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년까지 상환할 해외채권 40조 육박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 커지는데
美 올 하반기 금리인상 땐
외화 유동성에도 빨간불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은행의 해외 채권이 40조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 및 은행업계에 따르면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수출입·산업·KB국민·신한·KEB하나·IBK기업 등 6개 은행의 해외 채권만 34조5,100억원에 달한다. 농협중앙회와 수협 등 제2금융권을 합치면 40조원에 육박한다.
은행별로 보면 특수은행인 수은과 산은의 연내 만기 채권 규모는 각각 2조7,800억원, 3조9,500억원이다. 내년까지 만기 채권액은 수은이 10조9,800억원, 산은이 8조원이다. 기은은 2조4,800억원 규모다.
시중은행들은 해외 채권 발행총액의 60% 이상이 향후 1~2년 안에 만기가 집중됐다. 내년까지 만기가 되는 해외 채권은 신한은행 4조4,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하나은행 4조3,400억원, 국민은행 4조2,300억원 순이다. 이 밖에 농협중앙회 2조9,300억원, 수협중앙회 3,522억원, 부산은행 8,800억원의 해외 채권 만기가 내년에 돌아온다. 이 액수까지 고려하면 내년까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채권 만기액은 38조6,722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그 여파로 달러 자산이 국내에서 이탈하는 추세가 나타나면 은행들의 해외 채권 상환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을 내년부터 모든 은행에 적용하기로 하는 등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LCR는 은행이 보유한 미국 달러, 국공채 등 현금성 외화 자산을 외화 유출 상황에서 30일간 유출될 외화 순유출량으로 나눈 값으로 이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상황에서 은행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 여파로 해외 자금조달 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내리면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의 차환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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