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핵심은 신(新)도시 조성과 서울 도심 용적률 상향 조정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서울과 일산·분당 등 기존 신도시 사이에 330만㎡(100만평) 이상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330㎡ 규모면 주택 4만∼5만호 가량이 공급될 수 있는 것으로 평촌신도시(511만㎡)에 조금 못 미치고 위례신도시(677만㎡)의 절반 정도 크기다. 이들 신도시에서 나오는 주택 물량은 20만호로 2021년부터 공급된다. 국토부는 신도시 1∼2곳의 입지는 연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투기적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8·2 대책 등 정부가 내놓은 주요 부동산 대책도 양도소득세 강화 등 수요를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의 이런 판단엔 수도권의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오히려 정부는 수도권 입주 물량 폭증으로 인한 미분양 사태를 걱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강남은 물론 강북으로까지 확산되고 서울 근교로까지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정부가 신도시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주택공급 확대로 시장의 수요를 맞추는 것이 부동산 안정화에 가장 필요한 대책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에 30만 가구 공급…신도시 짓고 유휴부지 쓰고
국토부는 이날 기존에 확보돼 있는 48만 가구가 건설될 공공택지 외에 수도권에 입지여건이 좋은 30만 가구의 공공택지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분당·일산 등 수백만평에 달하는 초대형 신도시에는 못 미치지만 서울 인근에 4만∼5만 가구 건설이면 신도시급으로 불릴 만한 적지 않은 규모다.
국토부는 우선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협의 절차가 완료된 중소규모 택지 17곳에서 3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서울에서 강동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1300가구)와 개포동 재건마을(340가구)에서 약 1640가구를 공급하는 등 총 11곳에서 1만가구 정도를 건설한다.
이들 2곳을 제외한 나머지 9곳(8642가구)은 사업구역 지정, 사업협의 등을 거쳐 서울시가 구체적인 사업지구를 공개한다. 경기도에선 광명 하안2(59만3000㎡, 5400가구)와 의왕 청계2(26만5000㎡, 2560가구), 성남 신촌(6만8000㎡, 1100가구) ·시흥 하중(46만000천㎡, 3500가구), 의정부 우정(51만8000㎡, 4600가구) 등 5곳에서 1만7160가구를 건설한다. 국토부는 “서울 경계에 있고 철도와 지하철, 고속도로 등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곳을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검암 역세권에서는 79만3000㎡, 7080가구가 공급된다. 인천 지하철 2호선 검암역과 인접해 있고 청라지구와 가까워 젊은층 주거 수요가 풍부하다.
국토부는 1차 공급부지에 대해 이달 21일 주민공람을 시작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지구계획 수립과 보상에 들어가면 2021년쯤 주택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추가로 공급하는 30만가구 가운데 67%인 20만가구를 신도시 형태로 공급한다. 국토부는 서울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이에 330㎡ 이상 대규모 택지 4∼5개소를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도시급 택지에는 인프라와 교통망, 자족기능을 갖춘 가치창출형 주거 공간을 조성해 수도권 중심부의 주거와 업무 기능을 분산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력 신도시 후보지로 과거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 해제된 광명시흥지구와 하남 감일지구를 우선 가용택지로 분류한다. 안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박달테크노밸리 조성사업, 고양시 장항동 일대 등을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서울 상업지역 복합건물 주거용 용적률 600%까지 허용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엔 서울 상업·준주거지역에 대한 용적률 등 규제 완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서울은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 건물의 주거외 용도비율을 20∼30% 이상, 주거용 사용부분의 용적률을 400%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나, 주거외 용도비율은 일괄 20% 이상으로 하향하고 주거용 사용부분의 용적률은 600%까지 올라간다.다만 증가한 용적률의 50%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현재 서울 준주거지역에선 용적률이 기존 400% 이하로 규정하고 도심 내 역세권에서 임대주택을 용적률 초과 부분의 50% 이상 지으면 용적률을 500%까지 부여하고 있다. 앞으론 역세권뿐 아니라 서울의 모든 준주거지역에서 임대주택을 용적률 초과 부분의 50% 이상 내놓으면 용적률 500%를 허용한다. 이런 방침은 서울시가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하고서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역세권 주택 공급도 확대된다. 정부는 교통이 편리한 서울시 역세권의 용도지역을 상향해 분양과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단, 증가한 용적률의 절반은 임대주택 등으로 기여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서울시는 내년에 5곳에 대해 시범사업을 벌이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한편 국토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서 강남권에 대규모 신규 택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서울시가 반대해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구체적인 장소가 나오지 않은 서울 9곳도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다.
김정희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 자체적으로 서울의 그린벨트를 풀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30만㎡ 이하의 소형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시도지사에 위임된 상태지만 정부가 공공주택 건설 등의 이유가 있을 때는 직접 해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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