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세상에서 그는 37살 청년 강동규이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그냥 ‘장애인’으로 더 쉽게 통한다. 온라인 세상에서 그의 ID는 172445이다.
하지만 네티즌 사이에서 그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쇼핑몰 사장님’으로 더 쉽게 통한다.
19일 오후 경북 김천시 감호동의 단독주택. 자신의 집에서 강씨는 방바닥 한가운데 누운 채 기자를 맞이했다. 어깨까지 말려들어간 오른팔, 꼭 오므린 양 손, 뒤틀린 허리와 제각각 노는 두 다리…. “안녕하세요… 강동규…입니다….” 힘겹게 한 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펴지기를 반복한다. 반달 모양이 된 두 눈만이 그의 표정이 밝다는 것을 알게 한다.
방 한쪽 구석에 놓인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자 갑자기 강씨가 누운 채 발로 바닥을 긁으며 몸을 돌려 컴퓨터에 발을 갖다댄다. 왼쪽 검지발가락으로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마우스를 조작한다. 발 놀림이 능숙하다. 인터넷 창이 뜨고 하루 거래 현황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칠성참기름, 입금확인 중 1건, 주문 10건, 발송 중 4건, 송금 예정 2건….’ 강씨는 인터넷쇼핑몰에서 통신 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그의 고객 가운데 325명이 그와의 거래에 ‘만족’을 표시했다. 불만을 표시한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만족도 별 5개 만점, 불만율 0%. 얼굴을 맞대지 않는 인터넷 관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강씨는 지난주 인터넷 쇼핑몰 옥션의 ‘파워셀러(power seller)’로 선정됐다. 파워셀러는 최근 3개월간 월매출 200만원 이상, 이용객 평균 만족도 별 4개반(半)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판매원에게 주어지는 자격이다.
강씨는 선천성 소아마비로 인해 단 한 번도 바닥을 딛고 일어선 적이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방에 누워 혼자 두는 바둑이 유일한 소일거리였던 강씨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04년. 지역 방송을 통해 계명대학교 벤처창업보육사업단이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인터넷 창업 교육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강씨는 곧장 이메일로 교육신청서를 보냈다.
“그냥…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애인이라고… 아무것도 안 하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요.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행운… 인데….”
교육을 마친 강씨는 지난해 6월 마침내 자신의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취급 품목은 부모님이 만드는 참기름·들기름·볶은깨 등으로 시작했다.
강씨는 “얼굴 없는 인터넷 거래에서는 신용이 곧 얼굴”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단 한 병의 주문이라도 거절하지 않았고, 하루라도 약속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덤을 얹어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렇게 한두 번 거래한 사람들이 차츰 그의 단골이 됐다. 거래 뒷이야기를 나누는 ‘옥션토크’에는 손님들의 칭찬이 날로 쌓여 갔다. 강씨는 칭찬 글에도 다시 일일이 감사의 댓글을 적어넣고 불편사항을 확인했다. 그렇게 1년. 이제 옥션에서 ‘참기름’을 입력하면 강씨의 ‘칠성참기름’이 가장 먼저 화면에 나타난다. 월평균 순수익만 40만원이 넘는다.
“장애인은… 무조건 불쌍하다거나…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거 아니에요?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많은… 세상이잖아요.” 강씨가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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