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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백사장 사진 내밀던 정주영 회장의 패기가 내 맘 움직여”

여행가/허기성 2016. 6. 14. 08:33

현대重 첫 선박발주 리바노스 회장  
울산 원유운반선 명명식 참석  
손자 정기선 전무 영접… 3대째 우정
 

 

스타브로스 리바노스, 리타 리바노스(리바노스 회장 아내), 조지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왼쪽부터)이 13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원유 운반선 명명식에 참석했다. 현대중공업 제공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믿고 현대중공업의 ‘첫 고객’이 됐던 그리스 선엔터프라이즈사(社)의 조지 리바노스 회장(82)이 13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선엔터프라이즈에서 발주한 15만9000t급 원유 운반선 2척의 명명식에 참석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1971년 정 명예회장이 영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면과 울산 미포만 백사장 사진, 그리고 축척 5만분의 1 지도를 갖고 그를 찾았을 때, 정 명예회장의 패기를 믿고 유조선 2척을 발주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들 스타브로스 리바노스 씨(36)와 함께 현대중공업을 찾았다. 

이날 정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부문 총괄부문장(34·전무)이 리바노스 부자를 영접했다. 명명식 후엔 리바노스 부자와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해 대를 이은 우정을 확인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오찬에서 “40여 년 전 나를 찾아와 ‘반드시 좋은 배를 만들어내겠다’던 정 명예회장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몇 년 뒤 최고의 선박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에 대해 “이 고비를 넘기면 반드시 좋은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전무는 “창업자를 향한 리바노스 회장의 믿음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다”며 “최고의 선박으로 그 믿음에 보답하며 앞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2005년 울산에서 열린 명명식에 참석하면서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 첫 방한인 만큼 그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그는 역대 11번의 명명식 중 8번의 행사에 직접 참여해 현대중공업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날 명명식에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등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7월 말 인도되는 이 선박은 리바노스 회장의 고향과 딸의 이름을 따 각각 ‘키오스’와 ‘크리스티나’로 이름 붙였다. 선엔터프라이즈는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에 15척의 원유 운반선을 발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