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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여유 된다면…조합입주권 미리 사둬라

여행가/허기성 2016. 3. 26. 05:18

 

 자금 여유 된다면…조합입주권 미리 사둬라

 

2000년부터 재건축을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지구 저층 단지들이 10여 년 만에 일반분양에 나선다. 개포주공2단지가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달고 분양 첫 테이프를 끊었고, 올 하반기 개포주공3단지와 개포시영이 분양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개포주공1단지와 개포주공4단지도 분양시장에 뛰어든다. 강남 속에 1만5000여 가구 규모 신도시가 조성되는 셈이다. 특히 개포가 반포에 이어 3.3㎡당 분양가 4000만원 시대를 열면서 강남 내 새 부촌 탄생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남 재건축 투자는 크게 조합원 입주권, 일반청약, 분양권, 준공 후 매입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분양가도 만만치 않지만 시영부터 주공1~4단지 등 단지도 여러 개인 데다 분양 시기도 큰 차이가 없어 주택 수요자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포 재건축시장에 언제 어떻게 어떤 단지에 들어가면 좋을지 짚어봤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부동산 투자도 시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특히 강남 재건축시장에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말이 과거에는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개포 재건축 단지가 기준으로 삼는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의 일반청약과 집들이 전후 가격을 살펴보면 재건축 투자의 꽃인 조합원 입주권을 빨리 매입할수록 시세차익이 크다. 개포도 비슷할 수 있다.

'래미안 대치팰리스'가 '대치 청실'로 불리던 2013년 초 전용면적 84㎡형의 입주 가능한 조합원 매물 시세는 9억3000만~9억9000만원 선이었다. 2억원 안팎의 추가 분담금과 각종 금융비용 등을 더하면 그해 11월 일반분양가인 10억원 후반~11억원 초반대와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했다.

 


그러나 일반분양이 본격 시작되면 '일반분양가 이상으로 팔겠다'는 조합원들의 매도 심리가 발동해 조합원 매물 몸값은 또 한번 오른다.

실제 '래미안 대치 팰리스'는 일반분양 후 조합원 입주권 가격이 일반분양가를 추월하는 사례가 등장했고 분양권에도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어 손바뀜되더니 지난해 9월 입주 시점에는 기존 분양가보다 2억~3억원가량 오른 14억원을 찍었다. 일찌감치 10억원 안팎으로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한 투자자라면 최소 1억~2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청약, 분양권 등 뒤로 갈수록 차익 크기는 줄어든다. 조합원 입주권은 한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것은 부담이지만 직접 동호수(로열층)를 고를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개포 재건축 단지 시세도 '래미안 대치 팰리스'와 비슷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선은 조합원 입주권 매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주공2단지 전용면적 84㎡형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조합원 입주권 52㎡형 시세는 이달 현재 9억~9억5000만원이며 여기에 추가 분담금 2억2700만원을 얹으면 (취득세와 기타 금융비용 제외) 11억2700만~11억7700만원이 든다. 반면 일반청약을 한다면 13억원대를 지출해야 한다. 조합원 매물을 사면 많게는 1억원 정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조합원들이 이에 맞춰 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조합원 입주권과 일반분양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반분양가보다 최소 1억~1억5000만원 이상 저렴한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분양하려면 1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1·4단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일환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은 "입주권은 입주 시점에 가장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 자금 동원력만 있다면 기본적으로 빨리 살수록 투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추가 분담금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입주권은 재건축사업 진행 단계상 건축허가를 뜻하는 사업시행인가 후와 취득세를 절약할 수 있는 관리처분 전에 매입하는 게 좋다.

개포시영과 주공1~4단지는 북쪽으로 탄천과 양재천이 흐르고 남쪽에 구룡산과 대모산이 있다. 강남8학군을 비롯해 초·중·고교가 20개나 있고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워 교육 환경도 좋다.

얼핏 보면 입지 여건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교통 핵심인 지하철역에서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집값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주공2단지도 메리트가 있지만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얘기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개포지구는 대체로 지하철역(분당선)과 떨어져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1·4단지는 지하철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대단지라는 이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행복한부동산센터장은 "6600여 가구로 재건축되는 1단지는 관리비 절약 등 매머드급 단지만의 프리미엄이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시세차익을 놓고 보면 다소 저평가된 1단지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개포 재건축 단지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다. 개포가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를 갖춘 '강남 속 신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특히 강남에 사는 부자 2·3세들이 개포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지금까지 대치·도곡동 그늘에 가려져 있던 개포가 4~5년 뒤 강남의 부촌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문제는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되면서 '래미안대치팰리스'를 따라잡을 기세라는 점이다.
2단지 전용면적 84㎡형 일반분양가는 13억5000만~13억9000만원인데 같은 평형 래미안대치팰리스 시세는 14억~14억4000만원이다. 개포에서는 '대치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며 고무됐지만 프리미엄이 현재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돼 미래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포 역시 실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동현 센터장은 "4~5년 뒤 개포 단지들이 잇달아 준공되면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시세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수요자로서 개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