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뜨는 YS' 견제 기류…"朴대통령과 비교될라"
친박 일각 '재평가' 기류에 미묘한 거부감, "기저효과 불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엄수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유가족 및 측근들이 고인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향년 88세)에 대한 사후 재조명은 상대평가다. 누가, 언제,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상이한 면모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장 후한 점수는 고인의 상도동계 후예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으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조문정국에서 상주(喪主)를 자처하며 ‘정치적 적자(嫡子)‘ 경쟁까지 벌였다.
야권의 평가도 박한 편이 아니다. YS가 직접 발탁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은 5일상 내내 빈소를 지켰다. 야권은 박정희·전두환·군사독재에 맞섰던 YS에 주목한다.
정계 각 계파 중 친박(親朴·친박근혜)계는 심사가 좀 복잡한 듯 보인다. 이들은 YS가 생전에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상찬을 늘어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YS 재평가’ 기류를 거스르자고 해도 ‘속 좁아 보일까’ 걱정이 든다.
◇김무성 ‘YS 적자’ 자처, 朴 대통령 영결식 불참에 “무리하지 마시라”
YS 영결식이 열린 26일. 박 대통령은 서울대병원을 찾아 YS 운구를 배웅했다. 그러나 국회 영결식장엔 끝내 불참했다.
김무성 대표는 상주의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불참 기류에 ‘삼가’ 사양의 뜻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해서 (감기 기운이) 더 나빠져서 해외순방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며 “(영결식 참석에 대해) 전혀 부담을 안 갖는 결정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와병 사실을 이유로 영결식에 불참할 방침을 알리자, 오는 29일로 예정된 파리·체코 순방 준비를 잘하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 대표는 영결식 직후엔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우리나라를 훌륭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후대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많이 남기셨다”며 “저희 후배들은 그런 개혁을 훌륭하게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YS의 개혁 성향을 정기국회에서 추진 중인 ‘노동개혁’ 법안들의 통과와 연결 지어 명분을 강화하거나, 의회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며 야당의 협상 불응 비판에 활용하고 있다.
◇‘YS 신드롬’ 바라보는 親朴의 미묘한 감정
하지만 당 일각에선 YS의 정치적 자산을 무한정 차용하는 기류에 대한 거부감이 흐른다.
한 친박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 당수 시절 YS가 뛰어난 웅변가였던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히 ‘YS 신드롬’으로 해석되는 조문 열기와 재평가 작업에 대해 “기저효과”라고 다른 관점을 드러냈다.
기저효과란 학술용어로서 특정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시점과 비교대상 시점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서 그 결과 값이 실제보다 왜곡되어 나타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YS가 워낙 저평가돼왔기 때문에 사후 평가가 더 후하게 느껴진다”는 뜻이지만, 현재의 조문 열기가 왜곡된 정서라는 반감도 배어 있다.
다른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의 토론 내용을 소개했다. 언론이 YS 재평가 기류를 조장했는데, 그 배경에는 현 정치세력에 대해 누적된 실망감이 투영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YS의 '통 큰 리더십'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의 비교심리가 깔려 있다는 의원들의 해석을 전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강력 성토한 것에 대한 ‘역풍’도 우려했다. “YS가 막판 귀를 막아 IMF를 맞았듯이, 대통령이 현재 경제위기감에 대한 잘못된 처방전을 받아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만을 탓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거시경제 사이클 등 경제가 어려워진 외부적·구조적 요인을 살피지 않고, 몇 가지 처리가 지연된 법안에 집착해서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반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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