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LCD 향한 LG디스플레이의 17조 규모 '마스터플랜'…성공 가능성은?
중국으로 넘어간 LCD 패권, 3년내 OLED로 ‘중심축’ 바꾼다
우선 10세대 LCD 구축 후 OLED로 전환 계획
중국과 합작법인 설립 허가 문제 등 장애물 수두룩
LG디스플레이가 25일 발표한 대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계획 발표는 지난 수년간 LG디스플레이가 치열하게 고민해온 흔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실적 측면에서 LG디스플레이는 오랜 기간 흑자를 유지하며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중장기적인 생존 가능성 측면으로 보면 현재 사업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 경영진이 품어온 고민이었다.
현재 LG디스플레이 (32,250원▼ -%)매출의 90% 수준을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LCD) 분야는 10세대 이상의 대규모 공장을 앞세운 중국으로 시장 패권이 넘어가고 있다. 중소형 OLED나 퀀텀닷(quantum dot) 등 LG디스플레이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은 삼성디스플레이 등 선두 기업들이 먼발치 앞서갔다.
25일 LG디스플레이는 이사회를 통해 10.5세대 OLED 생산을 위한 선행 투자에 2조8000억원, 중소형 POLED 추가 생산능력 투자를 위해 5조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생산 거점으로 설립 중인 P10에는 7조8000억원을 들여 10.5세대, 6세대 OLED 장비를 들여놓는다는 계획이다. 중국 광저우에도 1조8000억원을 들여 현지 정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8.5세대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 ▲ LG디스플레이 8세대 LCD 생산라인./LG디스플레이 제공
◆ "LG디스플레이에 주어진 시간은 3~4년"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LCD 이외의 확실한 대안을 찾아내기까지 주어진 시간을 3~4년 정도로 보고 있다. 2010년 이후에는 중국에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10세대급 초대형 LCD 패널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제품을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시장 자체가 초토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발 LCD 공급 과잉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내년 1분기부터 중국 BOE의 10.5세대 허페이 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듬해에는 CSOT의 10.5세대 선전 공장도 생산을 시작한다. 같은 해 폭스콘도 10세대 공장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10.5세대 공장 3개를 포함해 총 27개의 디스플레이 공장을 보유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확실한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었다. '해볼만한 선택'은 있었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발 10세대 LCD 공세에 대해 "꼭 10세대 이상의 공장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8세대에서 어느 정도 (중국 기업들의 10세대 공장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략이라기보다는 단순 대응에 가까웠다. 8세대 공장으로는 6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10세대급의 공장과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10세대 공장이 가장 큰 효율을 발휘하는 6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시장은 아직 큰 시장은 아니지만 대형화 추세가 지속되고 만큼 2~3년 내에 주력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선뜻 10세대급 공장 설립에 나서는 것도 위험부담이 크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과 달리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한 10세대 공장이 투자자본수익률(ROI)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10세대 LCD 팹 건설 이후 급격한 실적 악화로 결국 대만 훙하이그룹에 인수된 일본 샤프의 선례도 무시할 수 없다.
- ▲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 묘수 찾아낸 LG디스플레이, 10세대 LCD서 추후 OLED 전환
LG디스플레이는 결국 중국의 10세대 LCD 공장에 대응하면서도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묘수를 떠올렸다. 10.5세대 공장을 설립하되 OLED 패널 생산 기술이 안정화할 때까지 우선 LCD를 먼저 생산한다는 것이다. 저온 폴리실리콘(LPTS) TFT LCD 생산 라인이 몇 가지 장비 변경을 통해 OLED로 큰 투자 없이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LG디스플레이의 계획이 결국 OLED 투자로 ‘위장’한 LCD 투자가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특히 10세대급 OLED 생산장비는 대량 양산 라인에서 한 번도 검증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26일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10.5세대 투자는 LCD 양산 확대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합판의 안정화가 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OLED를 생산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 시장 수요가 있으면 일시적으로 LCD 생산에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10.5세대 OLED 안정화가 늦춰질 경우를 감안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시와 합작법인 형태로 광저우에 8.5세대 OLED 공장을 짓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OLED 합작법인에 쏟아붓는 출자 규모를 1조8000억원 수준이며, 신공장 생산능력은 월 6만장에서 9만장 사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형 OLED 패널 생산의 핵심 장비인 일본 도키(Tokki)의 증착장비도 향후 2~3년 내에 2대의 장비를 더 수급 받을 전망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6세대 OLED 공정에서 활용 가능한 2대의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한 대는 도키, 다른 하나는 국내 장비업체인 선익시스템이 개발한 장비다. LG디스플레이가 목표로 내건 월 6만5000장의 생산능력을 위해서는 최소 2대의 장비가 더 필요하다.
- ▲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LG디스플레이 제공
◆ LG디스플레이 앞에 놓인 험난한 장애물들
LG디스플레이의 이같은 계획에는 장애물이 수두룩 하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난관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정부의 중국 합작법인 설립 허가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시와 OLED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가 필요한데, 심의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여론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OLED는 기술적으로 LCD보다 굉장히 난이도가 높다. 선진기술이 여러 가지 복합적이어서 기본적으로 쉽게 복제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합작법인으로 운영되는 공장에서 기술 유출을 완벽하게 방어하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도 있다. 통상 10세대 이상의 디스플레이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유리를 근거리에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유리 기판 공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투자에도 1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투자규모가 국내외를 합쳐 17조원이라는 LG디스플레이의 추산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OLED 관련 설비투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와중에 대안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투자로 사실상 LG디스플레이는 OLED 분야에 ‘올인’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대만 등지에서는 퀀텀닷이나 마이크로 LED 등 OLED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부품사들의 ‘큰 손’인 애플의 경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마이크로 LED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 계획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LCD 일변도의 매출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야 하는 부담감과 확실한 성장 동력을 실증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모두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여러 가지 투자 계획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하나만 계획과 어긋나기 시작해도 ‘큰 그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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