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서 열린 40만원짜리 귀족파티?
서민들의 '한숨'은 깊을 뿐이고…
반포대교를 기점으로 각각 왼쪽(위)과 오른쪽(아래)에서 지난 11일 벌어진 피서 풍경. 세빛섬 인근에서는 프랑스식 파티 '디네앙블랑 서울' (Diner en Blanc Seoul)이 개최됐으며 왼쪽에서는 시민들이 무지개 분수를 구경하며 치킨에 맥주를 마셨다. |
"한강 공원은 시민의 공원 아닙니까. 사람들 잠시 피서 나오는 곳인데, 저렇게 위화감 조성해도 되나요." (자전거를 타러 나온 서울시민 B씨)
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반포 세빛섬 앞 한강시민공원에서 '디네앙블랑 서울'(Diner en Blanc Seoul)이 열렸다. 이 행사는 드레스 코드가 '화이트'인 파티로, 주최 측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지인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모집된 비밀 파티를 기본 콘셉트로 했다. 행사 장소는 시작 2시간 전까지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었으며, 참가자들에게만 개별 문자로 안내됐다.
참가자들은 1인당 45달러(한화로 5만2000원)의 참가비를 내고 접이식 테이블과 흰색 의자, 카트, 식사, 와인 혹은 샴페인(맥주 금지), 피크닉 바스켓, 냅킨, 전기초, 흰색접시, 와인잔, 물잔 등을 직접 준비해와야 했다. 직접 준비가 어려울 경우 주최 측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위의 필수 사항을 다 구매할 경우 기본이 30만원이었다. 2명의 한 끼 식사에 참가비를 포함해 40만원가량 소비되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이라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옷을 입고와야 했다. 운동화, 반팔티, 반바지 등 금지된 항목을 제외하고 복식을 갖춰입기 위해서는 옷과 구두 및 각종 액세서리를 구매해야 했다. 테이블을 장식하기 위한 화병과 꽃도 전부 흰색으로 통일해야 했다.
한강을 찾은 시민들은 검은 출입통제선 밖에서 화려하게 갖춰입은 1000여명의 사람이 벌이는 파티를 구경했다. 일부 시민은 팔짱을 끼고 지켜봤으며, 어떤 사람들은 아예 인근의 벤치에 걸터앉아 자리를 잡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아래를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울 어딘가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반포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리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는 김모씨(30·여)는 "사실 친구와 함께 참가해볼까 하고 알아봤는데 5만원의 자리세를 내고 나머지를 모두 직접 준비해와야 한다는 사실에 포기했다"며 "경기가 어렵다고들 말은 하지만 돈과 시간 많은 사람이 넘쳐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포대교를 사이에 두고 왼편에서 열린 '디네앙블랑'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테이블(위)과 오른편에서 놀고 있는 시민들이 주문한 치킨 배달부(아래). |
시민들은 아무런 비용도 내지 않고 한강공원 곳곳에 앉아 개수에 따라 3000~9000원에 판매하는 타코야끼나 찹쌀도넛을 인근 푸드트럭에서 사 먹었다. 1만5000~2만원을 내고 치킨을 배달시킨 뒤 인근 편의점에서 사온 캔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도 많았다. 화려한 조명도, 음악도 없었지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하게 돈을 내고 즐기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편함도 정당했다. 돈 없이도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시민의 대표적인 공간인 한강을 검은 펜스로 통제한 가운데 이뤄진 행사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OECD 회원국 소득 계층 간 빈부격차는 3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의 상위 10% 부유층의 소득이 하위 10%의 10.1배에 달했다. 힘든 사람들만 더 힘들어지는 시대다. '디네앙블랑'이 파리나 유럽 전역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고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문제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정답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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