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떠나는 사람들이여
떠날 때에는
뒤돌아보지 아니하고 떠난다 해도
행여 돌아오는 날에는
꽃이 되어 돌아오십시오.
멀리 기약 없는 바람불어 외로운 언덕배기
한 땀 비좁은 토지에 스며드는
그것이 정녕 초라하고
가난한 어느 육신의 숨결 더운 삶이었다 해도
떠나는 사람들이여
행여 돌아오는 날에는
이윽고 詩가 되어 돌아오십시오.
노래가 되어 돌아오십시오.
그 때 떠났던 것은 정녕 내가 아니었노라
그 때 보냈던 것은 정녕 당신이 아니었노라
말하여 주십시오.
보내고 돌아서면서
때로는 슬픔의 눈물이 되어
흐르는 시냇물 따라
떨어지는 빗방울 마다 음표를 달고
호수위에 지르밟듯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떠나는 사람들이여,
나를 떠나는 사람들이여
버린 사람은 나였지만
버림을 받은 사람 또한 나였습니다.
행여 돌아오는 날에는
오색 무지개 가로 놓인 외로움의 들판을 지나
그리움의 푸른 강을 건너
찬란한 사랑이 되어 돌아오십시오.
전에 한 번 사용했던 이미지입니다. ^^
그렇게 읊조리며 창가에 앉아 오늘도 나는
하마터면 어제 떠난 그이가 내 귀여운 누이 동생이라 착각할 뻔 하였답니다. ^^*
맑고 고운 음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들이
어쩌면 그렇게 밝고 따뜻하게 여겨졌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세상을 위하여
저의 조블 처음 무렵 그 블로그의 대문을 들어섰을 때
역사의 어느 시대에도 세상을 밝히는 것은
인정의 따뜻함이었다는 것을 버릇처럼 또 기억해 내며
새삼 옷깃을 여미듯 가만한 마음으로
당시만 해도 낯설기만 하였던 이정생님의 글들을 읽기 시작했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댓글을 한 번 달아보고 싶단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인사는 하고 싶은데 인사를 시작할 말이 얼른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올아 와 있는 텍스트를 거푸 세 번 쯤 읽어 보았습니다.
그래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포기 할 참이었는데 마침내 떠올랐어요.
한줄기의 강열한 푸른빛에 녹은 섬광 같은 인스피레이션이, 아포리아가....
후후... 거짓말...
하지만 그거 아시지요?
쉽게 쓴 글일수록 어렵게 읽혀진다는 것 말입니다. ^^*
그 후로는 올라오는 글 마다 세 번 정도 읽은 다음에야 댓글을 다는 버릇이
저의 머리 속에서 완전 전자동 시스템으로 바로가기 콘텐츠처럼 생성 되었습니다.
물론 이 조금은 고약스런?(늘 댓글이 굼뜨고 비교적 시간이 많이 필요한) 버릇은
이곳 조블의 여러 다른 이웃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토끼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글들을 읽어
글 쓴 이의 전하고 싶은 중심 메시지에 보조를 따라 맞춘다는 것이
느림보 거북이처럼 인생을 살아가고 사유하는 촌부에게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요.
아니, 좀 더 정직하게 고백해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게 되는 장소가
혹은 파도소리 들리는 백사장, 혹은 분위기 근사한 찻집 가릴 것 없고
혹은 전철 안에서, 심지어는 길을 가다 부딪쳐 옷깃만 스친 채 만나는 수도 있겠고
우리들처럼, 우리들의 이웃님들처럼 이렇게 조블을 통하여 글로서도 만나게도 됩니다만,
그 인연의 소중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기에
언제나 정성들여 빠르게 쓴 글을
언제나 정성들여 천천히 읽었다 할 것입니다. ^^*
그렇게 아직 일년 채 못 미쳐서
드디어 현실 세계에서 이정생님을 만나 뵙게 된 것입니다.
서둘러
마중 나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처음 보는 순간 저의 눈이 부셨습니다.
티 없이 해맑은 모습이었습니다.
