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나요
산, 들녁 울긋 불긋 요란한 화장을 하누나
아~세월이여!
중년은 왔는데 , 무엇을 했나?
갈 잎 스산한 찬바람!
가까이 오는데 ,,,,
그대여 이~가을 지나면 스산한 찬바람
살겯을 스칠텐데 겨울 준비는 하였는가?
경매땅박사/허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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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전쟁하며 뒤로는 남산과 타워
앞,옆으로는 제3한강교(한남대교)한강을
마주하며 가을 정경으로 변화하는 남산을
벗하며 살아 갑네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여자의 '무연고 사망'… '죽여주는 여자'
** 이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혈혈단신, 오로지 몸뚱이 하나 남은 65세 여자가, 그 나이에 생계를 그럭저럭 유지할 직업을 갖고 있다면 그건 뭘까. '소영(윤여정)'의 경우, 그녀의 직업은 일명 '박카스 할머니'다. 늙어 꼬부라진 할아버지들의,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성욕을 아주 싼 값에 해결해주는 일을 한다. '죽여주는' 실력 덕에 소영을 일부러 찾는 할아버지도 있다.
어느 날 소영은 팁까지 두둑이 챙겨주곤 했던 마음씨 좋았던 단골, 송 노인의 소식을 듣게 된다. 지금 송 노인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똥·오줌' 못 가리고 꼼짝하지 못한 채 침대에만 누워 있는 신세다. 옛 정에 안쓰러워진 소영은 병문안을 갔는데, 뜻밖에 송 노인의 간절한 부탁을 받는다. '착해빠진' 소영은 고민 끝에 그 부탁을 들어준다. 그리고 진짜로 '죽여주는' 여자가 된다.
원하신다면 진짜로 죽여주는 여자
이 메인 카피는, 영화에 대해 감독이나 배우 등 그 어떤 사전 정보가 없더라도 엄청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뉴스의 소재로서도 매우 자극적인 '박카스 할머니'가 영화의 주인공인 것부터, 이 할머니가 진짜로 노인을 죽여준다는 것. 그리고 감독은 이재용인 데다가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한 배우는 윤여정이라는 것. 이 모두가 영화를 매우 관능적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영화의 본 모습은 전혀 관능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적막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적막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과 철저한 '소외'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직 늙은 나이는 아닌지, 사실 평소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는 자주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러 그 생각을 뿌리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환갑이 지나가 칠순을 맞고 팔순이 코앞에 다가오는 나이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머지 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죽음을 진지하게 시뮬레이션 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기적인 상상을 할 것이다. 최대한 품위 있게 죽는 상상 말이다.
그렇지만 죽음에는 예고편이 없다. 어디에서, 어떻게, 왜 죽게 될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종말을 맞는 순간을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그 기다림은 제법 큰 공포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공포를 없애는 법은 죽음의 순간을 미리 아는 방법 밖에 없는데,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본인의 의지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뿐이다.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
그런데 영화 속 송 노인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사람이다.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정도로 육체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뇌가 망가져 방금 약을 먹었는지조차 바로 잊어버리는 '종수(조상건)'도 스스로 자신을 죽이기가 수월치 않다. 아내를 먼저 보낸 '재우(전무송)'는 사지·정신 다 멀쩡하지만 외로움이 무서워 역시 죽음을 스스로 실행하지 못한다.
송 노인과 종수, 재우는 모두 늘그막에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가족이 있어도, 없어도, 소외는 마찬가지로 이 노인들의 말년을 엄습했다. 이들이 사는 건,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연명이었다. 철저히 혼자서 병마와, 기억의 상실과, 그리고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길에 혼자 서성이는 아이를, 고민도 없이 집에 데려와 맛있는 소시지부침을 해다 줄 정도로 착한 여자, 소영이. 제 스스로 삶을 놓지도 못하고 벌벌 떨며 생의 끄트머리를 개똥밭(이승)에서 구르고 있는 이 세 남자들을 저승으로 안내했다. '박카스 할머니' 소영의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하지만 단호하게. 덕분에 소영은 적막하게 '무연고 사망'하였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외롭고 조용하게 세상을 떴다.
정말 고민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죽음 직전의 '삶'
어떻게 해야 잘 죽는 건가? 잘 죽는 방법이란 게 있긴 있을까?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정작 가장 두려워했던 건 죽음 자체가 아니라, '속절없이 혼자'라는 상태에 대해서였다. 영화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죽음을 쓸쓸하게 그렸지만, 죽음 직전 이들이 살고 있는 삶이 어떠했는지 그 게 더 신경 쓰인다. 죽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던 삶 말이다.
'품위 있는 죽음'을 고민한다는 건 결국, 마지막까지도 품위 있는 삶을 고민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몫은 당사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주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제법 큰 화두다. 하지만 우리들은 사느라 '삶'을 고민할 틈이 없으니 참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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