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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이런 막장국회에…국고보조금 줘야 하나

여행가/허기성 2016. 3. 19. 07:06

이런 막장국회에…국고보조금 줘야 하나

편가르기·찍어내기·갈아타기 `진흙탕 공천`…임시국회 나몰라라
정당지원금 年400억에 총선지원금 또 400억…세비도 꼬박꼬박

 여야가 역대 최악의 '공천 전쟁'을 벌이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정당은 계파 간 밥그릇 다툼만 계속하고 탈당한 의원들은 공천을 위해 철새처럼 당적을 옮겨다니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무용론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 국고보조금과 세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회의론이 비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여야 공천은 전무후무한 최악의 공천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18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계파 갈등은 공천 때마다 있었던 일이지만 전에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내걸고 계파를 챙겼다"며 "그런데 이번 새누리당 공천은 다른 좋은 후보가 있다든가 하는 어떤 변명도 없이 그냥 괘씸죄에 따라 자르겠다는 오만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여야를 막론하고 '져도 좋다. 의석 몇 개 잃어도 좋으니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찍어내겠다'는 생각이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공천이 있었나 싶다"며 "이렇게 지저분하게 공천된 사람들로 이뤄진 20대 국회는 똑같은 구태를 반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도 공전하고 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은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처리하기 위해 단독으로 3월 임시국회를 열었다. 하지만 3월 임시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는 11일 정보위원회가 유일했고 이마저도 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 대신 자기 밥그릇만 챙기면서 국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무능 국회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데 대해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새누리당에 약 47억원, 더불어민주당에 약 41억5000만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이 지급됐다. 작년에는 정의당까지 세 당에 약 394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올해는 총선 보조금으로 400억을 추가로 받게 된다.

국회의원 보수도 높은 수준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정기적으로 받는 연봉은 특수활동비를 빼도 약 1억3800만원 수준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를 국회라 할 수 있느냐"며 "인원을 100명으로 줄여도 아무 문제없이 돌아갈 것 같다

국회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민전 교수는 "현재 국회의원 세비는 기본급에 활동비가 더해지는 방식"이라며 "회의가 없는데도 있는 날이나 없는 날이나 똑같이 세비가 나가는 것인데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의가 많은 날은 더 받고 국회 문이 닫혀 있을 때는 세비를 안 주는 등 대안은 많지만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여론과 시민단체가 추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단체는 이미 정치권에 흡수돼버렸다"고 개탄했다.

여야가 19대 국회에서도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의 세비에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재작년 12월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 등 154인이 '정기국회·임시국회 회기 내에 국회법에 따른 본회의·상임위원회 회의 등이 전혀 열리지 않으면 그 기간이나 회기만큼 국회의원 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회기 중 전체 회의 일수의 4분의 1 이상 무단결석 시 해당 회기의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개정안들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원 의원은 "의원들이 정치적 입장이나 전략으로 회의를 보이콧하는 것도 정치적 행위의 일종이지만 적어도 의사일정이 합의된 상태에서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의원의 의무"라며 "(이 법안은) 정략적인 것도 아니고 실천만 하면 되는 건데,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거대 담론으로 선거철에만 써먹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우리가 보수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야당은 혁신실천위원회를 만들면서 같이 (개정안을 주제로) 경합을 하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문재인 대표 체제로 바뀌고,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오면서 야당 내부 분열로 제대로 된 논의를 이끌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국회가 쟁점법안을 놓고 여야 간 다툼이 있어서 정상적인 법안 논의가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며 "(세비 삭감 반대라는) 의도성을 갖고 안 한 게 아니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상적인 운영위원회 운영이 불가능했던 것"이라고 맞섰다. "세비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혈세인 만큼 윤리위를 강화해 세비를 어디에 썼는지 감사해야 하지만 국회를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며 "이것이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이고 비뚤어진 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