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새 미분양 1000가구 증가…평택·화성 ‘新 미분양의 무덤’
경기 평택과 화성이 새로운 ‘미분양의 무덤’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지난해 각종 개발 호재로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것과 달리 이들 지역은 한 달 만에 미분양이 1000가구씩 늘면서 최근 분양 시장 침체를 톡톡히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미분양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평택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2360가구로 11월에 비해 1320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미분양 물량이 95가구까지 준 것에 비하면 3개월 만에 2300가구가량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택에는 지난해 약 1만2000가구가 공급됐는데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올해는 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2만2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 과잉 공급 우려가 커 보인다.
- ▲ 경기도 평택 소사벌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
평택은 그 동안 수도권에서 개발 호재가 많아 분양 실패를 모르는 지역으로 꼽혀왔다. 평택 고덕산업단지에는 삼성전자 (1,130,000원▲ 0 0.00%)가 약 100조원을 투자해 283만㎡ 규모의 의료기기와 전자부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로 했고, LG전자 (55,800원▲ 300 0.54%)도 평택 진위산업단지에 99만여㎡ 규모의 디지털 파크를 건립 중이다.
또 용산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과 KTX 평택지제역 개통이 잡혀 있고, 제2 서해안고속도로도 평택을 지나는 등 호재가 많아 시장의 관심도 컸지만 미분양 증가를 피하지 못했다.
- ▲ 경기 화성시 동탄1신도시 메타폴리스 2단계 부지.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동탄1·2신도시가 있는 화성도 지난해 말 기준 미분양이 3617가구로 전달(2746가구)보다 약 1000가구 늘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화성에 공급된 아파트는 약 3만4000가구고 올해도 1만9000여 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라 평택과 마찬가지로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가능성이 있다.
화성도 그간 각종 개발 호재 덕분에 분양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동탄 신도시는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 화성 일반산업단지 등이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의 약 2배 크기인 155만6000㎡ 규모로 지어지는 동탄 테크노밸리 개발 호재, KTX∙GTX 개통 호재까지 겹쳤지만 미분양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예상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 단기간에 공급된 것이 이 지역 미분양 급증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평택이나 화성은 그동안 개발 환상이 강했던 지역으로,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이 좋지 않으면 투자 수요가 바로 흔들리게 된다”며 “실수요보다 전매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많았던 데다,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내 집 마련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미분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화성이나 평택은 경부축에 연결돼 있고 경부축에 붙어있는 지역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금 증가한 미분양 물량은 알아서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평택은 고덕 산업단지 외에 개발 중인 택지지구가 많아 앞으로 나올 분양 물량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미분양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 수 있다”며 “하지만 기업들이 산업단지로 이전해 주택 수요가 뒷받침되면 미분양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화성의 경우 동탄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 시작한 데다, 화성 아래쪽으로 오산-세교지구도 개발 중이라 미분양을 소화하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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