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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업체들 망연자실… 北, 폐쇄통보 하자마자 "실었던 짐 내려라"

여행가/허기성 2016. 2. 12. 10:59

 

개성공단 업체들 망연자실… 北, 폐쇄통보 하자마자 "실었던 짐 내려라"

- 北, 깐깐하게 검사
세관 주변에 무장인민군 배치
며칠 말미 기대했던 업체들 철수준비하러 갔다가 날벼락
"제일 중요한게 설비인데… 50분의 1도 못갖고 나왔다" 눈물

11일 오전부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는 피란 행렬을 방불케 하듯 트럭과 승합차,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었다. 자동차마다 짐칸과 트렁크에 짐을 구겨 넣다 못해 지붕에 올리고 노끈으로 칭칭 동여매기까지 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배낭을 메고도 양손에 보따리 짐을 잔뜩 들었다.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 입주 업체 대표 김재경씨는 "(제품의) 50분의 1도 못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에 있던 미화 405만 달러 현금은 모두 갖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일부 업체는 오전부터 짐을 챙겨 나왔지만, 연휴 직후여서 상당수 업체는 이날 오전 북측에 들어가 철수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이날 오전부터 근로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았다. 의료용 실 22t을 대형 화물차에 싣고 나온 윤상은(60)씨는 "오늘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제품을 겨우 차량에 옮겨 실었다"고 했다. 또 이날 북측은 평소와 달리 실은 짐마다 일일이 열어보면서 트집을 잡았다고 한다. 완구업체 직원 박정택(64)씨는 "북측 세관원들이 현장에 나타나 값비싼 물건을 못 싣게 하는 바람에 제일 중요한 금형 설비는 내려놓고 완구류 제품들만 실었다"고 했다. 한 공단 관계자는 "북측이 평소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트럭과 차량은 별도로 검사하지 않았는데, 이날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세로 짐을 하나씩 다 풀어봤다"고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다급한 모습으로 입경하고 있다. 이날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면서 공단 내 우리 국민을 전원 추방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시각 오후 4시 50분쯤 '40분 안에 나가라'는 북측의 통보가 떨어졌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즉각 우리 측 관리위원회에 통보하고, 관리위는 일일이 기업에 유선으로 연락했다"며 "연락을 받지 않는 업체에는 차를 몰고 가서 알려주느라 매우 분주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의 홍재왕(54) 공장장은 "일단 회사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완제품을 실어 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어떤 업체는 더 많은 물품을 가져오려고 멀쩡한 신제품 박스를 뜯어버리고 제품을 차량에 쌓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북측은 추방을 통보한 직후 업체들에 "실어놓은 짐들을 다 내리라"고 해서 업체들이 빈 차로 입경하거나 북측에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쯤까지는 입경하는 차량이 끊기기도 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직원 2명이 짐을 싣다가 오후 5시를 넘기자 북측이 '짐을 다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 때문에 직원들이 저녁 늦게까지 남측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오후 9시 45분쯤부터 출입사무소를 통해서 입경한 차량들은 대부분 개인 물품 일부를 제외하곤 텅 비어 있었다. 9시 50분쯤 입경한 한 50대 남성은 "북한 관계자들이 북측 출입사무소에서 회사 물품을 모두 빼앗아서 개인 물품만 갖고 들어왔다"고 했다.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이날 "북측이 세관 주변에 무장한 인민군 병력을 집중 배치해 위압감이 들었다"고 했다. 한 업체 직원은 "이 와중에도 (북측이) 출경 시간을 어겼다며 50달러의 벌금을 물리더라"고도 했다.

이날 공단에 들어간 차량은 250여 대로, 대부분의 업체가 트럭 한 대에 승용차 한 대 정도에 불과했다. 개성공단 1단계의 면적은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330만㎡에 달하는 방대한 구역이어서 철수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 렸다. 수년간 투자해온 기업들이 사실상 맨손으로 쫓겨난 것이다. 북측이 개성공단 자산을 모두 동결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전력이 2007년 당시 350억원을 들여 구축한 개성공단 송·변전 설비를 비롯해 수도 공급 시설 등 나머지 자산들도 모두 북측 손에 넘어갔다.

KT 개성지사에서 문산 전화국을 통해서 남측으로 연결되던 통신 설비도 북한에 몰수되면서 끊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