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개포주공6ㆍ7단지 등이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에 발이 묶였다. 특히 은마아파트의 49층 초고층 건립안에 대해 서울시는 사실상 불가 최후 통첩을 날렸다. 앞서 서울시가 수 차례 사전협의를 통해 49층 불가 방침을 강조했지만 또다시 주거동을 49층으로 계획한 기존 정비안을 그대로 들고 와서다. 서울시는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제1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안'에 대해 미심의 결정을 내렸다. 도계위 위원들이 재건축 안건에 대해 '미심의'를 통보한 것은 이례적으로 꼽힌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통상 부결 판정을 내리지만 서울시는 은마아파트가 서울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별도의 의견을 공개했다.
심의에서 서울시는 은마아파트에 "사실상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종상향 추진으로 얻어내겠다는 준주거지역은 물론 3종주거지역까지 모두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기존 계획안에 고집을 부려서다. 서울시 도계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은마 정비계획안의 경우 높이 등 우리시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계획 변경시 조건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심의요건 자체가 불충분하다는 다수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첫 도계위 상정에서 사실상 최후 통첩까지 받은 셈으로 서울시는 2015년부터 수 차례 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더 이상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실질적인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이번 심의에 올렸다.
서울시는 초고층 관리기준에 대한 입장까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은마아파트가 입지한 학여울역 일대가 아파트 단지와 양재천으로 인해 주변과 단절돼 있는 주거지역인 만큼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의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중심지 범역에 포함되지 않는 주거생활 중심의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35층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나머지 개포6ㆍ7단지, 송파구 오금동 가락상아1차,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대치쌍용1차 등 4건은 시간 부족으로 심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재건축 단지는 시간 부족으로 도계위 심의를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오는 30일 열릴 제15차 도계위에 재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주공 6ㆍ7단지는 1960가구 규모의 대형 재건축 단지다. 재건축 후 2994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이들 단지는 바로 옆 개포주공5단지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인근 도로 문제 등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둘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5단지는 5월 도계위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가락상아1차는 재건축 후 393가구가 된다. 이번 도계위 심의 안건에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 자문안이 올라온 대치쌍용1차는 재건축 후 최고 35층, 1100가구로 변신한다.
다만 잠실지구에 대해서는 50층 이상 초고층이 가능한 상태다. 도시기본계획상 높이관리기준에 따르면 중심성이 있는 도심·광역중심의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에서는 51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 건립이 가능하다. 잠실주공5단지는 광역 중심인 잠실역 사거리 주변에 위치해 종상향(제 3종 일반 주거지역→준주거지역)을 통한 초고층 재건축을 할 수 있다.
현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좁은 대지면적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49층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고층으로 동간 간격을 넓혀야 주민 편의는 물론 일대 아파트 단지의 조망권까지 확보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임대주택을 최대치로 반영해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은 마련했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도 반응은 차갑다. 앞서 반포지구와 잠실지구에도 같은 이유로 규제 강화를 언급한데다 자칫 다른 재건축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동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 주는 영향력이 큰 만큼 층수, 용적률, 용도변경 등의 예민한 사안은 규제 틀 밖에서 검토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한 계획안을 가져와야만 상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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