 금오도와 충남 태안 지역에서 식방풍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재배면적으로만 보면 금오도가 월등해서 현재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금오도 어딜 가나 해안가를 따라 방풍밭이 펼쳐져 있고, 집앞 공터와 텃밭에도 방풍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만큼 금오도 사람들에게는 봄이면 가장 사랑받는 식재료가 방풍입니다.
금오도 우학리 마을의 농가 돌담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난 식방풍입니다.
남쪽의 온화한 기후 탓에 벌써 뜯어서 먹을 만큼 자라났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채취는 10여 일 후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농가 앞 작은 텃밭의 양지바른 곳에도 어느새 방풍이 이만큼 자랐습니다.
지난여름 태풍과 겨울의 혹한으로 작황이 여느 해만 못하다는데
도회지인의 눈에는 그저 탐스럽고 예쁘게만 보입니다.
텃밭의 방풍은 찬거리가 시원찮은 어느 날
싱그런 잎만 뜯겨서 나물무침이나 전으로 식구들 밥상에 오르겠지요.
방풍나물과 함께 금오도를 대표하는 비렁길 3코스 종착점인 직포마을의 방풍밭입니다.
방풍재배지 너머로 다도해의 청정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노지에서 자란 방풍은 청정바다의 해풍을 그대로 맞고 자랍니다.
노지 방풍이 하우스 등의 시설재배 방풍보다 미네랄 등의 영양이 풍부한 까닭입니다.
금오도의 부속섬 안도의 시원스런 방풍밭 풍경입니다.
금오도와는 안도대교로 이어져 있는데, 조금 남쪽이라 그런지 금오도보다 더 자라 보입니다.
금오도 비렁길 1코스 중간쯤 양지바른 방풍밭에선 벌써 방풍 채취가 한창입니다.
아직 방풍이 귀한 시기이니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한 방편일 것입니다.
비렁길을 걷는 여행객들도 한 봉지씩 선뜻 사갑니다.
대략 600그램쯤 돼 보이는데, 1만원씩을 받더군요.
비렁길 옆 심한 비탈밭에도 허리가 반쯤 굽은 할머니가 방풍을 뜯으러 나왔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저 고단한 농사일을 하지 않으려는 상황이지요.
아직도 천직으로 알고 고된 작업을 마다 않는 시골 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나면
철철이 맛난 식재료들을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마음이 착찹합니다.
비렁길 1코스 시작점 함구미마을의 한 식당에서 아침밥상에 오른 방풍나물 무침입니니다.
이제 막 겨울을 뚫고 나온 새순을 살짝 데쳐 다진 파 마늘을 넣고 된장에 버무렸군요.
고추장과 식초로 새콤하게도 무치는데, 방풍의 향과 잘 어울리는 된장 무침을 선호합니다.
올해 처음 먹어보는 방풍나물이어서 두어 번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금오도 숙소 인근 식당에서 부쳐낸 방풍전입니다.
방풍은 일반적으로 나물로 먹지만, 이렇게 전을 부치거나 튀김을 해도 맛납니다.
이른 봄의 새싹들은 쌈으로, 나물로, 또는 이처럼 전으로 부쳐 먹습니다.
초여름 무렵 줄기와 잎이 질겨지면 데치고 말려 간장 장아찌로 먹기도 합니다.
남도는 어느새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겨우내 묵나물이나 시설재배 채소에 입맛이 지쳤다면 노지에서 겨울을 난 남도의 싱싱 봄나물로 달래보면 어떨까요?
잎방풍이라는 브랜드로 출하되는 금오도 방풍나물도 훌륭한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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