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또 '강남'만 타겟?
오늘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세종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 원 이상의 주택(분양권, 입주권 포함)을 살 때 자금 조달 계획 및 입주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 목적이 강한 서울 강남권 등의 자산가들이 개인 재산 노출 및 세무조사 가능성 등에 따라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계획서를 전수 조사하는 것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덜한 지역은 대책 실효성 우려도 교차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6일부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과 입주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기존 주택을 비롯해 분양권, 입주권 모두 포함된다.
우선 자금 조달 계획은 기존 보유 부동산의 매도액과 금융기관 예금, 주식·채권 매각대금 등으로 분류되는 '자기자금'과 금융기관 대출액, 사채 등으로 이뤄진 '차입금'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각 항목의 합은 주택매매가격과 같아야 한다. 입주 계획서의 경우 본인이 입주할지, 가족이 함께 입주할지를 밝히고 입주 예정 시점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임대를 놓는다면 해당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신고 의무자는 해당 주택을 사는 매수인이며, 개업공인중개사를 통한 주택거래계약 신고 시 개업공인중개사에게 60일 이내에 자금 조달 계획 및 입주 계획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일단 이번 대책 시행으로 무분별한 투기 수요를 비롯해 편법증여를 통한 세금 탈루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신혼부부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하는 경우 거래신고를 할 때부터 부모의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야 해 편법 증여가 어려워진다.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명의 등 차명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도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증여세 등 세금 탈루 여부를 조사하고, 전입신고 등과 대조해 위장 전입,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업계에서는 정부가 신고내용을 근거로 세금탈루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한만큼 서울 강남권 고가 단지를 비롯해 학군 수요가 몰린 지역이 사정권에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지역은 그동안의 법령이 부동산 물권현황과 거래내역 신고에만 그쳐 사각지대가 있어왔다. 이에 상대적으로 편법증여를 통한 세금탈루나 위장전입 등의 불법행위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정기관이 모든 사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수 없는 만큼 의심사례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개인 자산 노출과 세무조사 가능성 등의 부담으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해 이는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덜 한 지역의 경우 자금조달계획 신고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모든 자금조달계획과 입주계획서를 조사하기에는 인력과 시간 소모가 상당한 만큼 일부 허술한 관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에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딱 봐도 의심가는 사례만 잡아낼 수 있지, 일일이 하나하나 모든 것을 조사할 수 있겠냐"면서 "결국 이번 대책도 결국 강남권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정부의 엄포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으로 정밀하고 체계적인 신고사항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자금조달계획서 등 신고사항을 국세청에도 제공해 부동산 투기수요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합동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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