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거리를 현관 앞까지… 새벽 배달 전쟁
매년 폭발적 성장세… 스타트업 각축에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인터넷·휴대폰 앱 통해 주문하면/밤사이에 싱싱한 재료 갖다줘
맞벌이·1인 가구가 주요 고객/30대 여성이 전체 가입자의 40%
"물류망 갖춘 대기업 진출하면
스타트업들 위기감 느껴" 반응
"문어, 바지락 살아 있습니다. 조심해서 가져가세요!"
지난 20일 밤 11시 서울 송파구의 서울복합물류단지. 오가는 차량마저 뜸한 이곳의 정적을 깨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타트업 더파머스가 임차한 8595㎡(2600평) 규모의 냉장·냉동 창고에서 직원 50명이 정신없이 박스에 물건을 주워담았다. 3일 전에 도축한 쇠고기부터 살아 있는 바지락, 쑥갓, 미나리, 치즈, 손질된 과일 등이 박스 안에 차곡차곡 담겼다. 이날 아침 전남 완도에서 잡힌 문어는 해수가 담긴 봉지 안에서 살아 꿈틀거렸다.
자정이 되자 집하장에 1t 택배 트럭 130대가 우르르 몰려들어 물건을 차 안에 싣기 시작했다. 새벽 2시 서울 논현동의 한 아파트. 더파머스 배달원 조성민(32)씨는 유기농 치즈와 당근, 브로콜리, 허브가 담긴 박스를 고객의 현관 앞에 내려놨다. 그러고는 현관문과 박스가 함께 보이도록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아침 7시쯤 고객의 휴대폰으로 전송된다. 더파머스가 운영 중인 장보기 서비스 '마켓컬리'의 모습이다.
유통업계에서 새벽 배송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파머스·우아한형제들 등 10여개 스타트업은 휴대폰 앱과 인터넷을 통해 밤 10~12시 사이 아침밥 재료·반찬 같은 먹거리를 주문받고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앞에 물건을 놓아두는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타트업 헬로네이처는 산지 직송 농산물을, 우아한형제들은 '배민프레시'라는 서비스로 반찬·샐러드 등을 주문 다음 날 아침까지 배달해준다. 새벽 배송 시장이 지난 2년 새 급성장하자 최근엔 SK플래닛·GS리테일 등 대기업 유통사도 뛰어들고 있다.
◇2년 사이 10~20배 성장… 폭발적 성장에 대형 유통사들도 뛰어들어
새벽 배송 스타트업들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파머스의 고객 주문량은 2년 전 하루 평균 150건에서 현재 3000건으로 20배가량 뛰었다. 매출 역시 월 5억원 안팎에서 지난 6월에는 4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올해 연간 매출 500억원 돌파를 예상한다. 이 회사는 늘어나는 주문 수량에 대응하기 위해 연말까지 새벽 배달을 위한 물류 창고를 1983㎡(600평) 더 임차하기로 결정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프레시도 지난 1년 사이 회원 수를 10만명에서 40만명으로 불렸다.
유통 대기업들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농산물 새벽 배송을 해왔던 헬로네이처를 지난해 12월 인수한 뒤 4월부턴 새벽 배달을 서울 전 지역으로 넓혔다. GS리테일은 지난 18일부터 먹거리 5000종을 주문 다음 날 아침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부터 가정 간편식 새벽 배달 서비스를 열었고, 동원홈푸드는 반찬 새벽 배달을 해왔던 스타트업 '더 반찬'을 지난해 인수했다.
◇배송에 IT 접목 새로운 시장 개척
새벽 배송 전쟁은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를 주요 타깃층으로 겨냥하고 있다. 더파머스의 설문조사(이용자 7000명 대상)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중 1인 가구가 20%, 2~3인 가구가 60%를 차지한다. 연령별로는 30대 여성이 전체 가입자의 40%다. 상품 역시 소고기 200g, 아보카도 2개 등 1~2인 가구에서 필요한 만큼만 주문할 수 있는 소포장 상품 위주다.
새벽 배송 시장이 활성화된 데에는 스마트폰 확산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 향상된 것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더파머스는 고객들의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매일 상품의 주문 수요를 예측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한다. 예컨대 전복 같은 해산물도 딱 필요한 만큼만 주문해 배송을 하는 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새벽 배송 전용 앱을 선보여 주문량을 1년 사이 10
배로 끌어올렸다.
유통 대기업의 진출에 대해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로 개척한 시장에 대기업들이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하는 반응도 나온다. 김슬아 더파머스 대표이사는 "수천억대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들이 자체 물류망을 앞세워 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면 스타트업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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