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가득 싣고, 다주택자들 찾아가는 문재인號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하 8·2부동산 대책)에는 내년 4월1일 이후 거래분 부터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끌어 올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서울, 경기도 과천·광명, 부산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보유기간별 10~30% 공제율이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8개월 동안 시간을 줄 테니 세금부담이 두렵다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집은 매매하라는 의미가 담긴 대책인 셈이다.
현재 양도세율은 일부 비과세 대상을 제외하고 주택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6∼40%(기본세율)가 부과되는데 내년 4월1일부터는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서 10%p가 추가되면서 16∼50%, 3주택 이상자는 20%p 증가한 26∼60%가 부과된다.
지방세(본세의 10%)까지 포함하면 3주택자의 경우 최고 66%의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빨리 보유한 주택을 매도해 양도세 부담을 줄일지, 버틸지 아니면 이참에 정부의 유도책에 따라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3주택자-3배 이상, 2주택자-2배 이상 세금 오른다
내년 4월1일 이후 세금은 얼마나 인상되는 것일까.
예를 들어 A씨가 3주택자라고 가정하고, 서울에 5년 동안 보유한 아파트를 팔아 6000만원의 양도 차익이 발생했다고 치자.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면 A씨는 아파트를 5년 보유했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 900만원(15%)과 기본공제(250만원)을 뺀 485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이 경우 4600~8800만원 과표구간에 해당되면서 세율 24%가 적용, 세금은 624만원(지방세 포함 706만2000원)이 된다.
하지만 A씨가 내년 4월1일 이후 같은 조건의 아파트를 양도할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어 과세표준 금액은 5750만원으로 뛰게 된다. 여기에 3주택자 이상에 대한 양도세 중과(+20%)로 최고 44%의 세율이 적용, 총 2008만원(지방세 포함 2208만8000원)이 세금으로 부과된다.
집을 팔지 않고 버티다 내년 4월1일 이후 팔면 세부담이 3배 이상 커진다는 이야기다.
2주택자라고 가정할 경우에도 양도세 중과세율(+10%포인트)이 적용되면서 2배 이상(지방세 포함 1576만3000원) 세부담이 커진다.
아파트 분양권을 넘겼을 때도 세금이 무거워진다. 올해까지는 보유기간이 '1년 이내'는 50%, '1년 이상~2년 미만'은 40%, '2년 이상'은 기본세율(6~40%)로 차등적용 되는데, 내년 4월1일 이후부터 판 분양권에 대해선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무조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주민세까지 합치면 55%로 차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뜯기는 셈.
다만 주택을 갖고 있지 않는 상태라면 추가 세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자로서 연령, 전매사유 등 일정 요건이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준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들은 '실소유자'이지 '투기꾼'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A씨가 2년 넘게 보유한 분양권을 팔고 1억2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냈다고 치자.
8·2 부동산 대책으로 예외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양도소득세로 66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필요경비 등 제외). 그러나 예외로 인정됐을 땐 기본 세율에 누진공제와 필요경비 등을 인정받아 내야할 세금은 약 2900만원 수준이다.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령에 구체적인 예외 범위가 추가될 예정이다. 연령 범위에는 현행 세법의 세대주 기준인 '30세 이상 무주택자', 전매사유에는 1세대1주택 비과세 요건을 준용해 일시적 2주택으로 보는 질병, 직장 이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진정 안된다면... '보유세 강화' 카드 제시될 듯
현재로서는 '세금 강화'라는 초강력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투기 근절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세금 강화에 더해 노무현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실패원인 중 하나였던 금융규제가 추가되고, 투기꾼들이 가장 두려워 한다는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동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7일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2부동산대책의 투기근절 효과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투기세력을 막을 정도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49.6%로, '투기세력을 막을 정도까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30.3%)보다 19.3%p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잘 모름' 20.1%).연령별로는 30대(효과적일 것 68.5%, 비효과적일 것 13.5%), 40대(54.2%, 33.4%)에서 긍정적 전망이 과반으로 나타났다. 50대(48.2%, 35.5%)에서도 절반 가량이 긍정적 전망을 했으며 20대(35.3%, 26.5%)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60대 이상(43.4%, 38.6%)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61.7%, 17.1%)와 대구·경북(54.7%, 21.9%), 경기·인천(53.4%, 28.2%), 서울(50.7%, 33.1%), 대전·충청·세종(44.7%, 29.4%)에서 투기근절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우세한 반면, 부산·경남·울산(38.3%, 43.1%)에서는 부정적 전망이 살짝 높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57.2%, 22.1%)과 중도층(54.5%, 31.4%)에서 투기근절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우세한 반면, 보수층(35.7%, 41.8%)에서는 부정적 전망이 높았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앞서는 가운데,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 잡기에 실패해 정권까지 잃어버린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보유세(재산세 등)' 강화다.
이미 세법개정안을 통해 초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율 인상이 추진되고 있는데,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이들에 대한 '핀셋 보유세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보유세는 누진 과세 체계다. 이에 따라 최상위 누진구간(주택 과표 3억원 초과)에 대해 적용되는 세율(0.4%)을 1~2%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릴 경우 다주택 보유로 인해 재산세 과표가 높은 이들이 주택 매매에 나설 확실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조세전문가는 "우리나라 재산세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처럼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담세력이 있는 이들에게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투기심리를 잡는데 즉효약"이라며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되는 등 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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