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狂 시대, 오늘 여긴 어때요?"
날이 더워지면서 서울 유명 냉면집에 길게 '줄'이 선다. 차다는 뜻의 '냉(冷)'자가 아마도 더위를 내쳐줄 것이란 믿음이 있는 탓이다.
# 장면 1
중절모를 쓴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점심 무렵 서울시내 한 냉면집을 찾았다. 가게가 최근에 생긴데다 테이블 수가 몇 안돼 밖에서 30여분을 기다렸다. 어르신은 평양냉면 한 그릇을 시키는 가 싶더니 한입 크게 면을 입에 넣고 국물을 맛본다. '겨자와 식초를 달라'는 주문에 해당 냉면집에서는 "우리집 냉면은 겨자, 식초 같은 건 안넣고 드시는 게 더 맛있다"라고 답한다. 이에 어르신은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취향이 있는 법인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이어 "면이 좀 덜 삶아져서 메밀 본연의 질감이 나지 않는다"고 하자 해당 식당 주방장이 나와 면을 조금 덜어서 먹어본 뒤 "죄송하다"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 장면 2
같이 가기 싫은데 부장이 냉면 먹으로 가자고 해서 끌려나간 자리. 냉면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A씨(27세)는 냉면이 나오자 대뜸 "가위를 달라"고 했다.그러자 부장이 불같이 화를 내며 "평양냉면에 누가 가위질을 하느냐. 고귀한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가뜩이나 냉면에 대한 호감이 없는데 부장까지 화를 내는 통에 입맛이 달아난 A씨는 냉면을 절반 정도 남겼다. 이에 부장은 "이런 놈들을 데려온 내가 잘못이지. 냉면이 뭔지도 모르는 애들한테 헛돈을 썼다"고 투덜거렸다.
서울 시내에서 가볼만한 '평양식 국숫집'을 몇군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맛집 소개가 결코 아닙니다.
냉면집을 소개하기 전 #장면 1, #장면 2 얘기는 하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평양냉면에 대한 애정을 넘어 '평냉부심(평양냉면 + 자부심)'을 부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평양냉면은 이런거야'라는 식으로 가르치려고 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넣어서 먹습니다. 면은 자르지 않지만 냉면 먹기 전에 고명으로 올려진 계란을 먼저 먹지도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계란을 먼저 먹어서 입안을 정리해줘야 냉면맛을 더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제발 '개취존(개인취향존중)'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계란이 왜 냉면에 들어갔을까요? 유래는 모르지만 아마도 전쟁통에 남한에 내려온 냉면이 서민들에게 급속히 퍼졌을 때는 고기 편육을 고명으로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미루어 추측할 수 있습니다.
메밀면이라는게 조금 과장하면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파집니다. 그래서 허기지지 않도록 각종 고명을 올려야합니다. 전쟁통에 비싼 삶은 고기를 넉넉히 올릴 수 없으니 계란이라도 고명으로 올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건 고증한 얘기가 아니니 만약 틀렸다면 지적해 주십시오.
아 맞다. 평양냉면은 겨울에 먹는 음식이니까 여름에 먹는 사람들은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단정짓는 분도 있더군요.
이북에서 추운 겨울날 밤, 출출한데 딱히 먹을게 없어 동치미 국물에 면을 넣고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뒤집어쓰고 먹었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예전에 냉장기술이 부족해 여름에 시원한 육수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을 때 얘기 아닐까요? 다만 유명 냉면집들이 워낙 여름에 많은 양을 내야하기 때문에 육수맛이 왔다갔다하는 측면이 있다는데는 동의합니다. 균일한 맛을 원한다면 겨울에 냉면집을 찾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그렇다고 뜨거운 여름날 냉면을 멀리하고 겨울에만 먹어야한다는 주장은 선뜻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 제가 들어 본 '냉면부심'의 최고봉은 "면을 끊지 않고 주욱 삼키면 위속에 들어간 면과 입속의 면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순간이 생기는데 그때 기분이 좋다"라고 표현한 분이었습니다. 한마디 하고 싶은데 참겠습니다 ㅎ
냉면은 어쩌면 냉면을 먹는 본인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 아플 때 먹는 냉면과 팔팔 날아다닐 때 먹는 냉면은 분명 같은 냉면인데 느낌은 크게 다릅니다. 젊었을 때 맛있게 먹었던 냉면집도 나이가 들면서 '맛이 없다'고 안가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또 누구랑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할 겁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먹는 냉면과 억지로 끌려가 먹는 냉면의 맛이 어찌 같을 수 있겠습니까.
각설하고 이제 본격적인 서울의 '평양식 국숫집'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순서에 특별한 의미는 전혀없습니다. 냉면집 사진은 얼마전 페이스북 친구들께 요청해서 받은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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