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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지구 집값 거품 논란…대기업 입주 바람타고 1년새 3억 ‘껑충’

여행가/허기성 2015. 10. 26. 06:17

마곡지구 집값 거품 논란…대기업 입주 바람타고 1년새 3억 ‘껑충’

지난 9월 21일 서울시 SH공사는 강서구 마곡지구 공공분양 아파트 8·10-1·11·12단지 184가구 청약을 진행했다. 2013년 1차 분양 때보다 분양가가 1억원 넘게 올라 59㎡(이하 전용면적)는 4억1000만원대, 84㎡는 5억6000만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청약에 무려 7052명이 몰리면서 평균 38 대 1, 최고 87 대 1의 청약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2년 전인 지난 2013년 9월 1차 분양 당시 청약경쟁률이 2.97 대 1에 그쳤던 걸 감안하면 그만큼 분양 열기가 뜨거운 셈이다.

2013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분양 당시 청약을 넣지 않은 수요자라면 지금쯤 배가 꽤 아플 듯하다. 마곡지구 아파트값이 최근 1년 동안 2억~3억원씩 오르는 등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시세차익 기대감으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고 지난 9월 신규 분양 시장에도 전보다 더 많은 청약통장이 몰렸다.

서울 시내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인 마곡지구는 SH공사가 마곡도시개발사업을 통해 강서구 마곡동 일대(3.66㎢)에 조성하는 주거·상업·업무·산업복합단지다. 서울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대규모 택지지구라는 희소성 때문에 기대가 컸지만 아파트 분양 초기에는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고전했다. 강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 분양됐는데도 미분양 단지가 속출했다.

이곳에는 총 16개 단지 1만2015가구가 2차례에 걸쳐 공급되는데 이미 지난해 9월에는 1차 공급분인 1~7단지와 14~15단지에 6730가구가 입주를 완료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선착순 분양까지 모두 마감하고 입주를 시작한 뒤부터 마곡지구 아파트값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마곡지구가 위치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2013년 9월 말 1172만원에서 올 9월 말 1719만원으로 46.7%나 뛰었다.

같은 기간 강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4% 오르는 데 그쳐 올 9월 말 기준 3.3㎡당 1369만원에 불과했다. 한때 강서구 평균보다도 낮았던 마곡지구 집값은 이제 강서구 평균치를 25% 이상 웃돈다.

마곡지구 내 단지들은 최근 집값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가까워 마곡지구 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마곡엠밸리7단지’의 84㎡ 시세는 최고 8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아파트의 최초 분양가는 4억1000만~4억3000만원 선이었는데, 입주가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 하반기부터 실거래가가 5억원을 넘어서더니 올 하반기 들어 7억원 후반대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최초 분양가 대비 3억원 넘는 웃돈이 붙은 셈이다.

지난 6월 5억7000만원에 거래된 ‘마곡엠밸리4단지’ 84㎡도 지난 9월 6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마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 초 마곡지구 아파트에 1억~2억원 웃돈이 붙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도 매물을 찾아 방문하는 투자자가 꽤 많았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 보니 전매제한 기간(1년)이 끝나기도 전에 분양권을 미리 확보해두겠다는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업소들마다 “웃돈이 4000만~5000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단지도 앞으로 1억원 이상까지 오를 것”이라며 은근히 거래를 부추긴다.

 

▶마곡지구 집값 2년 새 46% 급등

강서구 평균보다 25% 이상 높아

마곡지구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마곡지구 인근 아파트 단지 시세도 많이 뛰었다. 방화동 ‘마곡푸르지오’ 84㎡는 올 초 4억2000만~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 7월과 8월 각각 5억3000만원, 4억88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금은 5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올 들어서만 최소 6800만원에서 8000만원가량 시세가 올랐다.

마곡지구 집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마곡지구는 단순한 주거 기능만 하는 택지지구가 아닌, 산업·업무단지를 갖춘 자족형 미니신도시로 계획됐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10개 계열사가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하고 롯데, 코오롱, 이랜드 등을 비롯해 총 58개 기업이 들어오기로 했다. 산업단지는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준공돼 2020년까지 마무리될 예정. 이들 기업이 모두 입주하고 나면 연간 고용 유발 효과만 18만명에 달한다.

경쟁 지역인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와 비교해 교통 여건도 뛰어나다.

서울 시내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인 마곡지구는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이 개통하면서 김포공항까지 6분, 여의도 20분대, 강남 50분대 이동이 가능해졌다.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 노선을 이용하면 서울역과 공덕역 일대까지 20분대면 이동한다. 차를 이용한다면 서울외곽순환도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공항로 접근이 쉽다. 서울 도심과 강남은 물론 경기 서부권 접근이 편리하고 김포공항, 인천공항과도 가까워 기업뿐 아니라 직장인들이 선호할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마곡지구 아파트 매매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는 투자 수요뿐 아니라 입주 예정인 기업 임직원들이 미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실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게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의 분석이다.

하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것은 아닐까. 지금 마곡지구에 투자해도 늦지 않을까. 마곡지구 집값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투자 가치가 높다’는 의견과 ‘웃돈이 너무 높아 거품이 꺼질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마곡지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1719만원. 2013년 이후 집값 상승률이 50%에 육박하지만 “3.3㎡당 1726만원인 서울시 평균 아파트 매매가에 비하면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게 장경철 이사 주장이다.

장경철 이사는 “마곡지구 내 아파트를 사두려는 대기업 종사자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도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차 분양된 마곡지구 단지들에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덕분에 2차 물량 분양권 거래 역시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분양가 대비 2억~3억원 웃돈이 붙은 곳이 속출했고, 2차 분양된 단지들은 분양가도 1차 때보다 훨씬 높아 마곡지구 단지들이 기대만큼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마곡지구가 위치한 강서구가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임대주택 비율이 절반가량으로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곡이 고급 주거단지로 부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개발 호재도 많지만 여전히 조성 단계여서 대형마트, 은행, 관공서 등 근린생활시설이 부족한 점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