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이 당한 역대급 땅 사기, 수법을 봤더니..
지난해 말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은 피해자 1000여명, 피해금액 1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기획부동산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땅집고 4월 20일 ‘사상 최대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건의 전말’ 참조) 이 사건 피해자 중에는 아직도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피해자들을 불러 사기당했다고 설득하는데 한1인당 30분씩은 걸린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을까. 땅집고는 피해 예방 차원에서 제주도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의 수법과 피해 사례를 알아봤다.
■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되는 다단계 조직
수사 당국은 제주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이 대규모로 벌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단계’ 조직의 영업 방식이 동원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기획부동산 사기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왕 회장’이라는 인물 아래에서 수법을 배웠던 A씨(구속 중)는 울산으로 내려와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을 기획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는 2015년 가족 관계인 B(구속 후 보석)와 C(불구속)씨를 끌어들여 ‘모(母)기업’ 격의 기획 부동산회사인 ‘명품부동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본인들 실체를 숨기기 위해 명품부동산이라는 모기업 아래 다시 3개의 부동산 법인을 다시 만들었고, 모두 명목상 ‘바지 사장’을 세웠다.
이들 회사에서 근무했던 피해자 중 한 명은 “누가 사장이고 이사인지, 진짜 소유주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그저 회사에서 부르는 호칭에 따라 이사, 부장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부동산 법인에서 하루 4시간을 근무하면 월 140만원 정도 주는 조건으로 직원을 모집했다. 주부·은퇴자도 취직 가능했고, 일하는 시간에 비해 급여가 괜찮은 편이었던 까닭에 쉽게 직원이 모였다. 경찰 관계자는 “워크숍, 야유회, 송년회 등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가며 철저히 조직 관리를 했다”며 “피해자 중에는 ‘회사(조직)에서 일하는게 재밌다’고 진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제주도 땅의 투자 가치를 설명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교육하고 실적이 없으면 즉시 해고했다.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려면 땅을 팔든가, 본인 또는 가족에게라도 땅을 떠넘겨야 했다. 피해자 중 B씨는 “동네 아는 언니가 한 달 일하면 월급을 준다고 해서 갔는데 교육을 듣고 속아 땅을 샀다”며 “이후에는 회사에서 교육받은대로 친정 엄마에게 ‘제주도에 집 지어 놓으면 대박’이라고 설득해 땅을 사도록 했다”고 말했다.
회사에선 ‘남편 몰래 대출 받는 방법’, ‘카드론 받는 방법’ 등도 알려줬다. 투자 금액은 수백만원~수억원대까지 땅 크기와 위치에 따라 다양했다. 판매 실적에 따라 즉각 수당이 지급됐고, 승진이 이뤄지는 전통적인 다단계 영업 방식이었다. 경찰은 “다단계 영업 방식의 특징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구조여서 본인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외부에 발설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기꾼 A씨가 설립한 기획부동산 사무실은 울산 남구 삼산동 등 핵심 업무지역에 있었고, 사무실 내부는 고급 소파와 최고급 인테리어로 초호화판이었다.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제주 현장 투어 담당, 브리핑 전담, 전화 영업 조직, 계약 전담 조직 등으로 나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과거 기획부동산 사기꾼들은 토지 실물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위조 서류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씨 일당은 투자할 땅을 실제로 보여주며 투자자의 ‘신뢰’를 유도했다. 기획부동산 투기가 이뤄진 토지 주변에는 실제 개발 사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고, 멀쩡하게 도로가 나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 특성상 외지인들은 모르는 각종 규제가 많았고, 제주도에 워낙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 공무원이 일일이 해당 토지의 개발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설령 공무원이 개발 불가능 지역이라고 말해줘도, 사기꾼들은 ‘공무원들은 잘 모르고 무조건 아니라고만 대답한다’는 식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로 개발 안된다”고 믿는 피해자도
피해자 대부분은 서민층으로 퇴직금 넣을 곳을 찾던 퇴직자, 오랜기간 모아둔 쌈짓돈을 투자한 주부들이 많다. 피해자 변호를 담당한 류재언 변호사는 “사기 부동산에 당해 부부간 불화로 가정이 파탄난 경우도 있고, 엄마가 갓난아이를 데리고 재판정까지 와서 울고 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특징 중 하나는 좀처럼 본인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용산경찰서 윤종탁 경감(당시 울산 남부경찰서 근무)은 “통상 큰 필지의 땅을 쪼개 팔았는데, 피해자 중에는 자신들에게 사기를 친 기획부동산이 사라지면 이 쪼가리 땅을 사줄 사람이 없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경찰이 해당 부동산에 대해 수사하고 있어 땅이 개발되지 않는다고 믿는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총10명을 입건해 이 중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 총책 1명만 지난해 12월 구속돼 있고, 두 명은 “나이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불구속, 두 명은 보석으로 출소해 있다. 이들 중 한명은 지금도 울산의 부동산 중개법인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활동 중이다.
피해자들은 “엄청난 피해자가 발생했고, 피해 금액도 큰데 사기꾼들 대부분이 풀려나와 지금도 비슷한 수법으로 부동산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울산처럼 현금이 풍부한 지방 도시에서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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