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박대한 박용주 기자 = 18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당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각종 부동산 세제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데다 최근의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부동산 경기 불황이 경기 하강을 부채질하고 있어 관련 세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세금을 낮출 경우 부동산 투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과 이미 거품은 모두 꺼져 세금 인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시기와 폭은 예측하기 어렵다.
◇ 너도 나도 "세금 내리겠다"
한나라당은 9월부터 부과되는 재산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공시지가의 50%인 과표적용률을 5%씩 올리도록 한 지방세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정, 9월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과표적용률 인상 전 기준에 맞춰 재산세 인하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인상된 과표적용률(55%)에 따라 7월에 더 부과된 재산세에 대해선 9월 재산세를 더 낮춤으로써 별도의 환급 절차 없이 사실상 소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3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답변에서 "올해 공시지가가 하락했음에도 재산세가 증가한 경우가 여럿 나타났다"며 "정부는 부동산 추이와 함께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제도 개선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과세 표준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시가를 조사해서 (부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행정안전부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하면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될지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종부세를 경감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종구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6명은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과표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하자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최근 제출했고 같은 당 이혜훈 의원 역시 비슷한 내용의 종부세 개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민주당의 이용섭 의원과 김종률 의원도 고령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납부 유예안을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2005년 말 개정된 현행 종부세법은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심판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종부세 기준의 상향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양도세 개편 발언도 이어졌다. 강만수 장관은 "집을 옮기면서 늘려갈 때는 원론적으로 봐서 소득이 늘어나는 게 없다. 재산은 늘지만 소득은 안 늘어 다른 나라에서는 이사 때 과세를 안 한다"면서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그런 국제적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전제로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 참여정부 때 어떤 세금 강화됐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세금 폭탄'이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한 것은 8.31 대책이 나오면서부터다.
참여정부는 정권 초기인 2003년 9월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을 시작으로 세제를 통한 부동산 수요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어 부동산 보유세율 단계적 강화,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실가 과세 등을 담은 '5.4 대책'을 거쳐 '8.31 대책'을 통해 부동산 세제를 완성했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가 핵심인 '8.31' 대책에 따라 2006년부터 종부세 부과 기준은 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기준금액도 9억원 초과 주택에서 6억원 초과 주택으로 변경됐다. 또 과표 적용비율도 2006년 60%에서 2009년까지 90%로 매년 10%씩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5년 7만4천명에게 7천억원이 부과된 종부세는 지난해에는 모두 48만6천명에게 2조8천억원이 부과됐다.
양도세 역시 종부세와 함께 참여정부 부동산 '세금 폭탄'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8.31' 대책으로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9∼36%의 누진세율 대신 50%의 높은 단일세율로 중과되고 있다.
다만 참여정부는 '8.31' 대책으로 늘어나는 세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개인 간 주택 거래에 대해 취득세와 등록세는 2%와 1.5%에서 단계적으로 1%로 각각 낮췄다.
◇ 감세전망 불투명..시장도 싸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감세와 관련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연일 감세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천천히 상황을 봐가며 결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현재 한창 작업중"이라면서 "지금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재정부 장관이나 국토부 장관의 국회 답변과도 다소 다른 뉘앙스다.
부동산 시장도 아직은 조용하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종부세나 양도세 감면은 해당 가구가 많지 않고 특히 양도세는 한차례 감면이 이루어진 바 있어 전체적인 시장 흐름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감면은 논란이 많아 시행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다는 평가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지방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감세가 이루어지더라도 서울 강남 지역은 하락세가 둔화될지 모르나 다른 지역은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저스트알의 김우희 상무는 "12억원 하던 아파트가 8억원에도 안 팔리는 상황이면 이미 부자들은 충분히 타격을 받았고 거품도 완전히 꺼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마당에 세금까지 더 내라고 하니 납세자들은 말 그대로 '혈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어 "장사를 하다가 경기침체로 망한 자영업자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집과 상가를 급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그마저도 안 팔리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경기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메가톤급 변화 오나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07.23 18:55 | 최종수정 2008.07.23 20:27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종부세 완화 등 세제 개편을 검토키로 하면서 집값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울 개포동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
강 장관은 "13만호의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는데 이런 것을 기초로 부동산시장은 안정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분야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부동산시장을 옭아매고 있는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강 장관의 발언이 메가톤급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부동산 추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말해 재정부의 부동산세제 개편을 두둔하고 나섰다.
한나라당과 정부 사이에는 그동안 부동산 세제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재정부의 일부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간극은 강 장관의 발언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나라당에 이어 정부도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 장관이 부동산 세제개편을 들고 나온 데에는 현재의 금융 부동산시장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금폭탄·대출 규제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마비되면서 미분양사태와 이에 따른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부도 나는 건설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부동산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구 의원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종부세 부담 상한선을 현행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합계액의 3배에서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재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개편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이미 재산세에 대해서도 과표 적용률을 현행 50%에서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세 과표 적용률은 현행 50%에서 올해부터 5%포인트씩 올라 2017년에 100%에 이르게 돼 있다.
당정은 또 재산세 세부담 상한선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세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50%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돼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다. 종부세는 개인이나 법인이 사회적 혜택과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사용요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종부세 기준 상향 조정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올리기보다는 오히려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을 개인별로 전환하는 것도 납부 대상자를 급격하게 줄어들게 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부부 공동 명의로 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남편과 아내가 각각 6억원 미만의 주택을 갖는 것으로 간주돼 납부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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