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집값...보폭 더 커졌다
서울 아파트시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양도세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냉담하기만 하고 매수세가 따라주지 않아 오히려 집값만 더 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매물 보유자들은 대출부담과 추가하락 불안감에 급매물 보다 싼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그마저도 거래 성사가 쉽지 않아 부동산가격 하락세는 더욱 커지고 있다.
13일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지난해 5월 말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양도세 부과기준이 상향 조정됐지만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버블세븐 지역은 되레 하락폭이 증가했고 구로, 노원, 마포, 서대문, 영등포, 용산, 중랑 등 강북권 주요지역들 마저도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서 하락폭을 키웠다.
불안한 금융시장과 함께 국내 부동산 시장의 냉각도 계속돼 매수시장은 갈수록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는 급매물 거래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145㎡의 경우 호가가 9억5000만원까지 갔으나 최근 8억7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둔촌동 둔촌 주공1단지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 한달새 52㎡가 300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구로구 신도림동 동아2차는 매매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또 중소형 거래도 위축되면서 매물이 적체돼 있으며 109㎡는 며칠새 1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지난 7월 이후 재건축규제완화, 세제완화 등의 규제완화 호재로 잠시 주춤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규제완화 기대로 매도시기를 늦췄던 매도자들이 시장 불안감에 매물을 조금씩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의 경우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손절매하려는 사람들까지 가세해 가격을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
신천동 S공인 관계자는 "주공5단지 119㎡는 올해 초 보다 1억5000만원 가까이 떨어져 현재 12억7000만~12억8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며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개포 주공 1단지 43㎡형의 경우는 한달 전 7억2000만원에서 지금 6억3000만원으로, 50㎡형은 9억3000만원에서 8억3000만원으로 각각 1억원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래가 없다보니 현재 시세로 보기 힘들다는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개포동 D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감면 조치로 매물은 많이 늘어나 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세가 아직 따라붙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현재 시세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저가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거래가 이뤄지기 마련이지만 현재는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급격한 금리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인근의 P공인 관계자는 "무리하게 융자를 끼고 내집마련을 시도한 사람들이 금리상승으로 이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받쳐주는 매수세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지혜 부동산114 과장은 "매수시장 위축과 함께 금리까지 꾸준히 오르면서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매물보유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아파트 시장은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면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당집값 한달새 3.3㎡당 평균 18만원↓
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 9월 분당신도시의 3.3㎡당 매매가를 조사해본 결과 1733만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평균 18만원 하락했다. 이는 올 1월에 비해 평균 72만원까지 떨어진 수치다.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은 성남시 이매동으로 올 1월초 대비 139만원이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다음으로는 △분당동 101만원 △수내동 89만원 △서현동 84만원 △정자동 65만원 △금곡동 51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08년 월별로는 올해 들어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를 유지하다 7~8월 들어 가격 하락현상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는 정자동, 구미동, 서현동 분당동은 6월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금곡동은 6월 가격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지만 7월 다시 반등해 분당신도시에서 유일하게 현재까지 소폭 상승한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상복합 등 고가주택이 많은 정자동의 경우엔 올 8월 마지노선인 2000만원선이 무너지는 등 끊임없는 추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나기숙 부동산뱅크 주임연구원은 "집값 하락은 최근 세계경제의 불안에 전반적인 경기침체 및 내수경기의 하락과 함께 나타나는 것이어서 경기상황이 당분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따라 적절한 매수타이밍을 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빅3' 몰락.. 집값하락 '새 진앙지'
서울 강남재건축 하락세가 과천으로 옮겨붙였다. 과천지역 재건축아파트가격이 지난 한 주 동안 최고 5000만원까지 하락하는가 하면 평형별로 1000만-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과천 재건축 시장은 '막연한 기대감'에 매도ㆍ매수자 모두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눈치장세'가 한창이며 일부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조정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과천 소재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1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말과 연초 과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반짝 상승했지만 규제완화 속도나 범위에 대한 실망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가격도 예전 수준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인ㆍ허가 기간 단축 발언만 있었을 뿐 조합원의 수익과 직결되는 ▶용적률 완화 ▶초과이익환수장치 ▶소형의무비율 ▶지위양도 금지 등 기존규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의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과천시 원문동 주공2단지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보다 3단지 입주로 인한 1가구 2주택자들의 급매물 출시가 많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공2단지 21㎡의 경우 2007년 12월 최고 4억4500만원에 거래돼면서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지난달에는 4억2700만원에 거래돼 1800만원이 하락했다.