글 속에서 예상하고 상상하고 짐작했던 모습 보다 조금 더 화사하였고
서둘러 자동차를 대령시키러 달려가던 저의 발걸음은 소년처럼 뛸 듯이 신이 났습니다.
야호!!
사실 기다렸었답니다.
그러나 기다린다 말하지 않았던 것은
모처럼의 고국 방문길에 더 즐겁고 유익한 시간 많으리라 미루어 짐작했던 탓에
차마 나 먼저 만나 보라 보채지 못했던 것이었지요.
아무튼 버스를 타고 오시느라 점심식사도 못하셨으리라 짐작을 하고
서둘러 돌아와서 둘러보니 우리 농장 전체가 갑자기 환하고 밝아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귀한 손님을 거실에 앉혀두고
재배사에서 혼자 버섯을 따야 했던 시간에는
죄송스럽단 생각 할 겨를 보담 더 빠르게 손을 놀려야 했습니다.
땀이 좀 났습니다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 보다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왜?
출처 불명으로 저장되어 있던 그림입니다. ^^*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저는 또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빗물 패인 마당 웅덩이에 하늘이 내려 와 앉고 구름 흐르는 곳에
음표인양 튀어 다니는 물방울 소리 우두커니 혼자 들으며 창가에 앉습니다.
우리들은 왜 만났던 것일까.
기왕에 그리도 신속하게? 떠날 요령이었다면
만나고 돌아서는 번거로움이라도 피하는 것이 계산에 맞는 일일 터인데
긴 시간을 설레며 먼 길을 달려
짧은 만남 속에 긴 이야기들을 나누려 하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들로 하여금 이토록 어리석은 셈본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한 개의 사과와 또 한 개의 사과가 만나게 되면 두 개의 사과가 되는 것이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 또한 그리 되는 것일까. 혹은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이 만나면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 태어나기라도 하는 것일까.
의문은 의문의 꼬리를 물고 끝없이 생기하고 또 궐기? 하였지만 그건 그렇고 어쨌건.
우선 한 마디 대화라도 더 나누어야 하겠다,
대화에 굶주린 사람들이 아주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식탁에 앉아서조차 그토록 심오하고? 웅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들을
두서도 없고 질서도 없이 제트기 무차별 기총 소사하듯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참 대단한 만남이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생각해봅니다. ^^*
때로 인생이 조금은 안타까운 것인가 하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아름답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하게 설정되며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기 보담은 삶의 일부일 수밖에 없음이며
이미 낡아빠진 리얼리티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철학적 조망 또한 딜레마 속에 웅크리고
이 나라의 정신박약아들이 설쳐대는 정치 풍토는 폭력적이며
밥상머리 교육조차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자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장난 같은 세상
마지막 남은 보루처럼 군림하는 종교는 또한
자나 깨나 사랑을 부르짖지만
날이 갈수록 싸늘하게 식어가는 이 지구를
누가 과연 무엇으로 따뜻하게 데울 수 있을 것인가 등등... 전전긍긍 끝이 없었습니다. ^^*
이 때 곁에서 아내가 이르기를
보내고 돌아 섰는데 보내기 싫어져서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더라. 합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이 든 것 같아서 잘 이해가 안 된다 하기도 했습니다.
어? 당신은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잖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무튼, 이럴 때에는 제가 얼른 아내를 위로해 드려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남편님들의 수많은 의무사항 중 제 1조입니다.
기약 같은 것은 없었지만 또 만나게 될 거야...
언제나 저 보담 표현을 절약하지만
막상 인정은 더 깊고 속마음을 넓게 쓸 줄 아는 아내의 저런 모습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당분간은 눈에 선한 그리움의 푸른 늪에 빠진 채 허우적거릴 염려가 다분합니다. ^^*
그러나 헤어지는 손을 흔들며 돌아서서
빠르게 걸어 나오던 대합실 풍경이 영상처럼 유리창에 오버 랩 되며
내리는 빗방울에 실려 작은 물줄기를 이루기 시작하는 우리 집 마당에서
한 이틀간 짧았던 이 정생님과 교유한 시간들은 지금 이미 흐르기 시작합니다.
먼 바다를 향하여 장도에 오르는 또 하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서...
고맙습니다.
06,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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