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상 놓고 가상 대결… 젊은이들은 왜 열광하나
○ ‘vs놀이’를 아십니까?
9일 저녁 서울 신촌. 거리에서 이 놀이의 실체를 추적했다. 무서운 10대가 퉁명스럽게 알려준다. “수지 닮은 지방대생에게 과외를 받을 거예요? 아니면 개그우먼 오나미 닮은 서울대생에게 과외 받겠어요? 골라요.”(18세 김모 군) 무슨 말? 대학생 최창희 씨(25)가 설명을 거들었다. “‘10억 받고 대머리 될래요? 그냥 살래요? 하하. ‘소녀시대’ 효연과 껴안기 vs 윤아와 손만 잡기. 고민되죠?”
이 놀이는 두 대상을 정해 가상 대결을 붙인 후 어떤 것이 좋을지를 토론하는 인터넷 유희. 온라인 게시판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유행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대되고 있다. ‘소시지 vs 핫바’ ‘혜리 vs 수지’ 등 삶 속 모든 것을 다룬다. 기성세대는 “뭔 미친 짓이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놀이에는 이세돌의 창의력과 알파고의 분석력이 필요하다고 항변하는 젊은이들….
“독창적이면서 위트 있는 주제를 정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원빈 팬티에 내 손 넣기’ vs ‘내 팬티에 원빈 손 넣기’, 이런 파격적인…(중략).” 대학원생 김성희 씨(27·여)의 말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승부를 판단할 데이터를 정교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로보캅 vs 터미네이터.’ 음, 티타늄 골격 터미네이터와 강철 로보캅이 5.56×45mm 탄환(M16)을 견디는지를 설정상 수치로 비교하죠.”(30대 회사원 최지훈 씨)
○ ‘결정장애’ 시대의 산물…
왜 이런 놀이를 할까. 프리랜서 김태지 씨(31)의 말에 귀가 번뜩했다. “두 개로 압축해주면 선택이 그나마 쉽잖아요. ‘나 결정장애인 거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뭐 먹을래?’ 물어보면 ‘아무거나’라고 했다가 ‘스파게티?’ 하면 ‘그건 싫은데…’라며 말을 흐리죠.”
조사팀(엠브레인)을 가동시켰다. 300명에게 “‘자신에게 결정장애(선택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나”고 묻자 무려 46.4%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태를 반영하듯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어떤 제품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러키박스’가 불티나게 팔린다. “고민하기 싫고, 복불복을 즐기죠. 하루 3000개 제작하면 바로 매진돼요.”(CJ오쇼핑 관계자)
‘결정장애 그대’ 등 결정하기 어려운 요소를 공란에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결정해주는 스마트폰 앱마저 인기일 정도. 우리는 혼란스러움을 참고 최삼욱 진심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을 만났다. “정신질환은 아니에요. 젊은이들이 호불호가 명확한 반면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생긴 거죠.” ‘결정장애 세대’의 저자 올리버 예게스는 풍요롭지만 취업이 어려운 경제상황, 정보과잉의 디지털 환경이 지구적으로 ‘메이비족(Generation Maybe)’을 양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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