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찍겠다"…정치혐오·투표거부가 판 흔드나
"공천싸움 신물""투표생각 없다"…젊은층 넘어 전 연령대로 확산
'낮은 투표율-與 유리' 장담 못해
"혐오가 투표율 높일 것" 해석도
“신물 나는 ‘공천 싸움’을 보면서 정치에 취미를 잃어버렸다.”
“못 먹고 사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의원들 때문에 국회를 폭파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대한민국의 ‘정치혐오증(症)’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의 영향으로 사회 참여에 대한 젊은층의 의지가 꺾인 것은 수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이 도를 넘으면서 이른바 ‘자발적 투표 거부층’이 전(全) 연령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혐오가 실제 투표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이번 4·13 총선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최근 서울과 경기도, 대구경북(TK) 등지의 핵심 선거현장을 집중적으로 둘러본 결과 이 같은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서울 종로의 한 빌딩에서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는 천재일(55)씨는 “원래 소일거리로 정치 뉴스를 틀어놓고 보는 게 유일한 취미였는데 지긋지긋한 공천 파동을 보면서 정나미가 떨어졌다”며 “이번 총선엔 투표장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냉소했다.
동대구역 근처에서 만난 대학생 김성은(19)씨도 “부모님은 원래 새누리당만 찍던 분들이었는데 이번에는 투표 포기를 고민하신다”며 “나 역시 투표권을 처음으로 행사할 기회라 기대가 컸는데 지금 정치인들의 행태를 봐서는 어느 쪽에도 내 표를 던지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마주친 박미선(40)씨는 “밥그릇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데 누굴 찍든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이라며 “투표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고 혀를 찼다.
이처럼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심판하겠다’는 투표 거부층이 젊은 세대는 물론 중장년층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번 총선이 쉽게 예측하기 힘든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으로는 젊은층과 중도·무당파가 소극적인 참여로 투표율을 끌어내리면 여권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이와 같은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20대 총선의 투표율은 19대 총선(54.2%) 때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혐오가 만연한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낮은 투표율이 여권과 야권 중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극단적인 정치혐오가 오히려 투표율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거친 언사를 쓰며 인터넷 댓글로 실망감을 드러내는 2030세대는 상당수가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라며 “19대 총선보다 높은 50% 중후반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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