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편식의 백미(白尾)는 지난해 4분기 불었던 '인사이트' 열풍. 미래에셋이 내놓은 이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증권사 창구에 줄을 설 정도였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자사 계열사 상품을 해지하고 인사이트 펀드를 새로 가입시킬 정도였다.
사실 이같은 유행따라 펀드 가입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워낙 인사이트 펀드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지 이전에도 '어떤 펀드가 뜬다'는 소문이 나면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가입이 줄을 이었다. 개별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보수적인 투자자들조차 줄서기 행렬에 동참하게 했다.
2004년 배당주펀드, 2005년 중소형주펀드, 2006년 그룹주펀드와 베트남펀드, 2007년에는 중국펀드 등이 유행을 선도한 펀드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IMF 직후인 1999년에는 현대증권의 '바이 코리아' 펀드가 증권가를 강타했다. 당시 시중 자금은 대부분 바이 코리아 펀드가 빨아들인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릴 정도였다.
◆펀드전성시대 연 2007년은 유행도 빨리 변해
2007년 증시의 최고 스타는 미래에셋과 펀드였다. 한국 증시의 화수분 역할을 했던 외국인들의 무지막지한 매도공세에도 펀드로 전에 없던 실탄을 장착한 국내 기관이 사상 처음으로 2000 시대를 열었다. 물론 그 선두에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펀드로 성장한 미래에셋이 있었다.
2007년 들어 처음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것은 리츠펀드와 일본펀드였다. 그러나 수익률이 신통치 않자 2분기 들어 물펀드, 탄소펀드 등 이른바 섹터펀드가 유행을 선도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3분기에는 중국펀드가 시중 자금을 대부분 빨아들였다. '중국이 망하면 세계경제도 망한다'는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은 중국펀드 가입을 망설이지 않았다.
적어도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는 끄떡 없을 것 같던 중국펀드 열풍도 한 분기를 넘지 못했다. 4분기가 되자 지난해 최고 스타 인사이트펀드와 브릭스펀드 등 분산형 해외펀드가 중국펀드 자리를 대신했다.
나훈아-남진, 조용필 등이 10년 단위로 한국 가요계를 장악하던 시절과 달리 아이돌 스타들이 단 몇개월만 정상에 오르는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올해 증시 조정받자 채권-원재자 펀드 인기
이같은 상황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자 채권형펀드가 대안펀드로 뜨더니 금, 석유, 곡물 등 현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해외펀드 중에는 아프리카 등 프런티어 마켓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국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중국펀드도 불안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설정된 66개 해외주식형펀드 중 22개가 아시아태평양펀드였으며 1월말에는 아프리카펀드가 연이어 3개가 설정돼 눈길을 끌었다. 같은 기간 유럽펀드는 5개, 아메리카펀드는 4개 설정에 불과했다.
이같은 펀드 유행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펀드 개발과 판매를 맡고 있는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이 서로 비슷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마케팅이 집중되고 이것이 특정 펀드의 유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금(金)펀드의 경우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TV나 신문 광고에도 금펀드 관련 광고가 대거 등장하고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도 금펀드 상품 안내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금펀드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유행 쫓아 펀드 가입도 결국 묻지마
하지만 이렇게 유행을 좇아가는 식의 투자의 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금과 석유, 곡물 등 실물자산의 국제가격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반 인기를 끌었던 일본펀드는 투자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세상승장에서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는 아픔을 겪게 한 것. 물펀드 등 섹터펀드도 마찬가지. 한 투자자는 "물펀드에서 물만 먹었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펀드 가입 광풍을 몰고 왔던 인사이트펀드도 마찬가지. 야심차게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시중 자금을 독식하다시피 했지만 운용이 시작되자마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의 조정이 이어지면서 기대했던 대박 수익률은 커녕 마이너스가 나면서 투자자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유행과 같은 마케팅 측면보다는 펀드의 내실을 꼼꼼히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기울여야 한다. 결국 펀드도 투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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