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주공4단지는 2주연속으로 하락했고 주공6단지는 하락폭이 컸다.
별양동 주공4단지 92㎡의 경우 지난 3월 첫째 주 6억2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했으나 둘째 주로 접어 들면서 1000만원이 하락한 6억1000만원으로 내렸고, 지난 주에는 5억9000만원으로 또다시 1000만원이 내린 것이다. 결국 주공4단지는 2주간 동안 2000만원이 빠졌다.
주공6단지 59㎡는 7억3000만원선으로 한주 동안 2000만원정도 하락했다. 최고 하락폭이 컸던 매물은 지난 한 주 동안 5000만원 내렸다. 59㎡의 경우 7억3000만원하던 것이 현재 6억80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나타났다.
과천시 별양동 소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통령의 재건축 규제완화 발언이 재건축 기간단축으로 끝나 세금부담을 무릅쓰고 버틴 1가구2주택자들이 급매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며 “이같은 실정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입주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단지와 큰 가격차이가 없어 재건축 아파트 매수세가 시들해졌다.
과천 주공아파트 중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주공2단지 52㎡형의 경우 매매가가 6억8000만원 선이다. 5년여 뒤 재건축 완공시 100㎡형대에 입주할 경우 전세금 8000만원을 제외한 6억원의 매수자금이 필요하고 추가분담금 8000만원, 완공시까지의 금리 기회비용 2억원가량을 감안해야 돼 실질 투자금은 9억원에 이른다.
결국 재건축 마무리 공사가 한창으로 시세가 현재 9억원인 주공3단지와 별 차이 없는 셈이다. 현재 상태로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매도ㆍ매수자들의 현실적인 계산도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에 거주하는 K(45)씨는 "재건축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인근 3단지가 조합원 간 분쟁으로 약세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109㎡형의 시세가 현재 9억원대인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해 깊은 침체기를 맞았던 과천 재건축 시장이 긴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악재가 대기하고 있어 과천지역 재건축아파트는 당분간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침체에 따른 시세형성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시장에 반영될 경우 추가하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1년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에 비해 0.08% 하락하면서 지난해 5월 말(-0.08%)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강동(-0.26%) 송파(-0.19%) 강남(-0.17%) 양천구(-0.1%)를 비롯해 16개 구가 하락했다.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분당(-0.06%) 중동(-0.04%) 일산(-0.03%) 산본(-0.01%) 순으로 약세를 보였다. 수도권(-0.01%)은 서울에 비해 하락폭이 크진 않지만 급매물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도권의 경우 용인시(-0.07%)가 4주 연속 가장 많이 하락했고 안양(-0.05%) 고양(-0.04%) 수원(-0.04%) 의왕(-0.04%) 부천·시흥시(-0.03%) 등이 하락했다. 서울 지역 전세가격은 0.06% 내렸다.
한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과천시 아파트 매매값은 3.3㎡당 2987만원으로 2006년 9월 말(3003만원) 이후 유지해 왔던 3.3㎡당 3000만원 선이 2년 만에 무너졌다. 이 가격은 최고 시세인 2006년 12월 3925만원 대비 24% 하락한 것이다.
연초 대비 매매값 하락률은 4.22%다. 66㎡ 이하가 연초 대비 가장 큰 7.26% 하락했고, 66㎡ 초과 99㎡형 이하 3.6%, 99㎡ 초과 132㎡ 이하 3.42%, 132㎡ 초과 165㎡ 이하가 1.37% 하락했다. 과천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6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아 대출 규제나 보유세 부담이 큰 반면 재건축 규제로 사업성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최근 양도소득세를 면제받기 위해 내놓는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대출금리도 상승세여서 아파트값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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